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전 정권 비리 척결해야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3.08.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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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열기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탠 필자는,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두 개의 암초를 피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는 전 정부와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방만한 공공 분야와 엄청난 부채 문제다.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과의 관계는 애매한 면이 많다. 이 점에선 노태우 정권과 김영삼 정권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초에 군사 조직인 하나회를 해체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과감하게 단행했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의 부정부패는 상상을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 여론을 거역하며 추진한 4대강 사업 등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는 전 정권 시절의 비리와 의혹을 선제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이 터졌는데, 새누리당 대선 캠프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의혹에 갇혀 이명박 정권에서 있었던 각종 비리와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야당과의 공조는 물 건너가는 것이고, 이로 인해 국정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부채 문제다. 국가가 부도난 아르헨티나와 그리스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과다한 부채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선 디트로이트가 대도시 중 처음으로 파산했고 캘리포니아 주 역시 파산 위기에 처해 있으며, 연방정부 자체의 재정 상황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40%를 밑돌아 양호한 편이지만 공공기관 부채를 합치면 GDP의 8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부채보다 많을뿐더러 공공기관 부채를 정확히 산정했느냐 하는 의문마저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 여기에다 지방 정부와 지방 공기업 부채, 개인 부채를 더하면 부채 총액이 GDP의 2.3배를 넘는다고 하니 유럽의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 부채가 보금자리주택, 4대강 사업 등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암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대대적인 쇄신과 개혁뿐이다. 전 정권에서 있었던 비리를 과감하게 척결하고,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4대강 사업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재벌과 전 정권 고위직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셀 수도 없이 많고 많은 공기업, 공단 등 공공기관을 심사해서 용도를 다했거나 불필요하거나 방만한 기관은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 비효율의 온상인 공무원 조직에도 손을 대 숫자 자체를 과감하게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존경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공공 분야 고용을 필요악으로 생각했다. 대처는 관료 출신을 단 한 명도 참모로 기용하지 않았고, 취임 초에 공무원을 대폭 감축했다. 대처가 방만한 관료주의를 타파했기에 ‘유럽의 병자’라는 말을 듣던 영국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박근혜호가 암초를 피해 순항하려면 대처의 교훈을 참조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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