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원형질 찾아 거리로 나선다
  • 용원중│대중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0.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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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 2집 음반 각종 차트 1위…“1집과 비슷한 분위기” 비판도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가을바람을 타고 돌아왔다.

지난 9월25일 1년 6개월 만에 발표한 2집은 현재(10월2일 오전) 멜론·엠넷 등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전국 투어 콘서트는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 중이다. 11월1~2일에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1만석 규모)에서 첫 대형 콘서트를 연다. 2집 발매 후 단 한 차례의 방송 활동이나 홍보 없이 이뤄낸 결과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반향은 차이가 있다. 1집 발표 직후 8개의 음원 차트에서 1~9위를 차지했던 ‘줄 세우기’ 효력은 다소 약해져 정준영, 임창정, 소유-매드클라운에 상위권 진입을 허용한 상태다.

열렬한 환호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신보를 둘러싼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공감 가는 가사, 버스커버스커만의 감성이 더욱 진해졌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지만 “1집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 식상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속사 청춘뮤직 측은 “이번 2집은 데뷔작의 연장선에 자리한다. 팝·포크·록의 요소를 기반으로 한 곡 구성, 사운드 프로덕션, 계절을 매개로 한 콘셉트는 1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성숙함과 깊이, 실력파 세션맨·보컬리스트가 가세해 만들어낸 풍성한 사운드가 전작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고 밝혔다.

2집은 사랑에 대한 소회와 통찰을 담아낸 연가(戀歌) 음반이다. 타이틀곡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비롯해 <가을밤> <사랑은 타이밍>  등 모두 9곡이 수록됐다. 리더 장범준이 모든 곡의 작사·작곡을 맡았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2집은 사랑에 대한 소회 담은 연가 음반

1집에서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 <첫사랑> <꽃송이가> 등을 통해 청춘의 봄날 같은 풋풋한 서정을 폭발시켰다면 2집에서는 가을과 어울리는 무르익은 감수성이 넘실댄다. 그렇기에 확연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부작 사랑의 성장통 드라마를 보는 듯 잘 연결된 느낌을 준다.

<처음엔 사랑이란 게>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장범준은 진·가성을 넘나들며 애틋하게 노래하다 후반부에서는 강한 샤우팅 창법으로 진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감정선을 건드리는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여전히 뛰어나며, 선배 뮤지션 윤종신의 평가처럼 비음 섞인 매끄러운 창법에 아우라까지 얹혀졌다. 리듬 파트를 담당하는 브래드(드럼), 김형태(베이스)와의 호흡은 더 꽉 조여졌다.

버스커버스커는 많은 열성 팬을 보유한 아이돌 가수도, 관록을 자랑하는 국민 가수도 아니다. 가요계의 대세인 후크송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비주류 록음악을 추구하는 풋내기 밴드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기본(혹은 원형)에의 충실’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버스커는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 한철 소비되고 마는 싱글(1~2곡 수록)의 유혹을 뿌리치고 호흡이 긴 정규 음반으로 승부를 건다. 7~9개 트랙으로 구성된 음반을 끝까지 감상하기 위해서는 개별 곡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음반의 통일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간과 자본, 공력이 몇 곱절 더 든다.

버스커버스커의 뮤직비디오. ⓒ 버스커버스커 MV캡처
‘보는 음악’ 아닌 ‘듣는 음악’에 초점

이들은 자극적인 구어체 가사가 아닌 시적인 노랫말, 차가운 전자음이 아닌 따뜻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가치를 복원시켰다. 기교가 부족하고 투박할지언정 진심이 느껴지는 연주로 대중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1집은 무려 15만장이나 팔려나갔다.

평단 역시 이들의 음악적 성과를 인정했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은 이들에게 ‘최우수 팝 음반상’ ‘최우수 팝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3관왕을 안겼다. 멜론뮤직어워드에서는 ‘앨범상’을, 엠넷의 20’s초이스에서는 ‘온라인 뮤직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그들의 신인답지 않은 행보는 그간 입길에 자주 오르내렸다. 2011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주관 방송사의 국제 행사인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돌연 활동 중단 선언과 함께 불참했다. “그룹의 정체성이나 향후 활동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고민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선다는 것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는 게 이유였다.

최근 이 과정에 얽힌 뒷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이번 새 음반 발표 후에도 톱 가수들조차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방송 출연 및 언론 매체 홍보 활동에 일절 나서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음악만으로 대중과 소통하겠다는 ‘뚝심’으로 읽힌다.

20세기 전반부에 통기타를 둘러맨 채 이 동네 저 동네를 떠돌며 노래하고 발로 리듬을 맞추던 블루스 뮤지션들은 록 음악을 태동시킨 주인공이었다. 거리 연주(버스킹)로 음악 여정을 시작한 이 3명의 버스커들은 앞으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까. 이들이 기본을 등한시한 채 획일화로 치닫는 대중가요 시장에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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