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떠나 서럽고 목숨 끊는 이 많아 슬프다
  • 조수영 인턴기자 ()
  • 승인 2013.09.16 16:00
  • 호수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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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보다 농촌이 자살률 높아…강원·충남·충북·전북 순

우리나라는 자살 일등 국가다. 2011년 10만명당 자살률은 31.2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다. OECD 가입 국가 평균은 11.3명이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별 순위를 보면 자살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네 번째다. 질병을 제외하면 사망 원인 1위다.

우리나라는 지금 아프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자살률 통계에서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9년 연속 자살률 1위’가 그것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의 자살자 통계가 이런 추세를 입증한다. 자살자는 2006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1만5566명이 자살했다. 2002년 자살자는 8612명이었다. 불과 9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자살은 사회병리다. 가족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많은 손실을 안긴다. 국립서울병원과 이화여대가 공동으로 발표한 ‘우리나라 자살의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에 따르면, 자살 사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액은 연간 3조868억원에 달한다. 그 밖에 응급실 진료비와 장례비 95억원, 가족 의료비와 교통비 47억원, 가족의 노동력 손실 비용 10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개인적으론 슬픈 일이지만, 자살은 국가 장래를 좀먹는 ‘암’과 다름없다.

ⓒ 연합뉴스
도시화 정도 낮을수록 자살률 높다

어디가 아픈 걸까. 처방을 내리기 위해선 일단 환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시사저널>은 자살률이 어느 지역에서 특히 더 심각한지 알아보기로 했다. 정보공개 청구 자료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전국 자살률 지도’를 그려봤다.

도시와 농촌 가운데 자살은 어디서 더 자주 나타날까. 물론 자살자는 농촌보다 도시 지역에 ‘당연히’ 많다.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의 자살자는 ‘당연히’ 적다. 자살 인구가 지역 인구에 단순 비례한 것이다. 자살률을 측정할 때는 일반적으로 ‘10만명당 자살인 수’로 기준을 못 박는다.

10만명당 자살하는 인구의 비율(자살률)은 농촌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을 기준으로 시·도별로 농촌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전남(37%), 충남(36%), 충북(20%), 전북(23%), 강원(22%) 순이다. 이 가운데 강원도의 2011년 자살률은 45.2명이다. 충남, 충북, 전북이 뒤를 이었다. 도시화 정도가 높은 수도권과 광역시들은 하위권을 차지했다. 울산광역시의 자살률이 25.6명으로 가장 낮다. 서울시 26.9명, 대구광역시 29.6명, 대전광역시 29.7명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범위를 시·군·구 단위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자살률은 도시화가 덜 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전라북도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전주의 2011년 자살률은 27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통계에 따르면 전주엔 농촌 인구가 없다. 농촌 인구 비율이 60%에 달하는 진안군의 자살률은 75.5명이다. 이 지역의 2008년 자살률은 38.3명이었는데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 밖에 강원도 영월군, 경북 영양군, 충남 태안군 등 농촌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60%인 지역에서 자살률이 높았다.

농촌과 자살을 잇는 연결 고리는 ‘농약’이다. ‘농약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도 흔한 자살 시도 방법이다. 농업문화권에 속하는 동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타이완에선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연구가 있었다. 타이완 연구진은 농업 종사 인구수와 농약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연구 대상이었다.

농촌과 자살 잇는 연결 고리는 ‘농약’

연구진은 특히 우리나라의 ‘농약 자살률(10만명당 농약으로 자살하는 인구 수)’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농약 자살률은 15.2명이었다. 1991년의 4배다. 농약 자살은 전체 자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농업 종사자들이 어떤 이유로 자살 또는 농약 자살을 하는지 답을 제시하진 못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농촌 자살률·농약 자살률이 줄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 우리와 같이 농촌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타이완과 중국은 농촌 자살률과 농약 자살률이 줄었는데 한국만 예외란 것이다. 타이완에서 일어난 자살 가운데 농약 자살은 1987년 42%에서 2010년 12.3%로 크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한국은 농업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농약 자살률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맺었다.

국내 학계에선 우리 농촌 지역의 자살률 증가를 설명하는 데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하나는 ‘전염성’이다. 일반적으로 자살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면 비슷한 유형의 자살이 한동안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살한 사람과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겐 자살이 좋은 해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고통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여기에 농촌이란 특수한 환경이 결합한다.

비슷한 유형 자살 일으키는 ‘전염성’도 원인

한 마을에서 자살이 일어나면 마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2012년 전북대 연구팀이 입증을 시도했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주변 생존자 6명 이상에게 죄책감·분노 등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모방 자살의 고통을 안긴다’고 전했다. 여기에 농촌 마을은 지역 특성상 집성촌 형태로 친지가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아 충격파가 더욱 강하게 퍼진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충남 홍성의 박 아무개 할머니가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박 할머니가 자살하기 두 달 전 인근 마을에서 71세 할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줄어드는 농촌 인구와 농촌에 대한 관심 부족도 자살률 증가에 일조한다. 특히 가족공동체의 붕괴는 농촌 자살률의 증가를 부추기는 도화선이다. 화성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농촌 자살 원인 중엔 가정불화가 46%로 가장 많다. 전준희 센터장은 “그나마 도시에선 자살 시도를 위해 낮보다 인적이 드문 밤 시간을 택하는 등 의식해야 할 주변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공동체 붕괴로 자살을 통제할 네트워크가 무너졌다. 자살 환경에 너무 쉽게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농·어업 인구가 많은 지역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살률 1위’ 강원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머리띠를 둘렀다. 강원도는 지난 6월25일 강원대학교에서 ‘강원도 자살예방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 도내 각 분야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할 만큼 열기도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강원도는 자살 예방 사업으로 19개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립했다. 도내 대학병원들과 연계해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위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농촌에서 빈번한 음독자살을 막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생보재단)은 농촌에서 주로 일어나는 음독자살을 막고자 농약안전보관함 700개를 보급했다. 생보재단은 보관함 설치 가구를 월 1회 직접 방문해 사용 실태를 확인하고 보건소와 연계한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도 실시한다. 농약안전보관함 보급 사업은 3년 전부터 경기도 화성시, 강원도 홍성군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화성시에서 보급 사업을 기획한 전준희 센터장은 “농촌은 자살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데 비해 자살을 막을 도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자살률을 낮추는 목적이긴 하지만 그보다 ‘우리 마을은 자살이 없다’는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이민규 교수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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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분야
① 정보 공개  ② 정보 찾기

응모 대상
① 정보 공개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
② 정보 찾기 : 2013년 1월~12월 정보공개 시스템에 공개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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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 마감 : 2013년 10월31일

문의 : (02)3703-7024 / khg@sisapress.com

시상 : 대상 300만원 및 상패, 우수상 100만원 및 상패,
           장려상 50만원 및 상패

주최 : <시사저널>·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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