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앵벌이’ 하러 수도권에 온다?
  • 조수영 인턴기자 ()
  • 승인 2013.10.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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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들, 학령인구 줄어들자 생존 위해 너도나도 캠퍼스 이전

목표 지점은 12시 방향, 수도권. 살기 위해 ‘북쪽’으로 전진하는 대학들이 있다. 이들의 본진은 지방. 하지만 지금 ‘자원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여기서 자원은 학생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선 자원 확보를 위해 ‘앞마당 멀티(본진 주변에 새로이 진을 치는 것을 가리키는 게임 용어)’를 시도한다. 지금 지방 대학들은 수도권에 캠퍼스를 세우며 ‘멀티 작전’을 펼친다. 수도권이 아니면 “수도권 주변이라도 괜찮다”는 분위기다. 지방대가 진격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의 청운대학교. 이 대학은 2009년부터 수도권 진입을 추진해 최초로 수도권(인천)에 캠퍼스를 설립했다. 청운대 기획팀 관계자는 “틈새가 있다는 걸 알고 법률 자문을 받아 이전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4일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지방대 수도권 이전

이 대학 관계자가 말한 ‘틈새’는 다름 아닌 대학 이전과 관계된 법조문이었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자 마련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지방대의 수도권 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2006년 ‘주한미군 공여 구역 주변 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수도권 진입을 막았던 빗장이 풀렸다. 특별법에 따라 반환이 예정된 미군기지 터에 일부 학과의 이전을 허용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파주·의정부·양주 등이 대상 지역이다.

경기도는 지방대들의 잇단 수도권 캠퍼스 설립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대학 유치는 민선 4, 5기 경기도의 중점 사업이다. 경기도는 유치된 대학의 빠른 개교와 착공을 돕기 위해 학교별로 전담반을 꾸려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서영대·예원예술대·침례신학대·경동대·동양대 등 8개 지방대를 유치했다.

지난 7월 경기도의회에선 대학 유치를 장려하는 조례도 통과됐다. 조례를 발의한 민주당 소속 이재준 도의원은 “경기 북부 미군기지가 반환될 당시 주민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대학 유치를 활성화하는 게 지역 주민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가 캠퍼스 설립에 반색하는 근저엔 ‘지역 경제 활성화’란 기대가 깔려 있다. 지방대의 수도권 진출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장사’인 셈이다.

지방대가 수도권 진입을 계획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생 유치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모든 지방대가 안고 있는 숙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학령인구와 관련한 지방대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학령인구란 초·중·고교와 대학교에 다닐 연령대인 만 6~21세까지의 인구를 말한다. 학령인구는 지역을 막론하고 줄어들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1000만여 명인 학령인구는 2040년에 이르러 600만명대에 진입한다. 33%나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대학 입학자도 감소한다는 얘기다. 학령인구가 두드러지게 감소하는 곳은 물론 지방이다. ‘18~21세 학령인구 지역별 전망’을 보면 영·호남 학령인구는 30년 내에 반 토막 난다.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우도 2040년 학령인구는 2012년에 비해 각각 48%, 4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입학 정원 공백으로 이어진다. 2012년 기준 충청남도 소재 대학의 입학 정원은 4만3459명이다. 그런데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40년경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이 지역 학령인구는 2만178명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정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수도권 대학들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도 2040년에 이르면 학령인구는 줄어든다. 다만 다른 지역에 비해 감소 폭이 작다. 입학 정원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년 내 존폐의 기로에 설 지방대들이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세한대학교(구 대불대학교)는 지난 8월27일 충남 당진에 제2캠퍼스를 열었다. 비록 수도권은 아니지만 캠퍼스 이전 목적은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다른 지방대와 차이가 없었다. 세한대 관계자는 “밑(전남)에 계속 머무르는 건 더 이상 안 된다는 판단이 섰다”며 “수도권 진출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지방대에게 ‘수도권 대학’ 타이틀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대학 가치의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월 인천캠퍼스를 연 청운대가 그렇다. 지난해와 올해 이 대학의 경영학과 수시 1차 경쟁률 변동은 경이롭다. 2012학년도 해당 학과의 일반 학생 전형 경쟁률은 ‘8.04 대 1’이었다. 그런데 같은 과의 2013학년도 경쟁률은 ‘60.2 대 1’이 됐다. 수도권 캠퍼스 이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수도권 진출은 ‘마지막 몸부림’

청운대는 캠퍼스 이전으로 후광 효과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이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은 재학생 충원율(25%), 취업률(15%), 교원 확보율(10%), 등록금 부담 완화(10%) 등 8가지 평가 지표를 토대로 지정된다. 청운대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교육부 발표 이틀 전인 8월27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엔 취업률과 대학생 충원율에서 부진했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를 보완했기 때문에 등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도 재정 지원 제한 대학 명단에서 청운대는 빠졌다.

지방대들의 수도권 이전은 대학 구조조정을 피하려는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교육부로부터 위치 변경 승인을 받아 수도권 캠퍼스를 설립했거나 설립할 예정인 7개 지방대 가운데 5개 학교가 부실 대학 이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8월26일 위치 변경 인가를 얻은 동양대학교는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이들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학생 수급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대학 구조조정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옮긴다고 대학 경쟁력이 강화될지는 미지수다. 무리한 수도권 진출이 대학의 재정 건전성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사저널>은 수도권 이전을 계획 중인 7개 지방 대학의 결산 자료를 토대로 재정 건전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기도 파주캠퍼스로 이전을 추진 중인 한려대의 순운용 이익은 2010년 18억원, 2011년 13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00만원으로 대폭 하락했다. 순운용 이익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대학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나머지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대체적으로 운영 수익에서 운영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를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운영 비용이 운영 수익의 70%를 넘지 않아야 재정 건전성이 유지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대학들의 무리한 수도권 진출을 제지할 방법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전 일자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인가 취소가 가능하다”며 “(인가를 취소하는 데) 대학의 재정 건전성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경영연구소 길용수 소장은 “수도권 이전으로 입학 경쟁률이 오르는 등 당장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이 악화된 채 올라와 다른 수도권 대학과 어떻게 경쟁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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