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수출에 ‘먹구름’ 몰려온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3.09.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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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회장 경영 공백으로 해외 시장 개척 차질

한화그룹은 2012년 10월 세계적인 태양광회사인 독일의 큐셀(Q.Cell)을 인수해 ‘한화큐셀’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그 결과 세계 3위의 태양광회사로 발돋움했다.

‘한화큐셀’ 출범으로 한화는 연간 2.4기가와트(GW)의 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2010년 세계 4위의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솔라펀파워를 인수한 후 한화솔라원의 중국 공장 1.3GW,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 200메가와트(MW), 말레이시아 공장 900MW까지 확보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인 한화솔라아메리카를 두고 있는 한화는 ‘미국-독일-중국-한국’을 아우르는 세계적 수준의 태양광 연구·개발(R&D)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성적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화큐셀은 일본의 스미토모·일본전신전화가 추진하는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60MW 규모의 모듈을 2014년 6월까지 공급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서울시에 2014년까지 100MW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5MW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3개 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42.5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공사도 한창이다. 한화솔라원은 2012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155MW의 모듈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8월에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 사가 일본 전역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4년 동안 500MW 규모의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화솔라원의 모듈이 적용된 중국 쉬저우의 태양광발전소. ⓒ 한화홈페이지 캡처
굵직한 딜은 오너 결단 필요

여기에 한화케미칼은 2014년부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한화는 ‘폴리실리콘-셀·모듈-발전 시스템’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와 한화큐셀의 검증된 EPC(태양광발전소 건설) 노하우를 접목해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토털 솔루션을 완성하게 된다. 글로벌 태양광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태양광 산업은 특성상 각국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얽혀 있다. 특히 사업 개발권 획득과 생산 시설 증설은 해당 국가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화큐셀·한화솔라원 등 태양광 관련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지 정부 관계자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한계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 계열사 CEO보다는 김승연 회장이 직접 해당국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담판 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받고 3심을 앞둔 현재 건강상 문제로 구속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각국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 소통한다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의 장기 부재로 해외 태양광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태양광 시장은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미미하지만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세계 유수의 태양광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등 태양광 신시장이 개척되면서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한화그룹의 한 임원은 “태양광 시장이 턴업(turn-up)되는 시점에서 지속적인 선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량과 품질에서도 선점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대규모 투자에선 ‘최고경영자’(김 회장)의 의사 결정이 중요한데 경영 공백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요한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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