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대박의 꿈 무르익는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3.10.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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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FA 자격 획득 뉴욕 메츠 등 명문 구단들 ‘군침’

‘추추 트레인’의 기적 소리가 멈췄다.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는 10월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경기에서 신시내티는 피츠버그에 2-6으로 패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몸에 맞는 공 1개를 얻어내고 득점까지 한 데 이어 8회 초에는 솔로 홈런을 치는 등 3타수 1안타, 2득점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이제 남은 건 그의 거취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추신수는 신시내티 품을 떠나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다.

새로운 종착역은 어디가 될까. 피츠버그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출전한 추신수는 팀이 1-6으로 뒤지던 8회 피츠버그 왼손 구원투수 토니 왓슨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은 의미가 깊다.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8년 만에 가을 잔치에서 기록한 첫 홈런임과 동시에 역대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쳐낸 홈런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전역의 야구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뜨린 홈런이어서 임팩트가 강하다.

ⓒ AP 연합
추신수의 신시내티 사랑

경기가 끝나고 추신수는 “명문팀 레즈에서 한 시즌을 뛴 게 개인적으론 매우 영광이었다”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레즈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지만,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와 다소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따지고 보면 신시내티로서도 영광스럽긴 마찬가지다. 리그 최고의 1번 타자가 팀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추신수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추신수는 타율 2할8푼5리, 출루율 4할2푼3리, 21홈런, 54타점, 107득점, 112볼넷, 20도루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타율 22위, 홈런 21위, 타점 54위, 득점·도루 16위의 빼어난 기록이다. 특히 출루율과 볼넷은 리그 2위로 아메리칸리그까지 합쳐도 출루율은 4위, 볼넷은 2위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100득점과 100볼넷을 동시에 기록했다는 건 경이로운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100볼넷과 100득점 이상을 동시에 거둔 건 32번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2000년 이후 두 기록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2009년의 숀 파킨스와 추신수뿐이다.

출루가 잦고, 도루가 많은 건 1번 타자가 갖춰야 할 절대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추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1번 타자였음은 분명하다.

한국에서야 류현진의 인기와 지명도가 하늘을 찌르지만, 정작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은 ‘루키’에 불과하다. 반면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톱클래스 야수로 꼽힌다.

9월 중순 미국 전역을 취재했을 때 현지 기자들은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투수는 박찬호와 김병현, 야수는 추신수 정도만 생각난다”며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야수를 모두 합쳐도 추신수를 능가할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만큼 추신수의 미국 내 지명도는 류현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시내티는 그런 추신수를 반드시 잡고 싶어 한다. 이미 시즌 말미에 구단 고위층이 추신수와 만나 “내년 시즌에도 당신이 우리 팀에서 뛰는 걸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추신수의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은 “추신수가 신시내티에 남을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돕는다면 계속 우리 팀에서 뛸 것”이란 농담을 던졌다. 그는 “추신수 같은 리그 최고의 야수와 한 팀에서 뛴다는 건 대단히 행복한 일”이라며 “그가 내년 시즌에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신시내티의 홈구장)에서 뛰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추신수 역시 신시내티 잔류를 고민하고 있다. “레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이자 전통의 명문팀이다. 개인적으로 이 팀에서 뛰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특히나 신시내티는 시즌 홈 개막전 때 지역 내 학교와 관공서가 모두 쉴 만큼 야구 열정이 대단한 곳이다. 솔직히 레즈에 계속 남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문제는 몸값이다. 신시내티는 빅마켓 구단이 아니다. 올 시즌 1억750만 달러(약 1151억원)의 선수단 연봉 총액을 감당하는 것도 힘들다. 고연봉 선수도 다른 팀에 비해 많지 않다. 신시내티 담당 기자들도 이를 잘 아는지 “현실적으로 추신수가 신시내티에 잔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추신수가 9월23일(현지 시간) 뉴욕 메츠와 홈경기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쳐 3-2 승리를 이끈 후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고 있다. ⓒ AP 연합
어떤 팀이 추신수를 노리나

그렇다면 추신수의 예상 몸값이 얼마나 되기에 그의 신시내티 잔류를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 미국 CBS가 9월 말 빅리그 단장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추신수의 예상 몸값은 9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약 1071억원) 사이다. 일부에선 추신수가 아시아인이라는 점을 들어 “36세 이후 체력적 한계가 찾아올 수 있다”며 5년 계약에 7000만 달러 정도가 적정 몸값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추신수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그 이상이라고 믿는다. 보라스는 “제이슨 워스와 칼 크로포드보다 추신수가 훨씬 뛰어난 선수”라며 “훌륭한 출루율과 뛰어난 선구안에 파워와 수준급 수비 능력을 갖춘 추신수는 이번 FA 시장에서 독보적인 매물”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워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에 1억2600만 달러, 크로포드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역시 7년에 1억4200만 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계약 체결 당시 기록만 따지자면 추신수가 두 선수보다 뛰어나다.

추신수 영입에 적극적인 팀은 뉴욕 메츠,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다. 이 4개 팀은 빅리그에선 알아주는 부자 구단이다. 올 시즌 성적이 바닥이란 공통점도 있다. 어쩌면 후자의 공통점이 추신수 영입에 제약이 될지도 모른다.

추신수는 시즌 말미에 “강한 팀, 이길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러니까 자신의 목표를 월드시리즈 우승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다소 몸값을 낮추더라도 강팀에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현지에선 추신수가 뉴욕이나 서부 대도시 팀으로 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이 지역엔 한인이 많아 구단의 타깃 마케팅이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에 둥지를 틀든 추신수는 2008년 이치로가 시애틀과 5년간 90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세운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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