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현실인데, 전쟁 현장을 담은 사진은 비현실적이라 어떤 이질감 때문에 보는 내내 불편할 때도 있다. 너무 생생한 장면을 보면서 마치 전쟁터에 서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전쟁에 얽힌 인간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생산·소비되고 있다. 그래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을 보는 일은 지금 지구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과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이 오는 8월2일부터 10월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에는 카파의 일생을 엿볼 수 있는 사진 160여 점이 걸린다. 사진들은 그의 기념 재단인 미국 뉴욕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가 소장한 오리지널 프린트다. 전시 부대 행사로 카파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과 그의 다양한 소품 전시도 진행된다.
카파는 1954년 5월 인도차이나반도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다가 대인지뢰를 밟고 사망했다. 카파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그의 지갑 속에서 스페인 내전 당시 탱크에 치여 숨진 첫사랑 게르다 타로의 사진이 나왔다. 최근 로버트 카파와 게르다 타로의 애잔한 사랑을 다룬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자기희생과 위험을 무릅쓴 취재 정신의 대명사가 된 ‘카파이즘’도 그의 치열했던 작가 정신의 산물이다. 카파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의 권익과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보도사진 통신사인 ‘매그넘’을 설립해 잠시 경영을 맡기도 했다.
그는 치열했던 삶만큼이나 당대 유명인들과의 교유도 활발히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윈 쇼, 존 스타인벡과 함께 전쟁터를 누볐고 피카소·마티스 등 화가들과도 예술적 교감을 나누었다.
“If your pictures aren’t good enough, you’re not close enough(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
마흔한 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치열하게 활동했던 예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카파가 남긴 명구는 단지 사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로버트 카파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로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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