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찍어내는 정책의 모순
  • 김광수 |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
  • 승인 2013.08.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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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에 미국 경제가 다소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올해 전체 성장률은 1.5%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7월에 7.4%로 전월의 7.6%에 비해 0.2%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3차 양적 완화(QE3)를 포함한 금융 완화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출구 전략의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 퇴임한다. 차기 의장 후보로 클린턴 정부 때 재무장관을 지내고 오바마 정부 초 국가경제회의(NEC) 의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와 FRB의 재닛 옐런 부의장이 거론되고 있다. 양적 확대책에 대해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효과도 부작용도 별로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옐런 부의장은 적극적인 찬성론자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서머스가 한 발짝 앞선 것으로 보인다.

FRB는 지난해 9월 매달 400억 달러의 모기지 담보 증권(MBS)과 450억 달러의 장기 국채를 무기한 매입하는 QE3를 실시했다. 이후 FRB의 대차대조표는 올 7월 말 현재 3조5200억 달러로 7200억 달러나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QE2)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문제는 FRB가 무한정 달러를 찍어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럴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돈을 푸는 이유는 장기 금리 하락을 유도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주택 수요를 자극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량은 최근 연 50만호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투기 거품 절정기 때의 140만호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신규 주택 가격은 25만 달러를 넘어 금융 위기 전의 투기 거품 수준을 넘어섰다. 이것은 FRB의 양적 확대책이 주택 수요 회복보다는 가격 거품을 유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실물경제 회복이 FRB의 양적 확대책에 기인한 것인지, 연방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 확대책에 의한 것인지, 아이폰 돌풍을 일으킨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민간 기업에 의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효과를 명확히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개인 소득 내역별 비중을 분석해보면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가계 소득을 떠받쳐온 것은 민간 기업에 의한 고용 회복과 임금 소득 증대도 아니고, FRB의 양적 확대책도 아니었다는 게 드러난다. 연방 정부의 천문학적인 적자 재정에 의한 재정 확대책이 미국 가계 소득을 떠받쳤다.

2009년 초의 QE1은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의 QE2부터는 미국의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주가 부양 등 또 다른 투기 거품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출구 전략이 거론되면서 주가를 비롯해 미국채와 MBS 등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이 그 증거다. FRB는 하반기에 미국 경제 회복이 둔화되더라도 출구 전략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더는 QE3를 지속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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