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 다시 ‘의혹의 꽃’ 피다
  • 충북 음성=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3.08.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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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일대 땅 수백만 평 집중 매입…주민들, ‘횡령’ 의심

‘꽃동네’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 시설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다. 꽃동네가 위치한 충북 음성군 주민들 중 상당수는 꽃동네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꽃동네 이사장인 오웅진 신부 등의 도덕성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7월24일 음성 주민 ㄱ씨는 오웅진 신부와 그가 대주주인 농업회사 법인 ‘꽃동네 유한회사’ 관계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꽃동네를 내세워 수백만 평의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을 저지른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호응하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30여 명의 주민이 결성한 ‘음성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ㄱ씨의 고발 내용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7월3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꽃동네 복지단체에 투입한 국가보조금과 국민의 사랑이 담긴 후원금으로 불법 매집한 수백만 평의 땅에 대한 횡령 혐의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모임측은 7월31일 현재까지 서명운동에 참여한 주민이 25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 관리를 총괄하는 본관 건물 전경. 작은 사진은 오웅진 신부. ⓒ 시사저널 박은숙
2003년 횡령 의혹은 ‘증거 불충분’ 무혐의

꽃동네는 1976년 설립된 천주교계 사회복지 시설이다. 생계를 의탁할 곳이 없는 심신장애자·걸인·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 다섯 칸, 부엌 다섯 칸짜리 작은 집에서 시작된 꽃동네는 이후 ‘민간 복지’를 대표하는 곳으로 급성장했다. 힘없고 병든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각인됐다. 현재 2000여 명이 이곳에서 요양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규모다. 그 상징성 때문에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관계 인사들이 이곳을 자주 찾았다. 입지전적인 위상을 지닌 오 신부와 꽃동네가 다시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에 휩싸인 까닭에 전국에서 관심이 높다.

꽃동네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에 시달려왔다. 회계 투명성, 사회복지 철학, 무제한적 팽창,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1998년 충청북도 국정감사에서 “음성군 일대 부동산을 꽃동네가 전부 매입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논란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점화했다. 꽃동네가 음성군 일대에서 ‘금광 전쟁’을 시작하면서다. 금광 채굴업체 대륙광업(옛 태화광업)과의 갈등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오 신부 등 4인을 업무 방해·명예훼손 혐의와 함께 횡령·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오 신부 등은 최종심에서 모든 기소 항목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세간의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최근 일부 주민이 다시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2003년의 횡령 의혹은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의 대규모 자금을 가족들의 농지·임야 구입 비용으로 유용했다는 것이었다. 꽃동네에서 관리하던 자금이 이들에게 흘러가 토지 매입 비용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꽃동네가) 각 토지를 구입하면서 등기 절차 등 편의상 친인척 명의를 일시적으로 빌린 것”이라는 오 신부 주장을 뒤집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업무상 횡령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확정됐다.

최근 불거진 횡령 의혹은 그 내용이 다르다. ㄱ씨가 일부 주민을 대표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제기된 주요 의혹은 ‘증거 불충분’이었던 2003년 당시에 비해 좀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1980년 이래 꽃동네가 구입한 수백만 평 농지와 대지 임야의 매매 대금 출처, 소유권의 이전 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이 발견된다.

주민 소유의 논 바로 옆이 꽃동네 토지로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꽃동네 유한회사, 수녀·수도사 땅 사들여

꽃동네 인근을 중심으로 음성군 각지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오웅진 신부 등 꽃동네의 수녀 및 수도사 명의로 구입된 토지가 많다. 이 토지들은 불과 수년 전까지의 기록만 보면 천주교 청주교구 유지재단으로부터 근저당이 잡힌 형태다. 즉 수녀·수도사의 명의를 빌렸을 뿐, 실제 권리는 청주교구 유지재단이 행사하는 땅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 땅들은 2009년부터 2011년에 걸쳐 소유권이 대거 ‘꽃동네 유한회사’로 넘어간다. 지난해 <시사저널>은 꽃동네가 이 ‘유한회사’를 통해 대규모 토지를 매입해왔음을 추적 보도한 바 있다.

