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매 vs 네이버 패권 전쟁 불붙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8.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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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유력 언론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네이버 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이 6월 이후 네이버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이저 신문사들이 올 하반기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이 네이버 협공에 나선 이유로 지목된다.

 

인터넷 포털 업계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가 연일 메이저 언론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등 유력 언론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해 네이버를 협공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네이버가 ‘움찔’하기만 해도 ‘조·중·동·매’의 1면 기사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네이버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 기사를 싣고 있는 매체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7월11일부터 22일까지 5회에 걸쳐 ‘온라인 문어발 재벌 네이버’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 시리즈를 내보냈다. 앞서 중앙일보는 6월11일부터 13일까지 3회에 걸쳐 ‘창조경제 발목 잡는 공룡 네이버’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실었다. 매일경제 또한 7월9일부터 11일까지 ‘약탈자 네이버’라는 기획 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아일보는 틈틈이 네이버 비판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7월12일자 4면에 ‘온라인 甲 네이버 등 포털 개혁 인터넷 경제민주화법 만든다’, 7월29일자 8면에 ‘클릭당 10만원 검색어 광고도 있어’ 등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중앙·매경에 비해서는 강도가 낮은 편이다.

네이버에 대한 조선·중앙·동아·매경의 공격 논리의 핵심은 ‘갑을 관계’로 모아진다. 네이버가 70% 이상의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무기로 내세워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결국은 영세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질타를 견디지 못해서였을까. 네이버는 7월2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상생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상생, 공정, 글로벌 선도’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NHN은 이날 간담회에서 네이버 서비스 상생협의체 구성, 벤처기업 상생협의체 조직, 1000억원 규모의 벤처 창업 지원 펀드와 문화 콘텐츠 펀드 조성, 검색광고 표시 개선, 음란물 등 불법 유해 정보 차단 대책 마련 등의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네이버의 이런 유화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준 꼴이 됐다. 네이버를 겨냥한 기사가 또다시 쏟아진 것이다. 중앙일보는 7월29일 ‘불법 성매매 통로 네이버 카페, 적발 4년 새 10배’라는 보도를 내보냈고 조선일보도 같은 날 ‘사기 배움터 된 중고품 카페, 손 놓은 네이버’라는 기사를 실었다. 모두 인터넷 카페가 각종 범죄의 온상지가 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 기사였다. 7월30일부터는 네이버가 발표한 상생 대책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네이버로선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 됐다.

네이버에 대한 비판이 이유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5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사옥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에 들어간 이후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 시장 독과점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여기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규제 바람이 인터넷 쪽으로 옮겨가 네이버를 둘러싸고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시사저널> 또한 지난 5월22일자 제1231호 커버스토리 ‘네이버의 탐욕’ 편에서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전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유력 언론사들이 유사한 내용의 기획 기사를 ‘합창하듯’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도 시점 또한 ‘온라인 골목상권’ 논란이 한창 뜨겁던 시기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이 돌아가며 ‘네이버 때리기’에 나선 ‘속내’는 무엇일까. 언론계 안팎에서는 비판의 이면에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둘러싼 언론사측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헌 NHN 대표가 7월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포털 ‘공짜 뉴스’는 뉴스 유료화 걸림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유력 매체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정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솔직히 지금 네이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업계 목소리는 이전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와서 동시다발로 네이버의 독과점 문제를 다루는 것이 이상하다”며 “논란이 일어난 시점을 잘 봐야 한다. 바로 언론사들이 한창 뉴스 유료화로 민감할 때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지적대로 올 하반기 언론사들의 화두는 단연 ‘뉴스 유료화’다. 조선·중앙·동아·매경 모두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공짜 뉴스’는 이들이 추진하는 뉴스 유료화에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가장 앞장서서 네이버 비판에 나서고 있는 조선일보가 뉴스 유료화 추진에도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은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유료화 추진을 위한 ‘프리미엄콘텐츠팀’을 꾸렸고, 오는 9월 ‘프리미엄 조선(가칭)’이라는 이름으로 뉴스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런 방침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방 사장은 지난 3월 조선일보 93주년 기념사에서 “2013년을 ‘콘텐츠 유료화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종이신문의 선두 주자인 조선일보가 뉴스 유료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 조만간 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도 유료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뉴스 유료화를 중점 과제로 보고 있다”며 “유료화를 추진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운영한 지 한 달이 넘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측도 “콘텐츠 유료화는 현재 모든 언론사의 화두”라며 “어떤 방식으로 유료화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연합뉴스 속보 서비스나 지난 4월1일 도입한 뉴스스탠드 서비스 역시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하루 평균 1200여 건의 텍스트 기사를 포털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신문사들은 연합뉴스가 포털에 어마어마한 양의 기사를 공급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포털 중심의 온라인 뉴스 유통 구도를 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중앙·동아·매경은 연합뉴스측에 포털 탈퇴를 요구한 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조선일보는 2월에 연합뉴스와의 전재 계약을 중단했고 동아일보도 7월1일 연합뉴스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매경도 현재 전재 계약 중단을 검토하는 중이다.

