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실세 그룹’, 평양을 접수하다
  • 진희관│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 ()
  • 승인 2013.07.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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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급부상하는 핵심 파워엘리트 18명 공개

지난 6월 남북 당국 간 회담이 대표 자격 시비로 결렬됐다.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제1국장 강지영을 장관급으로 볼 수 없다며, 우리측에서 차관을 대표로 하는 명단을 보냈으나 결국 결렬되고 만 것이다. 결렬의 핵심 이유는 북측의 강지영을 장관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남측의 차관이 자신의 국장과 같은 급이 될 수 없다는 북한의 반발이었다.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열리지도 못한 채 장관급회담이 결렬된 것은 남북의 직급에 대한 인식이 다른 데서 비롯된 일이다.

사실상 남과 북의 직급을 정확히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기관인 내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북한은 조선로동당이 영도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인 내각과 최고인민회의 역시 당의 영도를 받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을 갖는다. 내각의 상급(이른바 장관급)이라 하더라도 분야별 당의 지도를 받게 돼 있어 내각상이 분야별 최고위 직급인 우리의 장관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오히려 북한 정치 과정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와의 친분이 어떤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실속 있는 방법이다. 예컨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은 항상 김정은 다음으로 호명되는 2인자의 위치에 있으나, 그를 실질적인 2인자로 판단하지는 않는다. 형식적인 위치에 불과한 것이다. 최영림 전 내각총리 역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지만 실질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김정은 시대의 핵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총정치국장 최룡해 역시 김정은 수행 빈도가 높고 서열 4위로 호명되고 있지만,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최룡해의 위상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1비서를 잘 따르는 인물 정도로 평가된다.

김정은 북한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 7월3일 ‘전승절’(정전협정일:7월 27일)에 완공 목표인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장정남·조연준·손철주·박정천·김락겸 ‘핵심’

이와는 달리 장성택은 김정은 다음의 실제 권력자로 평가된다. 최근 그의 행보는 2인자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 역시 김정일 사망 직후 장의위원회 19위에서 다음 날 참배 시 16위로 약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지난해 초까지도 비슷한 위치에서 호명됐다. 그의 부인 김경희가 14위에서 5위로 올라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13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에서 주석단 명단 8위로 거명되면서 실질적으로 김경희-김정각-장성택 순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8월 이후부터는 김정은의 수행자로는 최룡해와 함께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새로운 조직인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직후 장성택은 김경희를 제치고 최룡해 바로 다음인 5위로 호명되고 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 4인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곡점으로는 지난해 4월 당대표자회에서 최룡해의 발탁과 동시에 상당수 군 인사들의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이 시기는 김정은 시대의 새 인물로 변화하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은 마무리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다음의 변곡점은 4월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 회의에서의 조직 구성 변화다. 내각총리로 최영림이 물러나고 경공업부장 박봉주가 보선됐다. 국방위원회 구성에서는 김정각과 리명수를 소환(해임)하고 김격식과 최부일을 보선했다. 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태형철을 소환하고 홍선옥(전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보선했다. 이미 3월31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에서 그 흐름이 읽혔다.

박봉주 당시 경공업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되었고, 현영철·김격식·최부일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보선됐다. 백계룡(전 강원도당 책임비서)을 경공업부장으로 선임하고 윤유철을 ‘로동신문’ 책임주필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주요 행사를 앞두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여섯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종합해보면 호명 순위는 별도의 표(위의 표 참조)와 같이 추정할 수 있다. 약간의 변동은 있으나 대략 위의 순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호명되고 있다. 표에 나타난 46명의 인물 중에는 2011년 12월 국가장의위원회 명단 232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도 5명이 확인되는데 장정남, 조연준, 손철주, 박정천, 김락겸이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추정된다.

ⓒ 조선중앙통신
김명식·윤동현·리영길 등 군부 급부상

장정남은 인민무력부장(상장)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갑작스레 10위권에 진입한 인물이다. 지난 4월13일 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시 김정은 제1비서와 나란히 주석단 관람석의 장성택 왼쪽에 자리해 관심을 끌었다. 조연준은 지난해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인물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철주는 상장(우리의 중장) 계급인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알려졌다. 일선 부대 정치위원 출신으로 지난해 4월부터 김 제1비서의 주요 시찰을 수행하기 시작해 올해 수행 빈도가 20여 회에 달했다. 전담 업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요직인 총정치국의 조직 또는 선전 담당 부국장으로 추정된다.

박정천은 상장 계급이며 포병사령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4월부터 김 제1비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군부대뿐 아니라 공장, 과수원, 과학자 살림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20여 곳을 동행해 그동안 알려진 포병사령관 대신 다른 요직에 발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락겸(당 중앙군사위원, 2성장군)은 지난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 사령관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현철해·리명수와 함께 당중앙군사위원에 올랐다.

새로운 인물들은 대체로 지난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발탁됐으며 군 관련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대회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등용문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장의위원회 순위 후반부에 위치했던 인물 중 앞으로 이동한 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의위원회가 김정일 시대 인물들 중 권력 핵심에 가까운 순이라 평가할 수 있다면, 이동된 사람들은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어 권력 핵심에 접근해가는 인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식 해군사령관,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 전창복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리병삼 인민내무국 정치국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춘삼 인민군 상장, 강표영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리병철 공군사령관, 윤정린 호위사령관, 조경철 보위사령관,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 역시 지난해부터 승진 발탁된 자들로 김정은 시대의 파워엘리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군 인사들이 대거 권력 순위 앞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군을 앞세운 정치(선군정치) 스타일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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