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절망을 헤메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08.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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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트리뷴 추적 보도 정보공개 통해 낡은 공교육 시스템에 경종

미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비슷한 시기에 두 지역에서 서로 다른 교육 정책이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캘리포니아의 발표는 ‘향상’에 방점을 찍었지만, 시카고의 발표는 ‘정리’에 주안점을 둔 것이 달랐다.

캘리포니아는 “빈곤한 이민자 가정 아이가 많은 공립학교 지역일수록 예산을 많이 할당하겠다”는 계획을 6월11일 발표했다. 아이들이 영어를 못하는 등 불리함을 안고 자란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캘리포니아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재정 예산에서 553억 달러(62조2000억원)를 교육 예산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액수가 더 늘어난다. 963억 달러(108조3000억원)를 교육에 지출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11억 달러(1조2700억원)를 기금으로 비축할 계획이다. 기금을 나누는 기준은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얼마나 있느냐다. 비율이 높은 공립학교 지역일수록 더 많은 예산을 받는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연구에 따르면, 3년 전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공립 교육 재원 시스템은 이번 계획과 정반대였다고 한다. 빈곤 가정 아이가 많은 지역 학교에는 넉넉한 가정의 아이가 많은 곳보다 교육 재원이 오히려 적게 할당됐다. 1차적 원인은 재정 붕괴다. 경제 침체로 교육 관련 예산이 삭감되자 여러 변화가 생겼다. 2009년 캘리포니아의 공립학교 학생의 빈곤율이 10%나 상승하면서 교육 환경마저 악화됐다. 교사의 봉급은 평균 400달러 정도 줄어들었고,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 대도시 교사의 급여 격차도 심각하게 벌어졌다. 가난한 아이가 많은 지역의 교사는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보다 연봉이 연간 약 1000~6500달러 적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사들이 정착하지 않고 떠나려 했고, 빈곤한 학생들은 버림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지난해 11월 증세를 했다. 아울러 경제도 반등하면서 새로운 교육 재정 시스템 마련에 착수할 수 있었다.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는 캘리포니아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지난 4월1일 시카고는 54개 공립학교를 통폐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통폐합 대상은 시카고 공립학교의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번 계획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시카고트리뷴’이 환기시킨 공교육의 모순

시카고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6세부터 15세까지 한 학교를 다닌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학교는 자연스레 지역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것이 갑자기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통폐합 대상 목록에 올라 있는 공립학교는 대부분 빈곤층 밀집 지역에 있다.

시카고가 통폐합 계획의 근거로 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육 예산 적자를 줄이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용되지 않는 학교 시설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근거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교육비의 경우 실제 따져보니 흑자였고, 사용되지 않는 학교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는 명분도 맞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리노이 주의 경우 한 학급 학생 수 기준이 22명이지만 시카고 시는 현재 한 학급을 채우고 있는 학생이 30명으로 기준치를 넘어서 있다.

공립학교 통폐합의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카고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교육위원 7명 중 절반 이상이 부유한 기업가 출신이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들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교의 문을 닫고 엘리트를 위한 학교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의심이 커졌다. 지역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무너지는 시카고의 공교육에 시민들이 자극받은 이유는 지난해 지역 유력 매체인 ‘시카고트리뷴’(트리뷴) 때문이었다. 트리뷴이 주목한 것은 ‘학교 교육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빈곤층 가족’과 ‘그들을 감당할 수 없는 학교 시스템’이었다. 그것을 위해 초·중교 통합 과정인 ‘K-8학년’에서 벌어지는 무단결석에 초점을 맞췄다.

‘An empty-desk epidemic’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시카고 학교 시스템 실패의 원인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무시한다. 바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수만 명의 무단결석이다.”

트리뷴은 학생들이 1학년에서 8학년까지 올라가는 동안 3만2000명의 학생이 평균 4주 이상 결석하며 수업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시카고 교육당국의 2010~11년 출석 데이터에 트리뷴이 추가적인 분석을 해서 산출한 결과다.

트리뷴의 분석에 따르면 시카고의 경우 초등학생 결석은 범죄 지역, 빈곤, 이민과 관련된다. 갱 폭력이 심하거나 실업률이 높은 곳, 그리고 흑인 밀집 지역에서 특히 심각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최소 4주 이상 결석한 학생은 전체 학생의 12.9%였는데 아시안계는 4.2%, 백인은 6.7%로 적은 편이었다. 반면 흑인 결석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흑인 학생 중 20.4%가 4주 이상 학교에 오지 않았다.

어른의 방치 속에 학생들에게 닥친 위험

초등학생이 무단결석을 한다는 것은 단지 수업을 받을 기회를 잃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신호가 될 때도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4학년 소녀는 2010년 봄 사우스사이드 초등학교에서 두 달간 사라졌다. 취재진이 그 소녀를 다시 찾았을 때 불과 10세 남짓의 어린이는 이미 홀몸이 아니었다. 당시 그녀를 포함한 삼남매는 약물 남용 및 폭력 전과가 있는 가족과 더러운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결석을 신경 쓰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네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시카고에서는 수개월간의 결석이 영원한 결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2년 강도 혐의로 체포돼 주립교도소에 수감된 드웨인 테일러(32)는 11세 때 학교를 떠났다. 그가 학교 대신 선택한 공간은 웨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지하 아지트였다. 그곳에서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늘 함께했다. 테일러와 친구들은 자동차를 훔치거나 의약품 상점을 털며 범법 행위에 재미를 붙였다. 학교를 벗어나 결국 감옥으로 향한 테일러. 트리뷴은 “테일러처럼 범죄에 빠진 아이들이 궤도를 이탈할 경우 이들을 수용해야 할 공공 비용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리뷴의 ‘An empty-desk epidemic’은 올해 6월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탐사보도기자협회(IRE·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연례총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트리뷴의 이런 결과물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가능했다. 시카고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CPS(The Chicago Public Schools)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약 40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출석 관련 기록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트리뷴은 이 기록이 필요했고, 그래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CPS는 특정 학생을 구별할 수 있는 항목들을 편집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트리뷴은 일리노이 주 교육위원회에 CPS가 제출하는 학생 수준 측정 데이터 그리고 출석률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 자료에 관해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아냈고 자체 분석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 결국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정보를 재가공해 지역 사회의 낡은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 이 기사는 시카고트리뷴의 기획 기사인 ‘An empty-desk epidemic’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 혹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셔도 좋고, 이미 공개되었지만 묻혀 있던 정보도 좋습니다. <시사저널>에 보내주십시오.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정보는 취재를 덧붙여 <시사저널>에 싣겠습니다.

 

응모 분야
① 정보 공개  ② 정보 찾기

응모 대상
① 정보 공개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
② 정보 찾기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시스템에 공개된 자료

접수 방법 : 이메일 혹은 등기우편으로 접수

제출 서류
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정보 공개), 혹은 정보공개 시스템에서 받은 파일(정보 찾기)
② 본인의 이름 및 연락처와 정보 공개 혹은 정보 찾기에 대한 간단한 설명

보내실 곳 : open@sisapress.com /
(140-737)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302번지 <시사저널> 편집국

응모 마감 : 2013년 10월31일

문의 : (02)3703-7024 / khg@sisapress.com

시상 : 대상 300만원 및 상패, 우수상 100만원 및 상패,
           장려상 50만원 및 상패

주최 : <시사저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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