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0, 집 한 채뿐인데…
  • 송승용│㈜희망재무설계 이사 ()
  • 승인 2013.07.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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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땐 즉시연금, 저금리 땐 주택연금 유리

올해 62세인 박창선씨는 아껴두었던 퇴직금을 얼마 전 자녀 결혼 때 거의 다 써버렸다. 빚은 없지만 갖고 있는 자산은 살고 있는 5억원짜리 집이 전부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부인은 건강 악화로 조만간 일을 그만둬야 한다. 국민연금으로 매월 80만원을 받고 있지만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직접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여의치 않자 박씨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주변에서는 집을 작은 규모로 옮기고 남는 돈으로 연금 상품에 가입하라는 조언도 한다. 박씨는 두 가지 대안을 놓고 어떤 것이 유리한지 알아보는 중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부모들은 ‘낀 세대’다. 자신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동시에 자식들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일하더라도 자식들 키우고 독립시킨 후 덜렁 집 한 채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매달 손을 벌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씨처럼 주택연금에 가입하거나, 살고 있는 집의 규모를 줄이고 남는 자금을 연금 상품에 가입해 월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게 더 이득일까.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역모기지론이라고도 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취급하며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가 자신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주택 소유자의 나이가 만 60세가 넘으면 이용할 수 있다.  연금액은 부부 중 나이가 어린 사람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박씨의 경우 주택 가격이 5억원이고 부인의 나이가 만 60세면 매월 115만원을 주택연금으로 받게 된다. 1억원당 월 23만원씩 연금을 받는 셈이다. 이 정도면 국민연금 80만원을 합해 부인이 일을 그만둬도 자식 도움 없이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다.

매달 받는 액수는 즉시연금이 많아

박씨가 현재 살고 있는 5억원짜리 집을 팔고 2억원 규모의 전세로 이사를 가면 3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돈으로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평생 연금을 받되 최소 연금 보증 기간을 30년으로 정하면 매월 124만원(공시 이율 연 3.9% 기준)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5억원짜리 집에 살며 받는 월 115만원의 주택연금에 비해 9만원을 더 받는다. 이처럼 즉시연금(가입 금액 3억원)이 주택연금(가입 금액 5억원)보다 가입 금액은 2억원 적지만 연금 수령액이 많은 이유는 뭘까. 참고로 1억원당 연금수령액은 즉시연금이 41만원, 주택연금이 23만원 정도다.

즉시연금은 내 돈을 맡기고 연금을 받지만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로 연금을 받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 즉시연금은 가입 초기 사업비(가입 금액의 6% 정도)와 유지·관리를 위한 수수료로 연금액의 0.5% 정도를 비용으로 부담한다. 반면 주택연금은 대출 방식이므로 대출 이자(CD 금리+1.1% 금리로 현재 연 3.9%)와 수수료(초기 보증료 2%, 연 보증료 0.5%)를 총 연금 지급액에서 차감한다. 결국 내 돈을 맡기고 이자와 함께 연금을 받느냐(즉시연금), 아니면 대출 이자를 부담하면서 연금을 받느냐(주택연금)에 따라 연금 수령액에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택연금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예측해보자. 예를 들어 3억원을 연 3.9% 금리로 대출받으면 30년간 내는 이자의 합계는 총 2억940만원이다. 즉, 주택연금 가입액 5억원에는 5억원의 약 41%에 해당하는 대출 이자 2억940만원과 보증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실제 이자와 보증료 등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으며, 여기서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임을 전제로 함). 따라서 주택 가격 5억원에서 대출 이자 2억940만원과 보증료를 빼고 3억원도 안 되는 금액에 대해 연금을 받는 셈이다. 단지 대출 이자와 수수료를 매달 내지 않고 사후에 정산할 뿐이다. 그렇다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전세로 이사하거나 집 규모를 줄이고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게 더 이득일까.

금리 상황이 선택에 중요한 변수

금리 상황이 득실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주택연금은 향후 대출 금리가 변동되더라도 가입 당시 정해진 연금을 고정적으로 받는다. 반면 즉시연금의 경우 변동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연금액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시중 금리가 하락하면 연금액이 줄어든다. 다만 보험사는 최저 보증 금리를 정해놓고 금리가 아무리 하락해도 연 2% 정도의 이자율은 보장해준다. 그러나 현재 보험사의 공시 이율(즉시연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로서 매달 변동됨)이 연 3.9% 정도이고 최저 보증 금리가 연 2.0%임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

최저 보증 금리 연 2%를 적용할 경우 앞서의 박씨가 받는 연금액은 현재의 월 124만원에서 월 96만원으로 줄어든다. 오히려 매월 115만원씩 받는 주택연금보다 19만원을 덜 받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즉, 금리가 높을 때는 즉시연금이 연금 수령액이 많아져 유리하고, 금리가 낮으면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주택연금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금리 외에 다른 변수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이사를 가야 하거나 주택을 팔 가능성이 있다면 주택연금 가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사를 가거나 주택을 팔 경우 주택연금은 중도 해지되고 이때 이자와 초기 보증료(2%), 연 보증료(연 0.5%) 등 부대 비용을 한꺼번에 정산해야 한다. 또한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전세로 사는 것에 비해 재산세·건강보험료·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계속 거주할 수 있어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되며 집값이 빠지더라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오래 살아서 대출 원금과 이자가 집값을 초과하더라도 추가 부담이 없으며, 반대로 사후 정산 때 남는 돈이 있으면 가족에게 돌려준다. 만약 집값이 오르면 대출금을 상환하고 다시 주택연금에 가입해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단, 이 경우 초기 보증료 2%는 다시 내야 하며 가입 시점부터 최소 5년 이상 경과해야 한다.

결국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일방적으로 한쪽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령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 마음에 들어 이사 갈 생각이 없거나 주택을 제값에 팔 수 없다면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주택 규모를 줄여 고정비를 줄이고 금융 상품을 활용하고 싶다면 즉시연금 등 월 지급식 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입 당시의 금리와 향후 주택 가격이 주택연금 선택 시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면 크게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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