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고집부리다 뒤처지나
  • 정태일│헤럴드경제 산업부 기자 ()
  • 승인 2013.10.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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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팬택 앞다퉈 대화면 스마트폰 출시 활용도에서 5인치가 3.5인치 압도

“스마트폰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라면 한 손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크기에 대한 애플의 철학이다. 애플은 4인치를 넘어 5인치대 스마트폰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아이폰 4S까지 줄곧 3.5인치를 고수했다.

애플에 의해 설정된 ‘불문율’은 삼성전자에 의해 깨지기 시작했다. 갤럭시S 시리즈로 4인치대 스마트폰을 선보이더니 급기야 2011년 5.3인치 크기의 갤럭시 노트를 출시하며 스마트폰의 ‘대화면 시대’를 이끌었다. 애플이 스마트폰 자체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라면, 삼성전자는 ‘보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던 스마트폰이 갈수록 커지면서 시원한 대화면을 갖춘 제품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피처폰 시절에 들고 다니며 통화 위주로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휴대전화 이용 패턴이 웹 검색, 게임, 영화, DMB, 이메일 등 ‘보는 콘텐츠’ 위주로 재편된 영향이 크다. 사실상 아이폰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5인치 전후의 대화면 폰들을 주력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 칸타르월드패널컴테크(kantarworldpanel comtech)의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 활용 분야 15개 항목 모두에서 5인치대 스마트폰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는 활용도가 100%에 근접했다. 특히 동영상을 내려받거나 감상하는 분야에선 3인치 이하 스마트폰 활용도는 19%에 그쳤지만, 5인치대 스마트폰은 65%를 차지하며 3인치 이하 스마트폰보다 3배 이상 높았다. 3~3.9인치 스마트폰 동영상 사용도도 40%에 그쳤다. GPS·맵스 등 지리 정보 검색도 5인치대 스마트폰이 3인치대보다 20%포인트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인치대 사용자들이 폭넓고, 집중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조사 결과는 넓은 화면이 스마트폰 사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손으로 조작하기 힘들고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약점을 딛고 사람들이 가장 ‘스마트폰답게’ 쓰는 스마트폰은 5인치대인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갤럭시 노트 이후 갤럭시 노트2, 옵티머스 뷰, 옵티머스 뷰2, 베가 S5, 베가 R3 등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3개월간 8개 나라에서 판매된 안드로이드폰 중 4.5인치 이상이 29%를 기록하는 등 스마트폰 3대 중 1대꼴로 큰 화면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다.

5인치도 작다…6인치급 스마트폰 봇물

최근 출시된 갤럭시 노트3는 5.7인치로, 새로 출시될 때마다 0.2인치씩 커지고 있다. 갤럭시 노트3는 풀HD 슈퍼아몰레드 화면에 대용량 3200mAh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두께는 8.3㎜로 기존 모델보다 더 얇아지고 무게는 168g으로 가벼워졌다. 최초로 3GB 램을 탑재해 여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돌리는 소화 능력이 향상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크기를 능가하는 6.3인치의 ‘갤럭시 메가’를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순차 출시했다. 기존 최대 화면 기록은 팬택의 6인치급(5.9인치) 스마트폰 ‘베가 넘버6’였다. 갤럭시 메가는 이보다 0.4인치 큰 화면으로, 사실상 국내에 출시된 최초의 ‘6인치 이상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메가는 첫 화면인 홈 스크린과 애플리케이션 창을 가로 모드와 세로 모드의 별도 UX(사용자 환경)로 구성해 사용 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주소록, 이메일, 메시지, S메모, 갤러리 등에서 가로 모드 변환 시 한 화면을 둘로 분할해 보여주는 ‘화면 분할’ 기능을 통해 두 개의 화면으로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로 모드로 이메일을 볼 경우 왼쪽 화면으론 메일 리스트를, 오른쪽 화면으론 메일의 내용을 볼 수 있어 여러 개의 메일을 빠르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 메가는 4.2 젤리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1.7㎓ 듀얼코어 CPU를 장착하고, 800만 화소 카메라에 3200㎃h 배터리를 탑재했다.

6인치급 스마트폰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팬택도 10월 중순께 다시 한 번 5.9인치 크기의 대화면 스마트폰을 새롭게 공개한다. 팬택 최초로 펜을 탑재하는 제품으로 사실상 국내 제조 3사가 모두 펜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대화면 폰이 주를 이루면서 각 사별로 차별화 기능이 별도의 경쟁 분야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펜이다. 갤럭시 노트3는 노트 제품만의 특장점인 S펜 기능이 더욱 강화됐다. 갤럭시 노트3의 화면 위에서 S펜의 버튼만 누르면 5가지 주요 기능들이 부채 모양으로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에어 커맨드’ 기능을 새로 도입했다.

패블릿 대결, ‘펜·후면 경쟁’으로 압축

에어 커맨드 기능을 사용하면 자주 쓰는 5가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액션 메모 기능은 손 글씨로 메모한 정보를 인식해 전화 걸기, 번호 저장, 지도 위치 찾기 등 다음 단계로 바로 연결시켜준다. 스크랩북 기능으로는 관심 있는 콘텐츠를 웹·이미지·동영상 등 포맷에 제한 없이 한 곳에 쉽고 편하게 S펜으로 스크랩할 수 있다. 캡처 후 쓰기 기능으로는 화면 전체를 캡처한 후 메모를 추가할 수 있으며, 어느 화면에서나 필요할 때 바로 호출해 콘텐츠 종류에 상관없이 한 번에 찾아 주는 S파인더, 잠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실행시킬 수 있는 펜 윈도우 기능 등도 포함됐다.

LG 뷰3는 그동안 펜 휴대가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렴해 ‘러버듐 펜’을 내장했다. 펜을 꺼내면 Q메모, 노트북, 캘린더 등 메모 관련 기능들이 화면에 자동 정렬돼 원하는 기능을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다.

팬택이 최초로 선보인 후면 터치 기능과 지문 인식도 대화면 폰에서 새롭게 나타난 기능이다. LG전자도 휴대성 강화를 위해 LG G2에서 측면 볼륨 키와 전원 버튼을 뒤로 배치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대화면 폰은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이 인체 공학적으로 봤을 때 한국인 체형에 불편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올 정도다. 기술표준원 사이즈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인의 손목에서 엄지손가락 끝까지의 길이는 평균 110?120㎜다. 한국인 남성 90?95%와 한국인 여성 대다수가 5인치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성의 경우 해당 부분의 길이가 5인치(127㎜) 이상인 사람의 수가 연령대별로 5?10% 안팎에 그쳤다. 여성은 50대 조사 대상자 중 5%를 제외하고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해당 부분 길이가 5인치 이상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세진 박사는 “손이 작은 한국인이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해당 부분의 근육을 많이 써야 해 무리가 갈 수 있다”며 “실수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제품이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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