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뭉칫돈 들고 간 곳 따라가 봤더니…
  • 조재길│ 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3.08.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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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시니어론·ELD 인기 혼돈기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대세

4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장성호씨(66·경기 성남). 8월 초 만기가 된 은행 예금 8000만원을 찾았지만 아직 재투자할 곳을 정하지 못했다. 은행에서 제시한 예금 금리가 우대 조건을 포함해도 연 2.65%(만기 1년)에 불과해서다. 그는 “은행에서 계산해준 세후 이자가 연간 180여 만원에 불과했다. 1억원 가까운 돈을 넣고도 매달 받을 수 있는 돈이 15만원이면 은퇴자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반면 요즘 예금 금리는 연 2%대로 사상 최저치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역시 수년째 침체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재테크 혼돈기.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 강남권 ‘큰손’이 달려드는 금융 상품이 있다. 주로 중(中)위험·중(中)수익형이다. 돈을 비교적 안전하게 굴리면서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동 PB(프라이빗뱅킹) 부장은 “요즘엔 손실 위험이 작으면서 괜찮은 수익이 나오는 상품이 인기다. 대표적인 게 원금 보장형 사모펀드나 주가지수연동예금(ELD)과 같은 중수익형”이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김세중
시장 좋으나 나쁘나 수익 내는 헤지펀드

흔히 헤지펀드라고 하면 위험한 투기형 상품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게 기본이어서 오히려 중위험·중수익 모델이란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헤지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대개 연 8~10%다.

2011년 12월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등장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 들어 최대 ‘핫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거액 자산가가 주로 가입하는 사모형 펀드 잔액이 최근 1조5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소액 투자가 가능한 공모형 펀드에까지 가입자가 줄을 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헤지펀드는 사모·공모형을 합해 30여 개에 달한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소수다.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하는 주식 롱쇼트 펀드가 다수다. 롱쇼트 헤지펀드는 저평가 종목을 사고 고평가 종목(선물)을 파는 방식이다.

개인이 사모형 헤지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5억원 이상을 넣어야 한다. 펀드당 50명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신규 펀드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강남권에선 한 번에 50억원을 맡긴 투자자도 있다고 한다. 사모형 헤지펀드의 수수료는 다소 높은 편이다. 투자금의 1.6~1.8%를 운용·판매 보수로 뗀다.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모형 헤지펀드도 적지 않다. ‘삼성 알파클럽 코리아롱숏’ ‘미래에셋 마켓헤지펀드’ ‘트러스톤 다이나믹코리아50’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롱쇼트 전략을 쓰면서 안정성을 중시한다.

헤지펀드를 선택할 땐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 과거 성적은 어땠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현재 헤지펀드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브레인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다. 여기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금리 오르면 수익 뛰는 시니어론 펀드

금리가 오르면 추가 수익을 내는 방식의 시니어론 펀드도 소리 없이 인기를 높이고 있다. 이 상품은 미국 기업의 대출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연 5~6%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니어론은 S&P 기준 ‘BBB-’ 이하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는 변동 금리형 선순위 담보 대출이다. 국내에선 대부분 미국 시니어론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펀드 형태다.

이 상품의 구조는 단순하다. 미국 대출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수익을 낸다. 금리 상승 폭이 커질수록 손실이 나는 일반 채권형 펀드와 정반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기업 부도율이 낮아지면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 부도율이 낮아지면 대출 이자를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Fed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0.25%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제로 금리다. 지난 6월19일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시화하고 있어 시니어론 펀드의 매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일본에서 먼저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시니어론 펀드 역시 사모 방식으로 먼저 등장했다. 부유층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팔려나가다 공모형 펀드가 나온 뒤로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대우증권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한국투자 시니어론 플러스 특별자산펀드’의 경우 미국 시니어론 ETF와 하이일드 채권 ETF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배현의 한국운용 AI(대체투자)운용본부 팀장은 “미국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 쪽에 베팅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시니어론 펀드의 수수료는 적립액 대비 연 1~1.5% 정도다. 미국의 투기 등급 기업에 대출해주는 형태인 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 부도율이 평균 1%대에 불과하고 담보 회수율도 60~70%여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무조건 원금 보장하는 주가지수연동예금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은 정기예금의 대안형 상품이다. 주가지수나 주식 가격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점은 주식연계증권(ELS)과 비슷하지만 무조건 원금을 보장하는 점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예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에서만 취급한다. 설사 은행이 망해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적어도 원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요즘엔 최저 연 1~3%의 수익을 보장하는 등 ELD 자체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저금리 보장 조건은 지난해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예컨대 신한은행이 최근 선보인 세이프지수연동예금(코스피200 안정형)의 경우 최저 연 1.5%의 금리를 보장하되 코스피 상승률에 따라 최고 6.5%의 수익을 제공한다. 국민은행은 만기 때 코스피200 지수가 상승하면 연 4.9% 확정 금리를 제공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원금만 지급하는 KB리더스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일부이지만 양방향형 ELD 상품의 경우 최고 15~20%까지 수익 추구가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최종 수익이 당초 기대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고객의 ELD 원금을 일반 예금에 넣은 뒤 이자 부분만 빼 이를 지수 옵션에 베팅하는 방식이어서다. 지난해에 선보인 ELD 중 상당수는 만기 때 원금만 돌려줬다. 김도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최근 확정 금리형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다만 원금 보장에 가까울수록 기대 수익이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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