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가는 길’에 구린내가 난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10.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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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둘러싸고 마사회와 민간 사업자 분쟁 이어져

한국마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공원형 마권 장외발매소’ 사업을 두고 마사회 주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공원형 장외발매소의 최초 사업자로 선정된 한 민간 업체가 이후 마사회 측의 통보로 사업권이 취소된 후, 마사회와 3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사업자로 선정된 ㄱ사는 마사회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벌였지만, 올해 초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ㄱ사의 최 아무개 대표는 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국가에 직접 분쟁조정 신청을 내는 등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 대표는 “(갑작스런 사업 취소 배경에) 마사회의 석연치 않은 업무 처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마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장외발매소 사업은 전국 곳곳에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반발을 사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2010년 8월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지로 선정한 충남 천안의 관광단지 내 부지(점선 원 내). 17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던 민간 사업자는 마사회와 3년째 사업 취소로 인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시행사 제공
ㄱ사, 대법원 패소에도 계속 의혹 제기

공원형 장외발매소는 도심에 설치·운영되고 있는 기존 (도심형) 장외발매소가 사행성 조장 논란을 빚자, 이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추진됐다. 공원형 장외발매소 도입이 추진된 건 김광원 전 회장 때로, 당시 마사회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승마와 체육시설 등 복합 레저 기능을 겸비한 경마 영업장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에 발맞춰 공원형 장외발매소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마사회는 이에 따라 2010년 4월 공원형 장외발매소 시범 사업 대상자를 최초로 공모했다. 마사회는 현장 실사 등을 거쳐 2010년 8월 천안종합휴양관광단지(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용원리 일대)에 공원형 장외발매소 설치를 추진하던 SPC(특수목적법인)인 ㄱ사를 첫 사업 시행사로 조건부 선정했다. 당시 마사회와 ㄱ사는 협의를 통해 기존 천안시 두정동의 도심형 장외발매소를 이전해 공원형 장외발매소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ㄱ사가 2010년 9월 마사회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마사회는 이행계획서를 제출받은 지 4개월 만인 2011년 1월 ㄱ사에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고, 같은 해 3월 이를 공식 확정했다. 당시 마사회는 “ㄱ사가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2개월로 제한된 사업 대상 부지 취득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마사회는 “ㄱ사가 2010년 10월25일까지 부동산을 취득해야 하는데 2010년 12월30일 부지를 매입해, 사업 취소 귀책사유가 그쪽에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마사회는 “ㄱ사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한 즉시 소유권을 신탁사로 이전했다”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법원에서도 선정 취소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사의 최 대표는 “마사회의 요청에 따라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마사회 측과 추가 협의를 하려고 했지만 마사회 관계자들이 복잡한 내부 사정을 들며 협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며 “마사회는 소유권 취득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토지 매입을 전혀 독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당시는 마사회가 추진 중이던 순천 장외발매소 사업과 관련해 고위 간부가 민간 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등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증폭될 때였다. 최 대표는 “마사회와 추가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 매입을 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 일방적으로 민간 사업자가 잘못했다며 사업 자체를 취소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사로 이전한 것과 관련해서도 “마사회가 추진 중인 다른 장외발매소 사업에서도 부지 소유권을 신탁하는 만큼 그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ㄱ사는 2011년 3월 마사회를 상대로 공원형 장외발매소 시범 사업 협의 대상자 지위 인정 가처분신청을 내 승소했고, 이어진 2012년 2월 정식 재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012년 7월 마사회 측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는 반대로 마사회 측이 승소해 판결이 뒤집어졌다. 올해 2월 대법원은 ㄱ사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해 최종적으로 마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ㄱ사는 지난 7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공정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의도적으로 사업 취소로 몰고 가” 주장