최근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유력 신문사들이 연일 네이버를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년 전에도 ‘네이버 때리기’ 나서 

유력 언론사가 번갈아가며 ‘네이버 때리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에도 조선·중앙·동아가 사이비 언론 문제를 다루는 기획 기사를 잇달아 내보내며 네이버 비판에 나선 적이 있다. 조선일보는 2012년 6월15일자 2면에 ‘기업들, 포털 업은 사이비 매체 협박에 못 살겠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 조선은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허위 기사를 포털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광고주인 기업에 광고·협찬비를 요구한다’며 ‘이런 피해에 대해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2012년 6월20일 ‘책임은 안 지는 거대 권력 포털, 사이비 매체 행패에 눈감아’라는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유사한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 조선·중앙·동아의 네이버 집중 공격에 대해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지난해 7월 이들 3개 신문사는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탈퇴하는 것을 신문협회 회원사들과 검토하고 있었다. 네이버에 뉴스 유통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실과 네이버 뉴스캐스트 서비스에서 유력 언론사와 신생 언론사의 콘텐츠가 등가적으로 배열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다.

이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권력이 콘텐츠 생산자에서 유통자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벌어진 미디어 주도권 다툼으로 볼 수 있다. 신문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조선·중앙·동아는 한 손으로는 ‘네이버 탈퇴’로, 다른 한 손으로는 ‘비판 기사’로 네이버를 압박했지만 네이버를 굴복시키지 못했다.

언론사 관계자는 “당시 포털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한 것은 신문협회 차원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개별 신문사들의 입장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사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탈퇴하면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포털 탈퇴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게 공조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네이버가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기반으로 ‘온라인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의 소리가 있다. 하지만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 시점과 방향이 좌지우지되는 것 또한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정민 한국온라인콘텐츠협회 회장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의 비판이 ‘무조건 규제하라’는 식으로 귀결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서비스 상권에서 네이버의 진출을 규제했을 때 구글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게 불 보듯 빤하다. 구글은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규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언론계에서 수년 전부터 고민해온 숙원 사업이다. 신문사의 수익 구조가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종혁 경희대 언론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네이버 중심의 유통 구조’로는 언론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유료화보다 더 시급한 것이 바로 네이버 독과점의 뉴스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 깨야

이 교수는 “뉴스 유료화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네이버가 뉴스를 ‘인링크’하는 시스템”이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용자 측면에서는 네이버 등 포털로 인해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생겨버렸다”며 “언론사는 유료화와 함께 콘텐츠를 강화해 소비자가 유료화에 따른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의 거센 공격을 네이버는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네이버는 그동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묵묵부답’에 가까운 자세를 취해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와 정치권이 합세해 ‘네이버 규제안’을 내놓는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측 관계자는 “네이버를 비판하는 언론사 가운데 직접적으로 ‘뉴스 서비스’ 때문에 비판한다고 속내를 내비치는 곳도 있다”며 “지금 주요 언론사들의 비판 속에도 그런 맥락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론사들의 비판 속에 네이버가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도 담겨 있다”며 “이미 네이버 서비스 파트너들과의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사도 서비스 파트너이므로 조만간 상생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들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전면 시행되면 언론사와 네이버 간 ‘2차전’의 총성이 울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이후 언론사들이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에서 집단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는 10월부터 온라인 뉴스 전면 유료화에 나서기로 한 내일신문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에 기사 제공을 중단할 방침이다. 다른 신문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유료화에 나설지, 또 네이버는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거세지면서 언론, 정부·정치권에 이어 소상공인들도 들고 일어섰다. 검색 점유율을 무기로 인터넷 ‘슈퍼 갑’으로 군림해온 네이버의 횡포에 소상공인이 직접 ‘집단행동’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창준위)는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인터넷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소상공인 네이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네이버의 횡포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서겠다고 7월31일 밝혔다. 네이버 대책위는 8월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소상공인 NHN 피해 사례 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네이버에 대한 공격의 불길이 점점 크게 번지고 있다. 시작은 지난 4월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네이버의 인터넷 부동산 거래 독과점에 대한 간담회를 실시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골목상권’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도 가세해 5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밝히기 위해 NHN 사옥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를 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월22일 인터넷 검색 서비스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반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NHN에 대한 공정위 조사와 시기가 맞물려 네이버를 타깃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미래부는 7월24일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키워드 검색 광고를 규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속내를 드러냈다. 미래부는 오는 9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포털 검색 시 나오는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는 검색 결과와 명확하게 구별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 7월 새누리당은 9월 정기국회 때 이른바 ‘네이버 규제법’을 발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당 법안은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준비하고 있으며, 8월 말에서 9월 초에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이미 번질 대로 번진 후였다. NHN은 7월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다양한 상생 방안을 내놓았으나 ‘알맹이 없는 상생’이라는 비난을 샀다. 창준위측은 “NHN이 상생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는 상생에 대한 의지가 없는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네이버 대책위를 결성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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