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쳤다 vs 반짝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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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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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부동산 대책 그 이후…전문가 2인 심층 분석

임채우(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연말까지 전·월세 상승
4분기가 주택 구입 적기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ㅇ씨(45세)는 3개월 전부터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전용 60㎡에 살고 있는 그는 5인 가족이 살기에는 좁아 전용 101㎡로 이사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전세 물량이 없어 아직까지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불과 두 달 사이에 전세 가격이 3000만~4000만원 오르다 보니, 전세금에 7000만원 정도를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차라리 주택을 구입할까 고민 중이다.

마침 정부에서 전세 수요를 매수 수요로 전환하기 위한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고, 취득세 영구 인하와 공유형 모기지 제도 등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바닥이라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택 구입의 적기로 올해 4분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8·28 전·월세 안정 대책 발표 이후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달에 비해 0.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인 것은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이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매년 말 선정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값이다. ‘KB부동산 R-easy 전망지수’도 전국 기준 111.7을 기록해 지난 5월(103.2) 이후 4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3개월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KB국민은행 시세조사 중개업소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강남 일대 고층 아파트. ⓒ 시사저널 포토
실제로 전용 85㎡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이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1 대책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락세로 가던 전국 아파트 가격은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분양 시장에서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면서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9월에 분양했던 서울 송파위례신도시의 아이파크 1차와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아파트는 각각 16.2 대 1과 25.6 대 1의 높은 청약률로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이 형성된 상태다. 높은 청약 열기는 전세 가격 급등에 따른 내 집 마련 수요 증가, 정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좋은 입지, 주택 시장이 바닥이라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데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대형 새 아파트에 대한 강남권 수요자들이 청약 시장에 대거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시장도 서서히 안정될 듯

8·28 전·월세 대책이 전세 가격 안정을 위해 발표됐다. 하지만 매수 수요 회복에는 기여했어도 전세 가격 안정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28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8월26일과 그 시점부터 2주 후인 9월9일을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가 1.0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이 0.75%, 기타 지방 0.2%, 5개 광역시 0.17%로 지방보다는 수도권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입주 물량이 지방에 비해 적었고 매매 거래보다는 전세로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수도권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세 가격 상승률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서울과 인천 등 5개 광역시의 경우에는 전용 62.81㎡ 이상~95.86㎡ 이하 중형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지만 경기도와 기타 지역의 경우에는 전용 135㎡를 초과하는 대형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2주간 전 평형에서 0.5%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중대형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8·28 전·월세 대책이 발표됐지만 전세 가격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연말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책 발표와 시행 시기와의 시차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전세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를 매수 수요로 전환해 전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당장 전세 가격이 안정되진 않겠지만 전세 수요자가 내 집 마련으로 돌아설 경우 전세 가격 상승세는 상당 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시 거래 활성화 전망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에 1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주요 부동산 이슈에 대한 정부의 ‘찔끔찔끔’ 대책과 정책 실행 가능성에 대한 신뢰 부족에 기인한 바 크다. 다행히 이번 8·28 전·월세 대책은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한 적시적인 대책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취득세 감면과 원상회복이 반복됐지만 이번에 영구 인하를 시행하기로 확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전세를 매매로 전환하기 위한 공유형 모기지 제도,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구입 자금’ 지원 확대, 장기 주택 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 완화 등 주택 구입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문제는 시행 시기다.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야당에서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시행 시기가 미정이다. 올해 초 취득세 감면도 시행 시기가 늦춰지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된 적이 있어 조속한 국회 통과로 모처럼 살아난 기대 심리를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거래 증가는 주택 시장이 바닥이라는 심리가 형성되는 가운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면제와 양도 차익에 대해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는 수요자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취득세 영구 인하 등 8·28 전·월세 대책의 조속한 통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추가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조속히 폐지해 다주택자가 집을 사고파는 데 대한 족쇄를 풀어줘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주택자가 내놓는 임대주택 물량이 증가하게 되면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난 4·1 부동산 대책에서 추진하기로 한 수직 증축 리모델링 법안도 조속히 입법화해 2012년 말 기준 전국적으로 400만호에 달하는 15년 이상 된 아파트의 거래에도 숨통을 터줘야 한다.

