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눈 뒤 불안에 떨면 안 되지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0.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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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는 임신 막으려면 약간의 불편함과 성욕 감퇴 감내해야

낮은 출산율이 국가 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부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들어갈 돈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이 셋은 부(富)의 상징’이란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그렇기 때문인지 새로운 피임법이 나오면 늘 주목을 받는다.

성관계를 갖고 난 뒤 가장 큰 걱정은 ‘임신’이다. 임신이 걱정돼 월경 중에 성관계를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월경 기간에 성관계를 갖는 것은 여성에게 좋지 않다. 월경혈이 역류해 나팔관과 난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팔관과 난소 사이에는 틈이 있어 역류한 피가 나팔관을 따라 자궁 밖인 복강으로 나갈 수도 있다. 복강은 갈비뼈 아래 소화기관 대부분이 모여 있는 곳인데, 여기에 피가 고이면 복강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임을 해야 안전하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피임약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약은 병 때문에 비정상이 된 신체 기능을 정상으로 돌려주는 물질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생식 기능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경구피임제(먹는 피임약)는 약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보통 약과는 다르다. 현재 사용되는 피임약은 먹는 피임약에서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팔뚝에 이식해 넣는 이식형 등 다양한 종류가 선보이고 있다.

ⓒ 일러스트 임성구
피임약의 에스트로겐, 성적 욕구 감소시켜

피임 기술의 진보는 자유로운 성관계를 갖게 했다.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 이외의 생물에게 섹스는 생식 바로 그 자체다.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임법은 콘돔, 질외 사정, 월경 주기법, 경구피임약 순이다. 개인의 신체적 특징이나 때와 장소,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성관계를 하면 언제라도 임신이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을 경우 피임은 필수라는 사실이다.

청소년성문화센터 자료를 살펴보면, 청소년들의 경우 성관계를 가질 때 피임을 거의 안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다. 왜 그럴까. 피임을 못 하는 이유에 대한 답으로 남학생들은 ‘임신하지 않을 것 같아서’(28.5%), 여학생들은 ‘즉흥적으로 하게 돼서’(25.6%)를 꼽았다. 특히 인문계 여학생들에게선 ‘분위기를 깰까 봐’(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보호관찰소와 쉼터에 있는 여학생들 중에는 ‘피임법을 몰라서’(31.3%)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쉽고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피임법은 무엇일까. 남자의 경우에는 콘돔, 여자의 경우엔 경구피임약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콘돔의 피임 실패율은 10~20%에 이르지만, 이는 거의 사용법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확하게 사용하면 손쉽게 임신을 막을 수 있다. 콘돔의 두께는 0.015~0.09㎜로 다양하지만 얇기 때문에 자칫 찢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콘돔 끝 부분에 있는 돌출 부위를 살짝 비틀어 공기를 빼고 사용해야 한다. 유통기한 확인도 필수다. 보통 콘돔에는 살정제와 윤활유가 첨가돼 있어 3년 정도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신축성이 떨어진다.

콘돔 사용은 분명히 좋은 피임법이다.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성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콘돔의 느낌이 싫을 뿐만 아니라 콘돔을 사용함으로써 갑갑한 기분이 들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치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같다고나 할까. 다소 답답하고 불편한 점은 있지만 안전 운전을 위해 안전벨트 사용은 필수 요건이다. 콘돔 역시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서는 필수다. 콘돔은 임질, 매독, 트리코모나스 질염, 클라미디아, 에이즈 같은 성병 감염도 예방할 수 있다.

여성은 주로 약을 먹어 피임한다. 먹는 피임약의 경우, 보통 1년간 복용하면 실패율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일반 경구피임약은 소량의 여성호르몬제로, 한 알 먹는다고 해서 피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생리 기간을 빼고 한 달 주기로 3주 동안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꾸준히 복용했더라도 한 번이라도 잊어버리면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경구피임약 또한 콘돔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성적 욕망을 감소시킨다. 피임약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섹스에 대한 욕구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또 경구피임약은 모유 성분을 변화시키고 양을 줄일 수 있으므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남녀 커플 함께 피임하면 성공률 높아

만일 피임약을 준비하지 않은 채 어느 날 뜻하지 않게 그냥 성관계를 갖게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성관계를 하고 나서 바로 피임약을 먹는다면 임신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까.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배란 주기에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72시간 안에 응급 피임약을 사용하면 75% 정도 임신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 피임약은 강력한 호르몬제이기 때문에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응급 피임약 한 알에는 경구피임약 20~25알에 해당하는 황체호르몬이 들어 있다.

응급 피임약은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 복용해야 한다. 결국 응급 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씩 나눠 먹어야 하는 경구피임약 40~50알을 단 12시간 만에 먹는 셈이 된다. 이렇게 많은 호르몬이 몸에 들어가면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월경 주기에 장애가 오거나 구토,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응급 피임약은 가능한 한 계획되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거나 콘돔이 찢어지는 등 피임 방법이 불확실할 때 임신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완벽한 피임법은 없다. 다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피임하면 성공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성관계 시 배란 시기를 피하며 경구피임약을 먹고, 남성은 콘돔을 사용하면 거의 100%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류 첫 콘돔의 목적은 음경 보호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방법은 줄곧 인류의 관심사였다. 가장 오래된 피임법은 기원전 1850년 고대 이집트의 테프리 파피루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집트인은 악어 똥에 벌꿀이나 열매를 섞어 여성의 질 안에 넣으면 정자가 죽는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콘돔은 어떠했을까. 콘돔의 기원은 기원전 3000년경의 초기 이집트 왕조로 알려지고 있다. 그때의 콘돔은 돼지·염소의 맹장이나 방광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당시의 각종 조각품이나 그림에서는 음경에 골무처럼 헝겊주머니를 씌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콘돔의 기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피임이 목적이었던 게 아니고 음경이 벌레에 쏘이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으로 쓰였다고 한다.

피임이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19세기 이후다. 유럽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출산 조절 운동이 시작돼 1800년대 초 피임용 주사기, 페사리 같은 자궁 내 장치와 살정제가 개발됐다. 가장 널리 쓰이는 피임 기구인 콘돔은 1504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팔로피우스가 매독 감염을 막기 위해 리넨(linen)으로 만들었고, 오늘날과 같은 고무 재질의 제품이 나온 건 1844년이다.

현재 콘돔은 단순한 피임 수준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록 얇은 고무 튜브에 지나지 않지만, 콘돔은 안전한 성생활을 이끄는 과학기술의 선물이자 재간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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