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그 다음은?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10.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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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꽁꽁 얼어붙어 조선·건설·해운업계 자금 조달 비상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9월 웅진홀딩스에 이어 올해는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는데 동양 사태까지 터져 이제는 빙하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요즘 채권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기능이 죽은 상태”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돼온 건설·조선·해운 업종이 심각하다. 이들 취약 업종 기업의 경우 올해 9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8조3000억원에 달해 당장 자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 시사저널 포토
시장에서는 이들 가운데 조만간 ‘제2, 제3의 동양그룹’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중에서도 조선·해운 쪽은 아예 거래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초우량 회사를 제외하고는 내년 상반기에 A등급 이하 기업들 대다수가 심각한 신용 경색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4월 GS건설의 실적 쇼크가 났을 때부터 건설이나 해운 쪽이 안 좋다는 말이 많았다”며 “(채권은) 동양 사태처럼 한번 문제가 생기면 원금 회수율이 무척 낮아진다. 그런 면에서 채권이 주식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건설이나 해운 같은) 위험군에 대한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운 쪽 회사채 거래 뚝 끊겨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 사태 후폭풍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기업은 건설·해운업을 계열사로 둔 동부·두산·한진·현대그룹 등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9월24일 그룹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들 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동부그룹의 경우 동부제철·동부건설·동부팜한농·동부메탈·동부하이텍·동부씨엔아이 등 주력 6개 사의 올 6월 말 기준 총 차입금 규모가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비중이 56.1%나 된다. 게다가 최근 1~2년간 6개 주력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신용도가 낮은 BBB급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다. 계열사 가운데 부실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는 곳은 동부건설로 부채 비율이 500%대에 이른다. 동부건설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7800억원에 이른다.

두산그룹 또한 사정이 여의치 않다. 두산그룹은 2011년부터 차입금 규모가 눈에 띄게 늘어나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지난해 실적 저하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전체 부채 비율은 189%대로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주력 계열사 상황이 빠듯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371.1%다. 또 다른 주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부채 비율이 306%에 이른다.

한진은 주력인 항공해운업의 영업 실적이 저하되는 가운데 항공기 및 선박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다. 지난 2008년 말 기준 부채 비율이 243.5%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443%로 훌쩍 뛰었다.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지난 6월 기준 1087.5%에 달했고, 또 다른 계열사인 한진해운은 775.3%다. 현대그룹은 부채비율이 900%에 육박하는 현대상선으로 인해 재무 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 채권단 관리 대기업으로 확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은행마저 대출을 꺼리다 보니, 기업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 한진해운은 부산신항을 운영하는 자회사인 한진해운신항만의 재무적 투자자 교체와 유상 감자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한진해운은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23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한진해운신항만 보통주 97만7143주를 유상 감자 방식으로 주당 7만84원에 처분해 총 684억원의 대금을 보상받는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49%를 보유한 사모펀드 포세아노스의 전환우선주 284만2000주에 대해서도 주당 8만1331원에 유상 감자해 2331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한진해운신항만은 총 3000억원대의 출혈이 생겼는데, 이는 벤처 캐피털인 IMM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유치를 통해 해결했다. 결국 한진해운신항만에 대한 한진해운의 51% 지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재무적 투자자만 포세아노스에서 IMM인베스트먼트로 바뀐 셈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5월23일 유상 감자 결정을 내린 것은 5월24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채를 발행해도 거래가 안 될 것 같아 자회사를 이용해 실탄을 확보한 것”이라며 “회사채 시장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제2의 동양그룹 사태를 막기 위해 채권단 관리 대기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월 말까지 주채무 계열 범위와 재무 구조 약정 체결 그룹 선정 기준을 수정해 대기업 가운데 부실기업 범위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행 은행업 감독 규정은 전년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이 그 이전해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 잔액 대비 0.1%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집단을 ‘주채무 계열’로 정해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동양그룹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금융권 여신 규모를 0.1% 이하로 유지해 지난 2010년부터 주채무 계열 선정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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