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학언론상] 강도는 못 잡고 세금만 잡아먹었다
  • 박명본(서강대 종교학과 4년)·강민형(서강대 철학과 (webmaster@sisapress.com)
  • 승인 2013.08.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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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CCTV, 범죄 예방·검거 역할 못해…10년간 예산 800억 쏟아부어

<시사저널>은 2013년 ‘제2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수상작 6편을 매주 한 편씩 연재합니다. 예비 언론인들의 풋풋한 열정이 담긴 작품들입니다. 이번 호에는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시 방범용 CCTV, 범죄 예방 효과 없다’를 싣습니다.

서울시 방범용 CCTV의 범죄 예방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취재팀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 각 구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서 확인됐다.

서울시 방범용 CCTV 대수 상위 5개 구를 중심으로 지난 10년간 CCTV 설치와 5대 강력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발생 건수를 분석해보니 범죄 발생 수 상위 5개 구인 은평·강남·성동·송파·구로 중 강남구를 제외한 4개 구는 오히려 CCTV 설치 전보다 강력 범죄가 증가했다.

370여 대의 CCTV가 통합 관리되고 있는 서울 도봉구의 CCTV통합관제센터. ⓒ 연합뉴스

은평구에 가장 많이 설치돼

2003년 최초로 방범용 CCTV를 도입한 강남구의 경우, 10년 동안 총 719대의 CCTV를 설치했다. 강남구의 강력 범죄는 2008년까지 감소했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강남구의 강력 범죄 발생 건수는 총 6261건으로 CCTV를 처음 설치했던 2003년의 6368건과 큰 차이가 없다. 700여 대의 CCTV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년간 CCTV 설치를 위해 강남구에서 사용한 예산은 80억원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강력 범죄 발생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중반까지는 감소하다가 2009년 이후 다시 증가했다. 범죄가 늘어난 4개 구 역시 2000년대 중반에 줄어들었다가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건수가 늘어났다. 4개 구 모두 CCTV를 설치하기 전보다 강력 범죄가 늘었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 기간 동안 4개 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은평 898대, 성동 622대, 송파 443대, 구로 428대였다. 방범용 CCTV가 범죄 발생을 막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다른 구의 범죄 발생 추이도 비슷하다. 대부분 2005년과 2007년 사이에 범죄가 덜 발생했고,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CCTV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2009~12년에 범죄가 늘어난 점으로 볼 때 2000년대 중반의 범죄 감소는 CCTV 때문이 아니라 서울시의 전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범죄 예방이 아닌 검거에 CCTV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CCTV 설치 이후 강남구의 강력 범죄자 검거율을 보면 CCTV가 처음 도입된 2003년 90.68%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꾸준히 떨어지면서 2012년에는 56.71%까지 하락했다. 719대의 CCTV가 설치됐지만 ‘보안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CCTV가 도움이 된 개별 사례가 있겠지만 전체 검거율 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관계자 “CCTV, 범죄 예방 효과 없다” 시인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서울의 자치구들은 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앞다퉈 CCTV를 설치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의 자치구에서 설치한 방범용 CCTV는 총 7840대다. 10년 동안 투입된 방범용 CCTV 설치 예산이 800억원에 달한다. 각 구의 예산에서 책정된 금액만 합산한 것으로, 서울시나 정부가 보조한 금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효과가 불분명한 CCTV 설치를 위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취재팀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를 근거로 CCTV 설치 상위 지역인 강남구와 은평구 관계자와 인터뷰했다. “CCTV가 범죄를 예방한다는 근거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강남구 관계자는 “경찰이 제공한 정보를 보면 강도 범죄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고 답했다. 취재팀은 “정보공개 청구 자료와 강남구의 통계가 다르다”며 해당 자료를 요청했다. 그때서야 이 관계자는 “CCTV가 범죄 예방 효과가 없음을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물음에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설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강남구는 올해 초에도 ‘강남구의 CCTV 시스템이 해외로 수출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보도자료에는 ‘CCTV가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율 증가에 기여한다’고 나와 있다.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해명과 달리, 구에서는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은평구의 답변도 비슷했다. 은평구 관계자 역시 “통계적으로 봐선 CCTV의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CCTV 설치를 통해 얻는 주민의 안정감, 범죄 검거 과정에서의 활용도를 고려하면 전적으로 낭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CCTV가 범죄 예방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번 설명해도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강용길 경찰대 교수는 “최근 CCTV를 지나치게 설치하는 경향이 있고 그에 따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하지만 CCTV 설치 지역 주민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고 안전도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CCTV가 경찰 등의 인적 치안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함에도 CCTV로 모든 치안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CCTV를 꼭 필요한 곳에만 설치해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방범용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은 은평구였다. 이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총 898대로 2위인 강남구의 719대보다 179대나 많았다. 가장 먼저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주도해온 강남구보다 은평구의 숫자가 많은 것은 예상 밖이다.

