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국회’란 말 쓰지나 말든지
  • 조수영 인턴기자 (kachi21c@gmail.com)
  • 승인 2013.07.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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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정보공개 비율, 공공기관 가운데 ‘낙제점’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자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곳이다. 이것이 교과서에 충실한 정의다. 동시에 이런 추론도 가능하다. ‘국회는 견제와 감시를 하지만 자신은 견제와 감시로부터 자유롭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국회는 여타 공공기관에 비해 견제와 감시를 거의 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회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기관이 없다. 한마디로 무소불위다. 국회가 감시 기능을 가졌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통제권 밖에 있는 것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ㆍ이종현
국회의장단 특경비 내역이 국가 안보 사안?

감시의 사각지대인 국회를 감시할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행정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보공개 시스템을 활용하면 투명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 국회에선 국회사무처 산하 기구인 의정종합지원센터가 이 일을 맡고 있다. 국회의 업무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CCTV’의 기능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철옹성 같은 국회의 ‘정보 곳간’을 풀 열쇠를 쥔 곳이기도 하다. 국회사무처는 ‘열린 국회’ ‘현장 국회’ ‘공감 국회’ 등의 기치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국회의 CCTV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시민단체인 정보공개센터가 국회사무처측에 청구한 정보공개 처리 현황을 통해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제도 운영 실태를 들여다봤다. 2008년부터 2013년 1분기까지의 정보공개 처리 내역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 들어온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모두 609건이었다. 이 가운데 올해 청구 건수(66건)를 제외하면 국회사무처는 해마다 대략 110건에 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받고 있다. 물론 정보를 청구한다고 해서 원하는 정보를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정보를 부분적으로 공개하거나 비공개할 수 있다.

문제는 정보공개법의 모호한 규정을 들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행태다. 국회사무처가 해석상 애매한 규정을 핑계로 국회에 불리한 정보를 숨기려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인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 실태와 문제가 몇몇 청구 사례들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사무처에 2011~12년 국회의장단의 특정 업무 경비(특경비)와 활동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특경비는 각 기관에서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 업무 수행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2013년 기준 국회의 특경비 규모는 경찰청, 국세청, 법무부, 해양경찰청, 대법원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큰 규모다. 지금까지 관례로 보면 특경비는 지급 대상과 업무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은 ‘눈먼 돈’ 성격이 강했다.

국회 정보공개 수준, 행정부보다 10년 뒤떨어져

국회사무처는 특경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 위원들의 활동비 집행 내역이 국가 안보와 통일, 외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는 “국회가 국정원이나 국방부도 아닌데 관련 법 조항을 너무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외교·국방에 관련된 정보라고 해서 무조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소속 의정종합지원센터 고상근 센터장 또한 “해당 법령이 포괄적인 측면이 있긴 하다”며 “(활동비와 관련된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오면) 실무진들 또한 법령을 적용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해 모호한 법 조항을 인정했다.

최근 몇 해 동안 국회사무처에 요구한 정보공개 청구 처리 현황을 보면 대체로 업무추진비·특경비 등 활동비에 대해서는 비공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정보공개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의 해외출장비·활동비·특경비와 관련된 정보는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이 중엔 행정심판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이렇다 보니 국회사무처가 정보공개에 비협조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 비율은 62%(609건 가운데 379건 공개)에 불과했다. 국회사무처·법원행정처·헌법재판소사무처·중앙선관위를 제외한 1만3525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율은 81%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국회에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많은데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뿐더러 청구해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국회는 정보공개 수준이 행정부보다 10년은 뒤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 공공기관이 설치한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회)에서 한다. 국회사무처는 해당 법률에 따라 7명으로 구성된 심의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심의회는 1명의 위원장과 3명의 내부 인사, 국회사무총장이 위촉한 3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시사저널>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외부 위원은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개인당 25만원을 지급받는다. 이들의 임기는 2년이다.

국회사무처 작성 심의회 의견서 ‘부실 투성이’

하지만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심의회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장단의 활동비 집행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심의회 의결에 따라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재차 비공개를 통지했다. 당시 국회사무처에 해당 정보를 청구했던 정보공개센터측에선 이의신청 과정에서 나타난 심의회의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사무처가 작성한 심의회 의견서만 봐도 그렇다.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의견서에는 심의회 위원들의 개별 의견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심의위원들의 서명이나 날인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강성국 간사는 “의견서를 보면 실제 심의회가 열렸는지조차 의심이 된다. 의견서는 워드프로세서만 있으면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회의록 공개는)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법 조항에 저촉된다”며 “회의록을 공개하면 심의위원들이 부담을 느껴 자유로운 회의 진행이 안 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국회의 성역화를 경계한다. 전진한 소장은 “행정부는 국정감사에서 많은 지적을 받다 보니 상당히 개선됐는데, 국회는 제도 개선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공개하기에 민감한 국회 관련 정보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나 안보 논리를 들이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보공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장주병 박사는 “데이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은 시민 파트”라며 “문이 쉽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공공 데이터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의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정보공개심의위원 비공개 이해 안 돼”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간사 인터뷰


국회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접근 제한 구역’이다. <시사저널>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명단’을 청구했지만 해당 자료는 얻을 수 없었다.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보’라는 이유에서다.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는 “국회사무처의 정보공개제도 운영 문제가 심각한데 정작 자신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기관의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로 4명의 내부 위원과 3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심의위원장 1명이 포함돼 있다. 위원장은 대개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 위촉한 내부 담당자가 맡는다.

심의위원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맡나.

관련 법률상으로는 국가 기관의 업무 또는 정보공개에 관한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심의회 위원들의 명단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적절한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있는지, 위원들이 정보공개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 참고로 나는 지금 은평구청의 정보공개심의회 위원이다. 하지만 내 이름이 공개되는 것이 정보공개심의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의회 운영이 다소 형식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정보공개심의회가 객관적인 관점을 가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지 않으면 형식적으로 치우칠 것이다. 공공기관의 거수기 노릇을 할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위원장을 포함하면 7명 중 4명이 해당 공공기관 공무원이다. 정보공개심의회의 심의는 1차적으로 해당 공공기관이 비공개한 청구를 다시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 위원들은 기본적으로 비공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정보공개 청구를 활성화하려면 기관장 의지나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 정보공개의 의지가 없을 때 국회사무처 같은 사례가 나타난다고 본다. 정보공개에 대한 자기 평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 혹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셔도 좋고, 이미 공개되었지만 묻혀 있던 정보도 좋습니다. <시사저널>에 보내주십시오.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정보는 취재를 덧붙여 <시사저널>에 싣겠습니다.

 

응모 분야
① 정보 공개  ② 정보 찾기

응모 대상
① 정보 공개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
② 정보 찾기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시스템에 공개된 자료

접수 방법 : 이메일 혹은 등기우편으로 접수

제출 서류
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정보 공개), 혹은 정보공개 시스템에서 받은 파일(정보 찾기)
② 본인의 이름 및 연락처와 정보 공개 혹은 정보 찾기에 대한 간단한 설명

보내실 곳 : open@sisapress.com /
(140-737)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302번지 <시사저널> 편집국

응모 마감 : 2013년 10월31일

문의 : (02)3703-7024 / khg@sisapress.com

시상 : 대상 300만원 및 상패, 우수상 100만원 및 상패,
           장려상 50만원 및 상패

주최 : <시사저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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