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포기했다 떠드는 건 이적행위 하는 꼴”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3.07.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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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잠룡' 송영길 인천시장 "재정 위기 1단계는 어느 정도 해결"

바쁘지 않은 시장·도지사가 어디 있으랴만 송영길 인천시장은 유난스럽다. 한때 유동성 위기까지 몰린 살림을 물려받아 이를 추스르랴, 인천의 미래가 걸린 송도 개발을 챙기랴 분주하다. 송도 미추홀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송 시장은 “재정 위기 1단계는 해결됐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위기 2단계인 채무 관리도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했다. ‘경제수도 인천’을 부르짖으며 삼성·LG 등 대기업을 유치한 송 시장에겐 나름의 자랑거리가 꽤 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여의치 않아 심사는 편치 않다. 민주당 전체와 맞물린 지지율은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대선까지 겨냥하는 발걸음이라 급한데도 당장의 시장 선거 채비부터 해야 하는 송 시장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요즘도 지하철로 출근하나.

처음 미심쩍게 지켜보던 시민들이 3년이 다 되도록 지하철로 출퇴근하자 격려와 응원을 해준다. 이른 아침을 여는 시민들을 보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아파트가 팔려 임학역 주변으로 이사 갔는데 걷는 거리가 줄어들어 아쉽다. 출근길에 민원을 듣고 곧바로 조치하기도 했는데.

 ‘시정일기’를 보니 시장의 성실·솔직함이 묻어나던데 본인이 직접 작성하나.

국회의원 10년 동안 ‘의정일기’를 썼듯이 시장에 취임한 2010년 7월20일부터 ‘시정일기’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스케치 형식으로 시정 추진 상황과 변화, 일상의 생각을 적고 있다. 시민에게 솔직하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서다. 바쁜 일정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어떤 때는 컴퓨터 키를 잘못 눌러 다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맥 빠지지만 마음을 좀 더 잘 정리해 쓰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다시 쓰기도 한다.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로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중앙 정부와 협조가 됐나.

세계 경제 축으로 급부상한 환황해경제권의 중심에 위치한 백령도의 지경학적 특성에서 착안했다. 백령도와 중국 연안을 잇는 직항로를 개설하고 대청도·소청도를 포함한 백령권 도서를 해양 관광 클러스터로 조성해 환황해 경제 교류 및 관광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백령도와 중국 산둥성 영성 시를 잇는 항로 개설을 위해 지난해 8월 중국 영성 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최근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중 양국 장관들이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오는 9월 개최될 예정인 제21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실무적인 협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백령권의 제2 제주도화를 위한 일련의 계획이 실현되면 백령권은 중국을 비롯한 내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 관광 활성화는 물론 해상 교역 및 물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본다. 대립과 분쟁의 상징인 서해가 평화와 교류 협력의 중심이 돼 국가 안보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송도 개발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무모한 사업들로 인해 고통받는 것으로 아는데.

인천은 갈림길에 서 있다. 송도를 발판으로 전국 최고의 GRDP(지역내총생산)를 자랑하는 울산처럼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2만 달러 이하의 전국 최저 수준으로 갈 것인가. 우리는 투자 유치만이 살길이라는 자세로 경제청, 경제수도추진본부가 하나 되어 뛰었다. 먼저 삼성·LG를 유치했다. 올해는 서울·경기를 제치고 1등을 달리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1등, 고용률 1등, 세계적인 경제조사기관 EIU 평가 전 세계 성장잠재력 2위인 도시로 성장했다.

카지노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올해 안에 풀릴 것으로 본다. 영종도가 발전하려면 카지노는 정말 필요하다.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들어서면 컨벤션 산업 발전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전체 수익 중 카지노 수익은 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컨벤션 산업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종지구에 카지노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엄청난 수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투자할 그룹은 세계적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정부의 우려대로 사전 심사 청구가 남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최대한 다시 설득해서 영종도에 카지노를 비롯한 레저 복합시설이 유치될 수 있게 하겠다. 잘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추진 과정에 장애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중앙 정부와 협의는 잘되고 있나.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싱가포르·홍콩·상하이 등 세계적 경제특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완 및 개선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다.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국내 앵커 기업 및 해외 기업 유치 활성화를 위해 국내 대기업 공장의 신설 제한과 개발부담금 부과 등 수도권 차별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 조치들이 시행돼 기업과 자본의 활발한 유치가 성사된다면 최근의 국가적 경제 불황을 타개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지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남북문제는 서해 5도 주민 9456명을 비롯한 290만 인천 시민의 안전·발전과 직결돼 있다. 현재와 같은 남북 대결 구도에서는 시민의 안전과 도시 발전이 담보될 수 없다. 더는 한반도 리스크로 인한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인천은 남북 평화와 경제 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도시로서의 사명이 있다. 서해 5도 지역의 안정을 위해 서해안 평화어로수역 지정,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강화 교동 평화산업단지 조성, 서해 5도 관광단지 설립 등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준비는 잘되고 있나.

