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탠드’ 선정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 이상승│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3.08.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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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규제는 소비자 중심으로…언론사와 동일한 책임 부과 필요

국내 1위 포털·검색엔진 사업자인 네이버에 대한 성토가 연일 주요 일간지 특집 기사로 등장하고 있다. 비판 내용은 다양하나 대부분 네이버의 ‘경쟁 사업자’의 시각에서 제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털·검색엔진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특정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포털·검색엔진에 대한 규제 정책이 입안·집행되는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면 ‘경쟁법의 목표는 경쟁 사업자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경쟁 과정에 대한 보호를 통한 소비자 복지의 증대에 있다’는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여기서 ‘경쟁 과정에 대한 보호’란 정당한 경쟁은 권장하고 부당한 시장 지배력 남용은 제재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 하더라도 기술과 소비자 선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이로써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행위는 ‘정당한 경쟁’으로 보호된다.

7월23일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에서 ‘네이버 독과점’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에 반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이른바 ‘슈퍼 갑(甲)’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제재 대상이 된다. 가령 자신의 거래처들이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끼워 팔기’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 그리고 경쟁 사업자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 등은 부당한 지배력 사용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 지배적 포털·검색엔진에 대해 ‘해야 할 규제’와 ‘해서는 안 되는 규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검색광고를 광고라고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는 행태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네이버를 즐겨 찾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검색을 통해 찾는 정보를 네이버가 최적화해 ‘연관성의 순위’로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검색 시스템은 이와 거리가 있다. 가령 네이버에서 ‘서초동 맛집’을 검색해보면, 검색 초기화면에 노출되는 ‘파워링크’는 모두 광고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9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포털 검색 시 나오는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는 다른 것과 명확하게 구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의 소비자 보호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 또한 지난 3월 주요 검색엔진 사업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광고 링크의 배경색과 음영 처리를 달리하고 명확하게 광고라는 점을 설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신생 업체 기술·지적재산권 무단 도용 제재해야

두 번째는 외부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무단 복제하는 행위다. 네이버가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되기까지 블로그나 카페, ‘지식iN’ 서비스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그런데 일부 블로거가 인기를 끌려고 외부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방지 조치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네이버 등 주요 검색 사업자는 앞으로 훨씬 더 강력한 사전적 방지 조치(복제·인용·가공한 글의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히도록 하고, 검색 시스템의 정교화를 통해 원문 여부를 더 정확히 판독)와 사후적 제재 조치(저작권자의 신고 시 ‘불펌’ 글의 삭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반 정도가 심각하고 반복적일 경우 해당 블로그의 폐쇄 및 블로거 강제 퇴출 등)를 취해야 한다.

다음으로 네이버와 같은 시장 지배적 검색엔진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경쟁 서비스보다 우대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기준을 세워 제재해야 한다. 이 문제는 미국의 FTC와 유럽의 유럽집행위원회(EC)가 지난 2년여 동안 구글을 집중 조사하면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지난 1월 미국 FTC는 구글이 자신의 서비스를 경쟁 사업자의 서비스보다 검색 결과의 상단에 보여주는 행위를 문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C는 가격 비교 서비스 등의 경우 구글이 자신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먼저 보여주는 행위에 대한 제재 여부를 계속 검토 중이다.

네이버의 경우 ‘미스코리아 이효리’로 검색하면 네이버 뮤직만 검색 결과에 노출되고 경쟁 음악 사이트인 ‘멜론’이나 ‘벅스’는 아예 검색 결과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효과가 없어 보이는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지배적 포털 검색엔진이 신생 벤처업체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 돼야 한다. ‘사업 아이디어’는 누구나 모방할 수 있는 것이므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위법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술·지적재산권 무단 도용이 발생할 때 소규모 벤처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에 있다. 미국에서는 법원이 해당 소송에 근거(merit)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피고 회사가 관련 자료를 모두 원고에게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증거 개시 절차(discovery)’가 있다. 증거 개시에 들어가면 피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회사 중역들의 선서증언(deposition) 준비에 따른 시간, 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원고 회사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벤처기업들의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도용할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한다.

박근혜정부가 신생 벤처의 기술 개발을 보호해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증거 개시 절차’ 도입이 시급하다. 그렇게 하면 중소 벤처기업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소송을 통한 피해 구제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형 포털의 독과점 규제를 위한 정치권의 법·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논의의 한 축에 ‘해서는 안 되는 규제’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담겨야 할 것이다. 시장 지배적 포털·검색엔진이라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등장과 같은 기술 발전에 따라 소비자 선호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오픈마켓 진출 등 네이버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네이버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 특히 오픈마켓은 이베이가 운영하는 지마켓과 옥션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과점 구조다.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 대한 중요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해 최종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판매자들에 대한 수수료 인하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한편 네이버의 ‘뉴스스탠드’와 같은 서비스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포털이 자신의 뉴스 페이지에 어떤 기사를 어떤 순서로 게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 기능의 핵심인 편집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기사를 자신이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나 신문사가 취재한 내용을 전재하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다른 언론사와 동일한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점유율이 높은 포털은 그만큼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이 크므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법 제정을 통해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네이버가 초기화면의 ‘뉴스스탠드’에 포함되는 언론사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신망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해 언론의 다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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