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튕기는 여자가 좋은 남자 만난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8.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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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에 목매는 ‘나쁜 남자’ 걸러내 ‘당기기’보다 ‘밀기’ 잘해야

30대 남성이 20대 여성과 한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남성이 먼저 도착해 힐끗 주위를 둘러보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세련된 외모의 여성이 다가왔다. 커피 잔을 마주하고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여기 음식이 괜찮아요.”

여성이 저녁을 먹자며 일식당으로 이끌었다. 내심 상대가 마음에 들었던 남성은 흔쾌히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그날 맞선 비용으로 나간 돈이 무려 20만원이 넘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천생배필을 만나기 위한 투자니까!

그 후 두 사람은 3개월 정도 만났고, 남성은 이미 여성에게 필이 꽂힌 상태였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부터 그녀는 그의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여러 번 그녀에게 전화를 했지만 계속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고, 어쩌다 한 번 전화를 받으면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음, 여자가 한 번쯤은 튕길 수도 있지! 미인의 튕기는 듯한 신경질은 오히려 남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여성의 도도함은 도가 지나쳤고 남성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돈 바쳐, 시간 바쳐 얻은 사랑스런 그녀. 이제 한숨 돌려볼까 했는데 왜 이리 튕기는 걸까?

자꾸 튕기기만 하면 남자가 포기

남녀가 서로 호감을 갖는 원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반대로 그 원리를 위반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호감이 더욱 증가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성 관계에서 상대에게 내비치는 사랑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싫은 척하면서 상대방의 관심과 호감을 높이는 ‘튕기기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살짝 튕기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수많은 연애 관련 책에서도 ‘튕기는 여자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쉽게 승낙하는 여자보다 도도하게 튕기는 여자에게 안달하게 되면서 남성 특유의 정복욕이 발동돼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힘들게 얻는 것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과 쉽게 사귈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이성에게도 쉽게 넘어가고 성적으로 문란할 것이라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거부는 싹터 오르는 상대방의 감정을 금세 식혀버릴 수 있다. 따라서 긍정과 부정의 반응을 적절하게 섞을 줄 알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협조적으로 리드하는 여성이야말로 매력적인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튕기는 여자를 보면 사납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37%, 자꾸 튕기면 지쳐서 포기한다는 남자가 8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남성이 튕기는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튕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의외로 긍정적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국 런던 대학 수학과 로버트 세이머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남성에게 사랑 고백을 받은 뒤 여성이 이를 수락하는 데 시간을 오래 끌수록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연구팀이 실험한 내용은 남녀가 연애할 때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최고의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가에 관해서였다. 만일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한 결과로 인해 연인 관계가 유지되면 점수를 받고, 헤어지게 되면 점수가 깎이는 방식이다. 연인 관계를 오래 유지하면 할수록 가산점을 받는다.

이 실험 결과에서 남성의 사랑 고백을 늦게 받아들인 여성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나쁜 남자는 성행위 없는 데이트를 계속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찍 잠자리를 허용하는 여자는 나쁜 남자를 고를 확률이 높아지고, 시간을 오래 끈 여성일수록 좀 더 성실한 남자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 세이머 교수의 설명이다. 많이 튕길수록 천생연분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파트너 정보 최대한 많이 수집해야

영국 워릭 대학과 영국 정치경제대학 연구진이 실시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성행위에서부터 성행위 후 남성이 여성을 계속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에 따라 점수를 달리 적용해 ‘좋은 남자’와 ‘나쁜 남자’를 고르는 방법을 실험에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연애 기간을 오래 가져가는 여성일수록 좋은 남성을 잡아 고득점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또 좋은 남성을 잡은 여성은 데이트 관계를 오래 유지하면서 최대한 성행위 시점을 뒤로 미뤘다. 반면 나쁜 남자를 골라 벌점을 받은 여성은 대개 초기에 잠자리를 허락했다.

연애할 때 여성의 승부수는 상대 남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겉모습만으로는 남자의 성격을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나쁜 남자’를 걸러내려 잠자리를 최대한 미루면서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자가 좋은 남자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애를 잘하는 여성은 ‘당기기’보다 ‘밀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구애 과정에서 수컷은 당기고 암컷이 미는 양상은, 암컷이 수태와 양육을 책임지는 거의 모든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수컷이 성행위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고 사라지면 그만인 반면, 암컷은 ‘성행위 이후’의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처럼 자녀의 생존과 양육에 남자의 공헌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관계에서는 좋은 남자를 고르느냐, 나쁜 남자를 고르느냐가 여자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튕기기 전략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험 부담이 많다. 적당히 콧대 높아 보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은 다른 이성들에게는 도도하면서 자신에게만은 수용적인 파트너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기에 처하면 쉽게 사랑에 빠진다 


미국의 상담심리학자이자 목사인 게리 채프먼 박사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사랑으로 채워지길 기다리는 감정의 그릇(Emotional tank)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정말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 아이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만, 그 사랑의 그릇이 비어 있을 때 그릇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연인을 키우는 건 사랑이다. 함께하는 시간, 선물, 육체적 접촉,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상대를 힘 있게 만들고 섹시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특히 남성은 자신을 믿어주고 인정해주는 여성의 말 한마디에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는다.

사랑의 쾌감을 만드는 화학물질은 뇌에서 분비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사랑의 작용에 대해 오로지 과학적 잣대만을 들이대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연인은 위기에 처할수록 더 쉽게 사랑에 빠진다. 전쟁 속의 로맨스, 부모의 반대 그리고 스릴감 넘치는 애정은 마치 기름을 부은 것처럼 사랑을 활활 타오르게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사람은 90초에서 4분 사이에 상대에게 끌리는 감정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일 한눈에 반한 연인이 있다면 바람 부는 절벽 위를 걷거나 공포영화, 번지점프, 롤러코스터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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