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고 맞을 때까지 맞는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8.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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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측근 “끝까지 갈 수밖에”…노태우는 추징금 완납키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닮은꼴 인생을 살았다. 육사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이며,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중심 세력이었다. 1979년 12월12일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에는 목숨을 건 ‘반란 동지’였다. 전두환이 자기 다음의 대통령 자리를 노태우에게 물려줬을 정도로 둘 사이는 각별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에게 ‘분신’ 같은 존재였다.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는 경쟁하듯 기업인 등에게 수천억 원의 돈을 뜯어냈고, 내란음모죄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은 후에는 ‘교도소 동기’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 궤적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있다. 바로 ‘추징금 납부’다.

12·12 및 5·18 사건 선고 공판이 열린 1996년 8월26일 전두환(오른쪽)·노태우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동생 재우씨와 오랜 불화에 선을 긋는 타협을 이뤄냈다. 미납 추징금 230억원 전액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재우씨가 150억원,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80억여 원을 분담키로 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은 이자와 채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로써 1997년 법원에서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은 후 16년 만에 완납하게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떨까. 전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징금의 24%(533억원)밖에 내지 않았다. 대부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완납’이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검찰과 정면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추가로 선임한 상태라고 한다. 검찰 또한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한 후 최종 칼끝은 전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속내가 복잡하다. 검찰은 “전액 추징이 목적”이라며 “절대 타협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문제는 검찰 뜻대로 추징금 환수가 술술 풀리느냐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권좌에 있을 때까지 포함하면 30년이 넘었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합법화할 것은 합법화하고, 세탁할 것은 세탁하고, 빼돌릴 것은 빼돌리고도 남을 시간이다. ‘불법 재산’으로 특정해서 추징할 재산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검찰 vs 전두환의 정면 대결

이럴 경우 검찰은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미납 추징금을 100% 다 받아내지 못하면 검찰이 국민의 환영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단돈 ‘10원’이라도 티끌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씨 측도 “검찰이 크게 건질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도 ‘남은 카드’가 별로 없다. 한때 검찰 주변에서는 ‘1000억원 정도에 타협한다’는 말이 떠돌았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막다른 길에 들어섰다. 직계 가족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액 납부’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전씨 주변에서도 아들 3형제 재국·재용·재만 씨가 모두 구속되는 상황을 각오하고 있는 눈치다.

전씨 측의 핵심 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우리로서는 갈 데까지 가고, 얻어맞을 때까지 맞을 수밖에 없다. 1600억원을 만들 수 있는 형편도 안 되지만 어떻게든 모아서 모두 납부하면 ‘그것 봐라. 연희동은 털면 또 있다’는 식으로 손가락질할 게 뻔하다”고 밝혔다. 빼앗기면 빼앗겼지 순순히 내지는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결국 이번 전씨 비자금 수사는 검찰과 전두환 전 대통령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어야 끝나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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