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지, 돈 내는 사람 있나”
  • 정락인 기자·조혜지 인턴기자 ()
  • 승인 2013.07.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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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옆 국유지 무단 사용하며 매매 광고에 버젓이 올려

지난 6월16일 정부와 여의도순복음교회 간의 소송전이 마무리됐다. 문제는 ‘땅’이었다. 싸움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유의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이 들어선 파주의 한 지번 없는 부지가 2011년 국유지로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오랫동안 순복음교회 부지로 ‘당연하게’ 사용됐던 땅이 광복 후에 측량을 마친 국가의 귀속 재산으로 밝혀진 것이다. 순복음교회는 취득 시효 만료를 주장하며 반발했고,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번이 없더라도 측량이 완료된 구역이므로 명백히 국가에 귀속된 국유지’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시유지를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경기도 광주의 한 교회(왼쪽 위 두 사진)와 국유지와 시유지를 사용 중이라는 교회 매매 광고 게시글 캡처.
국유지·시유지 사용 특혜 시비도

일부 교회들은 종종 국유지와 시유지를 주말마다 신도들을 위해 활용한다. 신도가 많은 대형 교회의 경우 지자체 등록을 거쳐 정기적으로 각 지역의 초·중등학교 운동장이나 시청·경찰서 등의 주차장을 일요일을 포함한 교회 행사 때마다 주차시설로 이용한다. 지자체 허가만 받으면 특정 국·시유지를 정해진 날짜에 한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천의 한 교회는 인근 초등학교 및 중학교 운동장뿐만 아니라 파출소와 시청 주변 시유지까지 주말마다 교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았다 해도 특정 교회가 공공 부지를 독점해 주차장화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과천 주민들의 커뮤니티인 ‘과천사랑’의 한 네티즌은 “과천 초·중등학교 운동장이 왜 교회 주차장으로만 계속 이용돼야 하나. 다른 단체들은 하루도 사용하기 힘들다. 공립학교 주차장을 특정 종교 집단이 계속 사용하는 건 비합리적이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장이 그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자체가 교회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측에서는 시민들의 불만과 민원 제기를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교회의 한 장로는 “초·중등학교와 인근 도로는 우리가 사용료를 내고 쓰고 있다. 시와 도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주말에는 종교단체가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돼 있다. 교회가 크다 보니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걱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에만 지속적으로 국유지 사용 허가를 내주는 것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도 있다고 하자, “특혜는 아니다. 다른 종교도 다 허용받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도 나름으로 교회 내부에서 차량 가져오지 않기 운동도 하고 주중에 단속된 불법 차량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과천시청 교통과 관계자는 “주말은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붐비니까 시에서 도에 의뢰해 한시적으로 도로를 주차장으로 유예하기도 하고, 주중에는 제한적으로 운영하면서 탄력적으로 주차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국가 귀속 토지를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점거하거나 교회의 별도 목적으로 남용한다는 점이다. ‘국유지 땅(약 70평)을 별도로 사용’ ‘시유지 땅 2000평 산책로로 사용 중’ ‘면적 답 1500평 중 200평 국유지로 사용’ ‘등기 1800평 국가 땅 700평 합 2500평 초교 운동장 넓이’. 교회 전문 매매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의 일부다.

사용하고 있는 국유지를 버젓이 사이트 상단에 올려놓은 광고도 있다. 대부분 건물 3동 이상의 중형급 교회들이다. 교회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다른 정보(주변 상권, 아파트단지 수, 인테리어 시설 등)보다 더 크게 강조하는 항목은 바로 교회가 국유지를 가지고 있는가 여부다. 한 매물 광고는 초역세권임을 홍보하기 위해 제시한 ‘3만5000세대 수용 근접 지역’이라는 글보다 국유지 활용 사항을 더 위에 배치했다. 국가 재산인 국유지를 마치 교회 재산인 것처럼 매물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다.

국유지 무단 점유를 당연하게 생각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에 올라오는 광고 글들은 전부 고객들이 알아서 써준다. 나는 그냥 편집 정도만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객’이란 교회 운영을 담당하는 사람, 즉 담임목사나 교회 내부 관련자를 뜻한다. ‘국유지=교회 부지’라는 잘못된 인식이 교회 매매 현장 전반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는 것이다.

도심 외곽이나 깊숙한 시골에 위치한 교회의 경우 더 심각하다. ‘기도원’ ‘수련원’이란 이름으로 대형 부지에 교회를 세우고 수백 제곱미터에 달하는 국유지를 교회 땅처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의 실버타운 기도원 부지를 내놓은 이씨는 국유지 2310m²(700평)를 등기 완료된 5940m²(1800평)와 합쳐 8250m²(2500평) 규모로 매매 사이트에 등록했다.

국유지를 매매 광고에 올린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쓰는 땅이지. 옆에 붙어 있으니까 쓰는 거야. 등록해봤자 1년에 몇만 원 내는 거 뭐”라며 국유지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는 종교법인이 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거래할 경우 땅이 넓어도 파격적인 조건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허가를 받고 사용하는 땅인지 묻자 “안 줘도 돼, 그 돈 내는 사람 있나. 다 그렇게 써”라며 나라 땅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처럼 말했다.

허가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국유지나 시유지를 교회 매물 광고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국가나 시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종교시설들의 국유지 불법 점용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단속이 시급하다.

정부는 국유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국토교통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일괄 관리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지자체나 관련 재산관리 기관 등 소속 기관에 행정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현지 조사도 하고 사례 조사도 하면서 단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국토부에 따르면 기존에 운영하던 것에 120%의 변상금을 5년치를 추정해서 부과한다. 단, 15일간의 이의 제기 기간을 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소명 자료나 검토 자료를 제출하게 한다. 불법임이 확실해지면 국유지를 점거하고 있던 건물이나 다른 부설물을 치우고 원상회복 조치를 취한다. 계속해서 거부하면 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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