 

선대인(선대인연구소 소장)
집 살 사람은 모기지 대출
활용하라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후 전·월세 가격은 안정되지 않는 반면, 매매가는 오르는 시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8·28 대책은 말로는 전·월세 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으나, 역시나 또 한 번의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문에 나온 네 가지 대응 방안 가운데 첫 번째가 ‘주택 시장 정상화→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유도’다. 아예 대놓고 집을 사게 하겠다는 대책을 전·월세 대책의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1 부동산 종합대책 후속 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취득세율을 주택 시가 구간별로 1~3% 수준으로 영구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 주택 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근로자·서민의 구입 자금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나왔던 대책들을 재확인하거나 지원 규모 등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친다.

10월4일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 걸려 있는 아파트 홍보 플래카드. ⓒ 시사저널 전영기10월4일 서울 신천동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소에 주변 시세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초저금리 모기지 대출은 ‘집 사라’ 메시지

이것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손익 공유형 모기지’라는 기상천외한 1%대 초저금리 모기지 대출 방안도 내놓았다.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가 물가 상승률이나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얼핏 보면 많은 무주택자가 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정부를 믿고 마음 놓고 집을 사도 될까. 우선 해당 자격이 되고 어차피 조만간 집을 살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 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 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얹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 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필자가 누누이 강조하듯이 향후 추가적인 집값 하락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치로 향후 5년간에 걸쳐 30%가량 떨어진다고 생각해보자. 매년 시중의 다른 주택 자금 대출보다 이자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20년 가까이 빚을 내면서 30%의 자산 가치 하락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이번 대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집값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작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호가 위주로 집값을 다시 띄우는 효과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4·1 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상당수 언론이 그렇게 주장했지만 약발이 채 두 달도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980조원의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 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어림없다. 서울을 기준으로 부동산 폭등기에 매월 2만5000호가량 거래되던 아파트 거래량이 2000~3000호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이 추세를 탈피할 기미는 거의 없다. 워낙 위축된 거래량에서 일시적으로 조금 늘어난 수치를 근거로 섣불리 ‘집값 바닥론’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지난 4·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2분기 동안에만 주택 대출 5조5384억원을 포함해 약 16조9000억원의 가계 부채가 늘어났지만 주택 시장은 ‘두 달 천하’에 그친 채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겨우 한 분기 가계 부채 증가액의 1.8%, 주택 대출 증가액의 5.4% 정도밖에 되지 않는 3000억원 정도의 모기지 대출 자금 규모로는 주택 시장을 떠받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그러한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3000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년의 연평균 주택 거래량 60만4000가구의 0.5%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3000호의 주택 거래량조차도 상당 부분은 주택 모기지 자금 대출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각종 주택 구입 자금 지원금을 따져봐도 추가로 1조~2조원 정도의 자금 지원이 느는 데 불과하다. 이 정도 자금 지원으로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취득세 감면 따른 거래 진작 효과 거의 없어

기껏해야 3억원 이하 소형이나 중소형 저가 아파트의 하락세를 일시적으로 조금 늦추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주택을 사지 못한 무주택자라면 대부분 소득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층 가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람들이 주택 구입 자금 지원을 받아 사는 주택은 대부분 저가 중소형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중소형 아파트만이 일시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 중대형 아파트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취득세 영구 인하 효과가 클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동안의 취득세 감면 효과를 분석해보면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 진작 효과는 거의 없다. 상식적으로도 최소 수억 원짜리 아파트에 대해 1% 할인해준다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한 이번 대책 역시 3~4개월 정도 반짝 효과만 보일 뿐 부동산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을 막는 데는 크게 역부족일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전·월세 대책’으로 포장하기 위해 구색용으로 내놓은 주거 바우처나 저소득층 저가 임대 보증금 우선 변제권 확대도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저소득층 주거 복지에 관심이 있다면 주거 바우처 제도를 내년 10월에나 도입하고, 예산 규모도 밝히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상천외한 정부 보증 모기지 제도까지 도입하는 그 꼼꼼함(?)에 비춰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게 정부의 속내라는 것이다.

결론을 내자. 8·28 대책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를 위한 또 한 번의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었다. 특히 전·월세난을 방치하고 집값 거품을 뺄 생각은 없이 이로 인해 고통받는 세입자들을 토끼몰이(?)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대책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나는 충격을 세입자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아 줄여보겠다는 ‘물귀신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쌓여 있는 막대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생각한다면 정부 대책은 길게 보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집값 하락을 막지도 못하고 전·월세 세입자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단기적 충격이 있더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길게 보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시키고 국민 전체의 주거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그것이 공공 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 인구 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주택 정책을 마련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 부동산에 묶인 돈이 풀려나 생산 경제로 흐르도록 해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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