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싹 틔워 도시를 푸르게 한다
  • 전충훈│도시농업시민협의회 운영위원 ()
  • 승인 2013.09.16 15:25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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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도시농업지원법 시행…지자체들 앞다퉈 도시농업 활성화 나서

2011년 10월 국내 도시농업 역사에 큰 획이 그어졌다.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농업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도시농업지원법 통과 이전부터 일부 시민·환경단체와 도시농업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생겨나고 생태·환경 운동이 일어났다. 2009년 12월 경기 광명시를 시작으로 수원시 등 중소 도시에서 도시농업 조례가 만들어졌고, 이후 서울·경기·대구 등 광역도시로 확산됐다. 민관의 공동 노력과 법 통과에 힘입어 ‘국가(지자체)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전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도시농업 시초는 ‘대원텃밭농원’

해외에서 도시농업은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역사가 200년이나 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이라는 말이 탄생한 것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 밴쿠버의 대표적인 도시농업 단체인 ‘시티 파머(City Farmer)’의 마이클 레벤스턴 대표가 최초로 제안했고 이후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 주최로 9월3일 도시농업 전문가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간담회가 열렸다. ⓒ 시사저널 임준선
도시농업은 형태적으로 설명하면 도심과 도시 근교에서 이뤄지는 농업 활동을 말한다. 현대 도시농업은 단순히 형태적인 면뿐만 아니라 효율성에 주목한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버려진 땅이나 옥상 등 다양한 유휴 공간을 활용한 농업이다. 하지만 단순히 농업 생산 활동을 넘어, 환경 보전과 농업 참가자들의 정서 함양, 교육, 복지 등을 이뤄내는 것을 도시농업이라고 부른다.

국내 도시농업 전문가들은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자락에 조성된 ‘대원텃밭농원’을 국내 도시농업의 시초로 꼽는다. 대원텃밭농원이 조성된 때가 지난 1992년. 이후 20여 년 동안 국내에서 도시농업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큰 역할을 했다. 서울·경기·대구 등 광역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군·구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민 참여형 도시농업 정책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지금 전국은 ‘도시농업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서울 강동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동구는 국내 도시농업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지자체의 지원과 도시농업 활동가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강동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강동구 도시농업 2020프로젝트’다. 2020년까지 강동구의 모든 세대(약 19만 세대)에 텃밭을 보급하고 전 주민이 친환경 생활을 누릴 수 있는 ‘1가구 1텃밭’을 조성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강동구의 도시텃밭은 2010년 둔촌동에서 처음 조성됐고, 2011년부터 암사·고덕·강일·둔촌 네 권역으로 확대됐다. 가정에서 손쉽게 키우는 상자텃밭 총 5000여 구좌를 어린이집, 학교, 경로당 등에 공급하기도 했다. 강동구는 단순히 도시텃밭 공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농업을 친환경 로컬푸드 시스템과 연결하는 한편, 도시자원순환센터 등도 설립할 계획이다. 도시농업을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지역 환경 보전 등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강동구의 경우 구정의 밑그림과 기반이 도시농업이 되기도 했다. 강동구는 농부장터와 로컬푸드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도시농업을 통한 생산물이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이는 도시농업의 최신 트렌드에 맞는 작업이다. 강동구는 2013 대한민국 친환경대상에서 도시농업으로 대상(공공부문)을 받을 예정이다.

도심 텃밭에서 엄마와 함께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하는 아이들(위 사진).ⓒ 강동구 제공 대구에서 열린 2013 제2회 도시농업박람회. ⓒ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제공
민관이 밀고 끌며 진화하는 도시농업

서울시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도시농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박 시장은 지난 9월3일 도시농업 관련 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도시농업 수도’로서 서울의 재도약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5월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도시농업박람회를 열고 도시농업과 관련한 학술대회, 워크숍, 재활용 텃밭 공모전, 지역 텃밭 행사, 모종 나눔 행사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민관이 유기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도시농업 사례도 있다. 대구시는 지역 청년, 활동가, 기업인, 농업기술센터 공무원 등이 모여 ‘대구도시농업지원협동조합’을 지난 8월 창립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 협동조합은 ‘도시농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순환형 생태 도시농업에 관한 사례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인근 아파트와 함께 음식물 찌꺼기를 퇴비화할 계획이다. 협동조합은 3만여 개에 육박하는 대구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가 텃밭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도심 오아시스 플랜’이 그 모토로 도시를 생기 있게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대표 김충기)는 도시농업 교육의 모델을 거의 완벽하게 구축했다. 교육 커리큘럼과 방법론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 프랜차이즈화한 것이다. ‘도시농업 꾸러미(패키지)’를 개발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는 툴킷(Tool Kit)을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 도시농업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대학생들의 참여는 붐을 이루는 도시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은 학교 안의 버려진 땅을 개간해 경작했다.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도 만들었다. 도시농업의 SCM(서플라이 체인 매니지먼트)을 실험한 것이다. 이들은 이를 자율적인 도시농업 공동체(씨앗들 협동조합)로 발전시켰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20대들은 자율·자립·연대라는 가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청년 세대들은 도시농업을 공동체 문화 운동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자투리텃밭, 상자텃밭 등 초보 수준에 머무르던 도시농업은 민관의 유기적인 결합과 함께 생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 진화의 원천은 열혈 20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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