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 불편한 진실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3.09.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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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전 감사원장이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감사원을 떠났다.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 7개월이나 남기고 사퇴한 것도 큰일인데, 폭탄성 이임사를 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양 전 원장의 사퇴를 불러온 원인의 직접적 계기는 감사위원 추천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더 큰 원인은 ‘4대강’ 사업이라고 봐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이 불러온 4대강 사업은 환경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엄청난 재앙임에 틀림없다. 홍수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세웠지만 돌아온 것은 녹조로 썩어버린 강물뿐이다. 이제 4대강은 국토 환경에 대재앙이 되었을 뿐더러 정치 문제가 될 기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탐탁해하지 않았다는 건 대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사에 다시 나오자 당직자들이 4대강 사업 홍보판을 지하 창고로 치워버린 일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민적 저항과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참혹하다. 낙동강은 물론이고 영산강과 금강도 녹조로 뒤덮여 강물이 썩어버렸다. 지류와 지천이 본류와 합수(合水)하는 지점에선 역행 침식이 일어났고 본류 제방이 침식으로 씻겨나간 곳도 있다. 기세등등하게 4대강 사업을 이끌었던 관료와 전문가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언급하고, 감사원이 과거의 감사 결과를 뒤엎고 4대강 사업은 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발표하자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부처 간에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말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양건 감사원장이 물러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실무진은 4대강 감사를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양건 전 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의식해서인지 4대강 감사 결과를 내는 데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감사원장과 감사원 실무진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양 전 원장이 사퇴한 후 감사원 사무총장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전 원장이 그런 것을 덮기 위해 감사위원 인사 문제를 들어 사퇴 명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4대강 사업이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폭염 속에 낙동강 등지에서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은 4대강 사업이 필

요했고 성공한 사업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4대강에 대해 조용하기만 하다. 관계 장관들도 4대강 사업 현장에 가보기를 꺼리고 있으니 4대강은 ‘불편한 진실’이 된 양상이다.

친이계가 4대강 사업을 옹호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4대강 사업이 ‘위장 운하’ 사업이었고, 엄청난 예산을 쓰고도 실패한 대재앙으로 판가름 나면 친이계의 정치적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의 후폭풍이 어떤 정치적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4대강은 당초부터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고, 그게 증명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4대강 사업의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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