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7조원 내는데…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9.16 15:01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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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갑에 세금 1550원…1000만 흡연자 권리 고려해야

금연 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올 7월부터 150m²(약 45평) 이상 음식점·호프집·PC방 등에서 실내 금연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거리도 흡연자들에게 ‘안전 구역’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대로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고, 얼마 전에는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정문 앞길이 대학가 주변에서는 처음으로 금연 거리가 됐다. 여기서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대학가 금연 구역 지정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도 금연 구역 확대, 단속 강화, 금연 홍보 등을 통해 흡연율을 끌어내릴 계획을 갖고 있다. ‘금연 구역’ 지정은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반면 흡연자들의 불만은 높아가고 있다. 현재 담배 한 갑에는 약 155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0.5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폐기물부담금(7원) 등으로 약 62%가 세금이다.

9월6일 한 시민이 서울 용산역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국내 흡연 인구를 1000만명 정도로 보고 연간 약 45억갑이 판매된다는 통계가 있다. 흡연자들이 연간 약 7조원의 담뱃세를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단일 품목으로 따져 담배만큼 세수 규모가 큰 경우는 드물다. 이 세금은 지방 재정 운용이나 복지부의 건강보험 재정 적자 충당, 의료비 지원 및 건강 증진 사업 등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담배는 ‘국민 건강 증진’과 ‘세수’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국회에서는 ‘담뱃세 인상’ 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세 2000원 인상’ 법안을 발의했다가 담배 소비량이 급감하고 흡연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담배 제조사들의 반발을 샀다.

이후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담뱃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발표해 담뱃세 인상 논란은 잠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지난 7월23일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해서 담뱃세를 매기는 ‘물가연동제’ 법안을 발의했다. 담배 한 갑당 세금을 2회에 걸쳐 400원 인상하는 내용이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달가울 리 없다. 사회 분위기가 흡연자들을 ‘천덕꾸러기’로 몰아가고 있는 데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당장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안 아무개씨(42)는 큰마음 먹고 금연을 시도하다 2주 만에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회 분위기가 담배 피우는 사람을 죄인 취급해 건강도 챙길 겸해서 끊어봤는데 다시 피우게 됐다. 20년 넘게 피우던 것을 하루아침에 끊으려고 하니 잘되지 않는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담배 소비자들은 흡연자가 사라질 경우 전 국민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고 항변한다. 경제활동 인구 1인당 연간 27만5000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납세자연맹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16.2개비를 피우는 성인 남성 흡연자 1명이 연간 45만8169원의 담뱃세를 내고 있으며, 이는 연봉 25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액 23만559원보다 약 2배 많은 금액이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현재 정부의 정책은 금연만을 위한 규제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1000만명이나 되는 흡연자들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 당국의 정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 건강도 증진하고, 세수도 안정적으로 확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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