취재팀은 150대를 기준으로 서울의 각 구를 4등위로 구분했다. 450대 넘게 설치된 곳은 은평(898대)·강남(791대)·성동(622대) 등 3개 구다. 300~450대는 송파(443대)·구로(428대)·양천(387대)·용산(317대)·동대문(313대)·마포(301대) 순이다. 150대 미만인 곳은 금천(128대)·도봉(117대)·노원(97대)구였다. 1위인 은평구와 최하위인 노원구는 9.25배나 차이가 났다.

은평구가 설치 대수 1위를 차지한 것은 은평뉴타운 개발 때문이다. 새로운 주거지역이 등장하면서 CCTV 설치 지역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여성을 위한 CCTV 시범지구’ ‘서울 어린이 안전 ZONE’ 같은 각종 사업에 선정되면서 CCTV가 급증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은평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534대로 CCTV 대수 4위인 송파구가 지난 10년간 설치한 것보다 많다.  

 

 

 

우리가 다니는 길에는 CCTV가 얼마나 많이 설치돼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강남 지역에 사는 기자의 등굣길을 추적해봤다. 기자는 평소 집(강남 은마아파트)에서 삼성역까지 도보로 이동한다. 거리는 1.29km 정도로 20분가량 걸린다.

은마아파트 9동을 나와 단지 입구를 지났다. 입구에서 CCTV를 발견할 수 있었다. 큰길로 나오는 초입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노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집과 가까운 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골목길을 나와 주변을 관찰하며 걸었다. 대로변이라 그런지 CCTV가 보이지 않았다. 도로를 건너 다시 골목길로 들어섰다. 평소에도 자주 들르던 음식점 앞에 사설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음식점을 드나들 때마다 내 모습이 찍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음식점과 가까운 골목에서 또 하나의 CCTV를 발견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 CCTV다. 주민센터로 가는 길목이라서 설치돼 있는 듯했다. 대현초등학교가 있는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길 중간에서 사설 CCTV 하나를 발견했다. 유치원 건물에 설치된 것인데 카메라 렌즈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를 향하고 있다. 조금 더 이동하면 나오는 초등학교 앞에도 CCTV가 있었다. 학교를 드나드는 사람, 학교 앞을 지나는 사람 모두가 CCTV에 찍혔을 것이다.

도로를 건너 휘문고등학교 옆길로 들어섰다. 오피스텔 건물이 즐비한 곳에 높이 달린 CCTV가 있었다. 집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벌써 여섯 번째 CCTV다. 휘문고등학교 앞에도 CCTV가 한 대 설치돼 있다. 학교 주변에는 CCTV가 한 대씩은 꼭 있었다. 대명중학교 앞 상점가로 들어서자 또 CCTV가 보였다. 이곳은 학교 주변이지만 술을 파는 가게가 많다. 때문에 평소에도 크고 작은 소란이 빈번한 지역이다. 삼성역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코너.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지만 작은 사거리에 CCTV가 한 대 보였다.

1.29km의 거리를 걷는 동안 맞닥뜨린 CCTV는 총 9대였다. 143m당 한 대씩 CCTV가 설치된 셈이다. 성인의 평균적인 보폭은 1보에 75cm다. 우리는 190보를 걸을 때마다 한 대의 CCTV와 만나는 셈이다. 이번 사례는 주택가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 길에 한정된 것이지만, 만약 범죄 집중 단속 지역이라면 CCTV는 더욱 많았을 것이다. 우리는 빌딩 숲이 아닌 CCTV 숲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우리의 일상은 CCTV의 눈을 피할 수 없다.

 

 

(왼쪽부터) 강민형씨, 박명본씨 ⓒ 시사저널 최준필

수상 소식을 들은 뒤 <세상을 보고 싶은 소년>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소년은 세상을 보려 나무에 오르려다가 실패합니다. 하지만 열망은 꿈속으로 흘러들어와 소년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며 세상을 봅니다. 잠에서 깨어나 이제야 정말로 중요한 뭔가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모든 구청과 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기관마다 입장이 달라 다른 기관과의 통화 내용을 가지고 끈질기게 설득해야 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나무라는 투의 전화도 여러 통 받았고, 곤란하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원하는 정보가 들어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알고자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기뻤습니다. 몇 통의 전화들, 발로 뛰며 얻은 인터뷰 내용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서 저희가 만든 판 위에서 그림이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CCTV에 대한 여러 시선과 의견이 엇갈리면서 종이 위에서 춤췄습니다. 집 앞에 있는 CCTV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처음 기사 주제를 생각했을 때 갖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손에서 꿈틀댔습니다. 관계자의 하소연을 듣기도 하고, 비협조적인 관계자와 부딪치기도 하며 저희도 같이 판 위에서 어우러졌습니다. CCTV의 숲을 만든 사람들, 그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뚜렷하게 살아나 다가왔습니다. 그 감각 덕에 여기까지 길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이기 전에 시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춰진 정보를 파헤쳐서 드러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CCTV의 효용을 부풀려 홍보하는 기관들에게 이 기사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자는 시민이기 전에 이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웃으로서의 자기 인식이 없다면 시간을 들여 기사를 작성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을 보고 싶은 소년처럼 저희도 세상을 보러 나갔다가 뜻밖에 많은 응원을 받게 됐습니다. ‘이웃’이 되고 ‘시민’이 되어,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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