‘내 일’을 찾으면 내일도 찾아온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7.09 1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난도 교수, 아픈 청춘들의 일자리 문제 해법 제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7월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난도의 내:일>(오우아 펴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이유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설명했다. 아이폰을 만든 것도 위대하지만, 그 아이폰으로 인해 수많은 직업이 만들어지고 전 세계에 헤아릴 수 없는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말 한국의 현실을 진단하며 젊은이들의 아픔에 공감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펴냈다. 지난해 여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로 불안한 한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청춘들의 멘토 란도 샘’이란 별명을 확인시키듯 두 책 모두 큰 인기를 끌었다.

교수직이 아니라도 한국의 젊은이들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처럼 자기계발서 작가나 수필가로 편안하게 살아도 괜찮을 법했다. 그러나 그의 천직은 ‘트렌드 연구자’였나 보다.

그는 “두 책 모두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만큼 젊은이들이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의 일자리 현실을 좀 더 나아지게 할 화두를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7월3일 열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난도 교수가 을 소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아프니까 어쩌란 말이냐

김 교수는 앞서 펴낸 두 책의 인기 못지않게 따가운 지적도 받았다.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니 감동을 준 것은 당연하지만 대안이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든 독자 가운데 일부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사회가 아니냐며 젊은이들을 너무 부추기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중에 김 교수의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젊은이들이 아픈 것은 일자리 부족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가 큰데 왜 청춘에게 개인적 위로만 전하느냐’는 비판이었다. 김 교수는 “두 책은 에세이라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 비판을 받고 보니 ‘무작정 잘될 거야’라고 하기보다 방법론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난도의 내:일>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일이란 받아들이기에 따라 힘들기도 한 것이다. 노예처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이런 주관이 분명하지 않으면 힘든 것이다.”

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잊지 말라. 알은 스스로 깨면 생명이 되지만, 남이 깨면 요릿감이 된다고 했다. ‘내 일(My Job)’을 하라. ‘내일(Tomorrow)’이 이끄는 삶을 살라”고 했다. 이 말은 새 책의 서문에 언급되기도 했지만 제목을 정하는 데 그대로 적용됐다.

김 교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내 일’을 찾아주기 위해 전공인 ‘미래 지향적 트렌드 전망’ 관점으로 돌아왔다. 그는 동료들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그동안 축적해온 연구 방법론과 데이터를 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미래 직업 시장을 뒤흔들 6대 잡 트렌드(Job Trend)’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례로서 ‘내 일’ 탐방에 나섰다. 1년 반 넘게 이어진 김 교수의 전 세계 ‘일자리 시장’ 탐방의 여정에는 한 지상파 다큐멘터리팀이 동행했다. 방송과 함께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인식을 바꿔나가기를 바랐다.

김 교수는 가까이는 대한민국 도심에 나타난 청년 인력거꾼부터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 창업 기업, 제주도의 ‘다음’부터 프랑스의 ‘로레알’에 이르기까지, 침체돼 있던 일자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개인·기업·학교를 탐방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의 ‘88만원 세대’와 지독하게 닮은 ‘1000유로 세대’의 실상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그래서 단순히 성공한 사례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실업난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나서는 현장들을 담아올 수 있었다.

“세계를 돌아보면서 일자리의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직업을 정할 때 미래에도 자신에게 맞는 직업인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한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또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사농공상’ 따지는 사고가 없어졌는데, 직업을 정하는 데 그런 사고가 여전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래 뒤흔들 ‘글로벌 잡 트렌드’ 제시

그가 제시한 해외 사례 중에는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고 사회 전반에 의식 전환이 따라야 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래서 청년들이 금세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가 제시한 트렌드가 현실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쯤인가도 의문이다.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부모의 반대라고 한다. 이것도 바뀌어야 할 부분인데,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리라고 본다. 이번에 제시한 트렌드가 현실화되는 건 30년 정도 후다. 지금의 30대가 결혼하고 자식을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때로 보면 된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속도를 보면 15년 안에 실현될 것 같다.”

김 교수는 취업률 등 계량화한 자료만 갖고 대학을 평가하는 전시 행정도 강하게 비판했다. 청년 실업 문제는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고 범정부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학 분야 학과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잘못됐다고도 했다. “교육부가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한다는 발상은 청년들의 취업난을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난센스다. 잘못된 대학 평가 기준 때문에 인문학과 창의력을 죽이고 있다.”

김 교수가 제시한 6대 글로벌 잡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블루칼라로 폄훼돼왔던 육체노동에 새로운 전문성과 부가가치를 가미해 화이트칼라를 능가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브라운칼라(Brown-Collar)’의 등장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하는 신개념 프리랜서 ‘노마드 워커(Nomad-Worker)’의 활약 △사회의 경쟁 구도에 아랑곳없이 나와 사회를 동시에 행복하게 하는 ‘소셜 사업’의 대두 △주 3일 출근이나 파격적인 직원 복지 등을 보장함으로써 직원과 기업 양쪽에 더욱 큰 이윤을 창출하는 ‘여유 경영’의 확대 △지역에서 살길을 모색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초석이 되고 있는 ‘컨트리보이스’들의 활동 △적은 자본이지만 아이디어로 무장한 ‘마이크로 창업(Micro-Startups)’의 확산 등이다.

 

▶ 대학생 기사 공모전,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참가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