시정을 충실히 하는 게 준비라면 준비다. 일자리 늘리고 시민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송 시장은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도 꼽힌다. 중앙당이 잘해야 탄력을 받을 텐데, 어떤가. 최근 ‘막말’ 파동도 불거지고.

막말 파동, 안 좋다. 예의를 갖추어 설득력 있게 말하면 잘될 텐데 말이다. 초선 의원들에게 신문에 나오지 않은 주제를 얘기하라고 했다. 현안 따라다니며 숟가락이나 하나 얹으려 들 게 아니라 독자적 이슈를 개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향토예비군 폐지 등 정책 이슈를 선점했던 것처럼.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성장률 하나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퍼준다는 얘기만 했다. 그러니까 당장 10조원이 펑크 나는 것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서는 앞이 안 보인다. 역으로, 이럴 때 우리(민주당)가 집권하면 몇 % 성장시키겠다는 등 안보와 성장 이슈를 선점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남북 경협 등도 경제 성장에 포함시키면서. 그런데 옛날 얘기나 반복하고 있으니 딱하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등 한중 관계가 좋다. 이런 때 ‘한·미·일-북·중·러’라는 대립 구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전략적 자세가 필요한데, 또다시 전작권 전환 연기만 얘기하니 쓰겠나. 내가 과거 한미 FTA를 찬성했던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일본이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하자는 것인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일부 측근들이 FTA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하니 갑갑하더라.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끌려다니니 대선에 패배한 것이다. 이 후보만 제지했더라도 대선에서 1% 이상 더 얻었을 텐데 동네 축구 하듯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7월18일 저녁 실습 나온 해군사관학교 생도들과 함께한 송영길 인천시장. ⓒ 시사저널 전영기
중앙 정치가 못마땅한가 보다.

국회의원을 하지 않으니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 좋지만 한편으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니 답답하다. 이중성에 시달린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한마디 거든다면.

이념 대결을 극복해야 한다. 북한이 지속 가능 체제가 아님이 확인됐는데 무엇을 걱정하는가. ‘주체사상 만세’ 하는 사람 몇이나 된다고 ‘빨간 것’을 걱정하나. 우리가 이룬 성과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보수·진보 타령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 듯하다. 당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대화록’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널려 있는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한다. 노 대통령의 언급이 설령 이중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안 했다고 해야 옳다. 마치 북한더러 ‘당신네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했다고 당신네 국가기관이 주장하고 있으니 그대로 이행하라’며 부추기는 격 아닌가. 국정원이 이적행위를 한 꼴이다. 상대가 북한이기에 망정이지 일본이라면 당장 그런 식으로 치고 나왔을 것이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NLL 문제는 1991년 남북합의서 내용대로 처리하면 된다. 


새누리당 후보들과 힘겨운 싸움 예고

지난 2010년 6월의 인천시장 선거는 막판까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의 낙승으로 점쳐졌다. 선거일이 가까워서야 민주당 주자로 확정된 송영길 후보가 현직 시장 프리미엄까지 더한 안 후보를 상대하기는 다소 버거운 것으로 보였다. 선거 일주일 전 한 유력지는 안 후보 41.9%, 송 후보 33.4%로 보도하는 등 대개의 여론조사가 안 후보가 5~10%포인트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송 후보가 안 후보를 8.3%포인트 앞선 것이다.

대역전 한판승을 거둔 송 시장은 당선 다음 날부터 시정을 살피는 등 열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최근의 종합평가는 송 시장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수준이다. 한 언론사의 최근 여론조사 역시 새누리당 ‘예상 후보들’과의 싸움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준다. 송 시장은 새누리당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황우여 대표최고위원이나 이학재 의원 모두에게 오차 범위 수준이나마 밀리는 형국이다. 황 대표에게는 5%포인트, 이 의원에게는 1.5%포인트 정도 뒤처지는 것으로 나온다. 지지율이 아닌 단순 ‘시정 평가’도 ‘잘하고 있다’(39.0%)와 ‘잘못한다’(39.9%)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1.6%의 득표율로 48.0%에 머무른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눌렀다. 그런데 인천에서 박 후보 득표율은 51.6%, 문 후보는 48.0%였다. 전국 득표율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와 관련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잘한다’는 62.8%인 데 반해 ‘잘못한다’는 23.2%에 불과했다. 10개월여 후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나 현재는 새누리당이 점수를 더 얻는 게 분명해 보인다. 지금 송 시장의 입장에서는 ‘여권이 대선 후 첫 전국적 선거에서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징크스와 ‘선거 막판 뒤집기’ 저력을 믿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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