유한회사는 2009년 꽃동네측이 설립한 농업회사 법인이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사업 목적으로 ‘농축산물의 생산 및 판매를 주사업으로 하는 회사’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시사저널>이 확인한 유한회사 매입 토지는 음성군·청원군 등을 통틀어 총 315필지다. 면적은 59만4666㎡(약 18만평)에 달한다. 이 회사가 명목상의 목적과는 다른 의도를 갖고 설립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꽃동네측은 왜 갑자기 유한회사를 설립해 기본 사업 목적과는 무관한 일을 벌인 것일까. 의혹의 초점은 꽃동네측이 기존 수녀·수도사가 ‘명의신탁’ 소유권자였던 토지를 매입하고 나선 데로 맞춰진다. 주민 고발장에서는 개인 재산이 아닌 자금으로 토지를 취득한 꽃동네 관계자들이 이를 유한회사에 현물 출자·매각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땅을 청주교구 재단에 근저당 잡힌 것은 국정감사나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며, 이 과정을 통해 과거 토지를 살 때 사용했던 꽃동네 국가보조금·후원금 등을 재단에 귀속시키지 않고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발장에는 ‘꽃동네는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때문에 부동산 매입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적법한 토지 거래인지, 이 과정에서의 횡령 여부를 수사 당국에서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나와 있다. 고발장에서 주민들은 2003년 기소 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부분도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당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토지 매입 자금의 출처, 대법원 판결 이후 문제의 땅이 다시 오웅진 신부의 친형에게 귀속된 점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한 오웅진 신부측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자는 7월31일 꽃동네를 찾았다. 꽃동네 관계자는 “오웅진 신부가 이탈리아 출장 중이라 연락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꽃동네측 변호를 맡고 있는 임광규 변호사는 기자와 대면하자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꽃동네 인근의 매입 토지들을 찾아가봤다. 꽃동네측이 소유한 땅과 일반 주민들 땅은 한눈에 확연하게 구분됐다. 농지나 과수원 터로 활용될 수 있는 땅들이 제구실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리하기 쉬운 품종으로 알려진 느티나무를 심어둔 토지가 많았다. 호박을 심어놓고 썩어 문드러지도록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 땅도 보였다. 현재 상황만 봐서는 ‘실사업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것 같지는 않았다.

왜 복지시설이 ‘땅’ 매입에 나서나

음성 주민들 사이에서 꽃동네에 대한 인상은 엇갈린다. 맹동면 주민 지은아씨(46·여)는 “꽃동네는 정말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다.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다 금광을 개발하려는 쪽에서 음해하는 것이다. 일부 과오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반면 금왕면 주민 김 아무개씨(56)는 “꽃동네가 땅을 많이 산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복지시설이 왜 그렇게 땅에 열을 올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대소면 주민 권 아무개씨(60)도 “‘혁신도시 유치, 음성 나들목 신설, 골프장 건설 등으로 꽃동네가 재미를 많이 봤다. 땅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금광 건설할 때는 그렇게 환경 걱정하던 (꽃동네) 사람들이, 정작 골프장 들어올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지인이 많은 꽃동네에 막대한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 한 50대 남성은 “꽃동네는 음성군의 복지 예산을 가져가는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자꾸 비리니 횡령이니 의혹이 나오니까 감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의혹의 당사자인 꽃동네는 침묵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꽃동네에 비판적인 주민들을 모으기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한 지역 방송 프로그램에서 꽃동네의 재산 문제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다. 그것을 보니 너무 의혹이 많더라. 주변 이웃들도 그 실체를 궁금해했다. 최근 ㄱ씨가 청주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2003년에도 재판이 한 번 있었다고 하는데, 유야무야 끝난 느낌이 있었다. 의혹이 다시 불거진 만큼 제대로 공정하게 수사해달라는 뜻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었다.

현재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청주지검, 대검찰청, 청와대에 주민들의 진정을 넣으려 한다. 꽃동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모임의 뜻에 동의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2500여 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이것을 충주지검에 제출하고, 5000명까지 서명을 받아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진정을 제기하려 한다.

횡령 부분은 2006년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증거 불충분이었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09년 89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꽃동네 유한회사’가 설립됐다. 여기서 매입한 땅이 엄청나다. 과연 이 땅들을 성금이나 후원금, 보조금 없이 샀는지 불분명하다. 유한회사가 창출한 수익이 다 꽃동네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확실히 알 수 없다.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모임에 참여하고 동조하는 주민들이 꽃동네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듯한데.

지금 꽃동네는 음성군에서 64억원이라는 큰돈을 지원받는다. 주민들의 혈세다. 만약 이 피 같은 돈으로 땅 투기하고 주유소, 상가아파트 다 사고 일부를 돌려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면 성직자로서 할 일이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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