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회로 돌아가라
  • 조창현 | 정부혁신연구소장 ()
  • 승인 2013.08.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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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아직도 서울광장에서 당무를 보고 있다. 지난 7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의치 않게 되어 국회를 뛰쳐나온 지 벌써 3주째다. 지난 8월10일에는 주최 측 추산 5만명이 참여하는 촛불 집회와 몇몇 지역에서의 국민보고대회도 가졌다.

박근혜정부의 ‘설익은’ 세제 개편안으로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세제 개혁 반대 국민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의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가 원안의 ‘원점 재검토’로 한 발짝 물러서자 야당의 서명운동은 ‘김빠진 맥주’ 격이 돼버렸다. 민주당은 서명운동은 접되 ‘장외투쟁’은 계속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민심은 이제 민주당에 대해 원내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불과 2~3주 남겨둔 8월 중순이 아닌가. 가을 국회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입법안, 예산, 국정감사 등 일감이 널려 있다.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습·연구·조사·전략을 위해 매일 날밤을 새워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금은 스스로를 재무장하고 더 효과적이며 능률적인 의정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할 때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한일 관계를 비롯한 국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는가. 그간 장외투쟁을 통해 민주당이 알리려고 했던 많은 사안에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되고 일부는 달성되지 않았는가. 국정조사를 잘 마무리해 다시는 권력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도록 국정원 개혁안을 충실하게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던가.

이번 국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짜는 새해 예산인 만큼 어디에 얼마를 쓸지 결정하는 것은 국민 삶의 질과 국정 방향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는 막대하다. 정부의 세제 개혁안에 대해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할 틈도 주지 않고 박근혜정부는 스스로 원안을 철회하는 기민성을 보였다. 반면 127석을 가진 제1야당답지 못하게 민주당은 정책 대안 없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제부터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 대안으로 국회 안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여러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왜 지지율이 15%를 넘지 못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두 번이나 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았지만 그 후에는 두 번 연속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왜일까? 정치가 무엇인지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공통된 답이다. 정치는 정권 타도 운동

이 아니다. 정치는 이념 운동이 아니고, 선악 간의 선택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는 가능한 대안들을 놓고 타협과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다. 집권만이 정치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 야당 노릇을 잘하면 집권 기회는 오게 돼 있다.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 수호를 위한 극단주의는 죄가 아니요, 자유를 추구함에서 중용은 미덕이 못 된다”고 주장한 보수주의자의 원조 격인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 후보는 전체 50개 주 가운데 단 1개 주를 제외하고는 자기 출신 주(애리조나)에서마저 지는 참패를 당했다. 이념적으로 말쑥한 정책의 구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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