ㄱ사가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마사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ㄱ사 측은 “마사회가 최종 사업자로 우리를 선정한 후 직·간접적으로 사업 취소 쪽으로 몰고 가려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2010년 11월 장외발매소 사업을 주관했던 마사회의 장외처장이 금품 수수 문제로 물러난 후, 추가 협의를 독촉하기 위해 만난 신임 장외처장이 ‘기존 두정동 장외발매소를 이전해 공원형 장외발매소를 건립할 계획이 없다’는 등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며 “처음에는 신임 처장이 부임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사회가 장외처장 교체 후 이미 천안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자체를 취소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사회가 사업 취소 최종 통보를 하기 전 마사회와 가교 역할을 하던 (ㄱ사의) 부하 직원이 ‘최 대표가 사업 전면에서 물러나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며 지분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며 “마사회 쪽에서 내가 사업을 주도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마사회는 “ㄱ사는 (마사회 쪽의 추가) 협의가 없어 사업이 무산된 것이라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ㄱ사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사업 취소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마사회가 2012년 10월 충남 천안에 이어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부지로 선정한 충남 태안의 리조트 건설 현장. 현재는 시공사의 유동성 위기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 시사저널 전영기
“적법한 절차 따른 사업 취소였을 뿐” 반박

논란은 마사회가 천안 사업 무산 이후 추진해오던 또 다른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역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마사회는 충남 천안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이 취소된 후인 2012년 10월 충남 태안군에서 복합 테마 리조트를 건립 중이던 ㅇ사와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을 신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ㄱ사의 사업이 취소된 후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ㅇ사는 ㄱ사가 최초 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공모 과정에서 승인이 보류된 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2010년 8월18일 마사회의 제9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마사회는 충남 태안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고 ㅇ사는 선정이 보류됐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서 아무개 이사는 “문제는 태안·새만금·무안·영광 등 서해안 개발 사업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면서 태안에서 장외발매소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성 아무개 이사는 “(ㄱ사가 추진하는) 천안(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은 민원 문제도 없고 입지 등 접근성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반면 강원도의 알펜시아 경우를 봐도 리조트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충남 태안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은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지만 장외발매소 건전화를 요구하는 정부 정책을 위해 추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조건부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ㅇ사가 추진하던 충남 태안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은 시공사의 부실 사태로 공사가 중단됐다. 마사회 측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ㅇ사는 시공사에 기성 공사비 지급을 완료했지만, 시공사의 유동성 고갈에 따라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시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완료 후 공사 재개 시 정부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ㄱ사 측은 “우리가 추진하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을 토지 매입이 지연됐다는 이유만으로 취소시켰는데, 이후 선정한 업체는 첫 공모 때부터 선정이 보류될 만큼 문제가 많았던 곳”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마사회의 부적절한 사업 추진으로 민간 사업자가 토지 매입을 위한 대출과 이자 등 수백억 원의 빚더미를 안게 됐을 뿐 아니라, 국내 경마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대는 장외발매소 사업마다 ‘좌초’  


한국마사회가 추진해온 마권 판매용 장외발매소 관련 사업들이 민간 사업자와의 불협화음과 시공사 위기, 각종 소송 사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마사회가 운영 중인 경마장은 과천·김해·제주 3곳과 장외발매소(도심형) 30곳 등이다. 장외발매소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사행산업 건전 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2008년 이후 이전을 제외한 정량(32곳) 이상의 추가 증설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주관 부처였던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까지 공원형 장외발매소 1곳을 만들어 시험 운영한 뒤 결과에 따라 추가로 2곳을 늘린다는 ‘경마영업장 총량 조절 안건’을 사감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안은 장외발매소의 총량 제한을 푸는 안과 맞물려 사감위의 반대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추진했던 충남 천안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이 취소된 후 민간 사업자와의 분쟁이 이어지고, 충남 태안의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도 시공사의 유동성 위기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뿐만 아니라 마사회가 추진해왔던 서울 서초·마포·용산과 전남 순천 장외발매소 이전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들 장외발매소 이전 사업에는 지금까지 마사회 예산 2483억원이 투입됐지만 서초(마사회 지급 금액 696억원)와 순천(101억원)은 사업이 폐지됐고, 마포(669억원)는 시행사와 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용산(1017억원)의 경우 10월 초 이전 개장이 예정돼 있지만 여전히 이전 부지 인근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장외발매소는 30곳으로 정량 이하인 만큼 공원형 장외발매소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고, 정량 규제 완화는 앞으로 사감위와 추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일부 장외발매소 사업이 중단 위기를 겪고 있지만 관련 소송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사업이 폐지된 일부 부지는 대체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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