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이 아니라 새누리당인 게 중요한 거여”
  • 엄민우 기자·이혜리 인턴기자 ()
  • 승인 2013.10.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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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재보선 최대 관심 지역 화성갑 르포

10월9일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기 3시간 전인 오전 11시. <시사저널> 취재진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조암시장을 찾았다. 길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던 한 50대 여성 상인에게 10월30일에 있을 화성갑 보궐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정치엔 별 관심이 없다”며 심드렁해했다. 기자가 다시 한 번 “서청원 전 대표가 후보로 나오는 건 알고 계시느냐”고 묻자 이 상인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결국 서청원씨가 진짜 나오는 거예요?”

김성회 전 의원 ‘지지’ 선언에 뒷말 무성

‘원조 친박’ 서청원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가 화성갑 보선에 출마한다. 서청원이라는 이름 석 자의 파급력은 커 보였다. 그가 온다는 소식에 조용하던 화성시가 들썩거렸다. 서청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던 시각, 그 주변은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6선의 거물에 걸맞은 화려한 등장이었다. 김일수 전 화성군수는 “하느님과 부처님의 뜻으로 화성 시민에게 우뚝 설 낭군 서청원을 환영하고 사랑한다. 몰표 드리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또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취재진이 접촉한 화성 시민들은 서 전 대표의 ‘아픈 전력’을 기억하고 있었다. 민주당 오일용 후보의 텃밭 다지기도 제법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이뤄져 있었다.

서청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리던 날 그의 사무소가 들어서 있는 화성시 봉담읍 호조빌딩 주변은 교통이 혼잡했다. 시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검은색 고급 차량이 도로를 메웠고 건물 주변은 몰려든 인파로 지나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한 차량은 골목까지 파고들어 공간을 찾느라 바빴다. 사무소 내에는 손님을 맞을 떡이 비치돼 있었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10월 9일 열린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서 후보가 미소짓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날 행사에는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승민·남경필 의원 등 당내 중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재보선 지역에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거물급 인사뿐 아니라 서울시 구의회의원들도 직접 팔을 걷어 행사를 돕고 나섰다. 여당이 서 후보 당선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총출동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입을 모아 서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성공시키려면 우리 서청원 (전) 의원처럼 든든한 배짱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뭐 이런 (작은) 공약들을 우리 (서청원) 대표님께 부탁하시느냐. 여기 당 대표 있고, 원내대표 있고, 저도 있고, 정책위의장도 계신데 이런 거 말고 더 큰 걸로 부탁하시라.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공약도 우리 서청원 대표님은 해낼 수 있다”고 했다.

눈길을 끈 것은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하는 모습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된 바 있는 김 전 의원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서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시자 이날 행사가 열리기 불과 5일 전 성명서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당의 결정에 당혹스럽고 놀랐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랬던 그는 이날 축사에서 “오늘부터 공천 과정에서의 선의의 경쟁을 뒤로하고 서청원 후보를 적극 도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가 낭독되는 동안 서 후보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의원의 불출마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한때 무소속 출마설도 나왔던 김 전 의원을 여당 지도부가 강력히 만류했다는 얘기가 여의도에서 무성하게 나돌았다. 실제 새누리당 내 고위 당직자 ㄱ씨가 김 전 의원에게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는 등 실명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조암시장에서 십수년째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민심을 전해주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4.9% 차이 패’ 오일용 후보 인지도 무시 못해

서청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번 선거는 볼 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 민심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조암시장과 조암버스터미널 인근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조암시장에서 채소류를 파는 한 할머니는 “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라고 말했다. 서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대화가 오가는 동안 옆에 앉아 있던 한 상인도 “화성에선 고희선씨가 워낙 잘했어. 아마 서청원씨가 될 거여”라고 거들었다. 새누리당 소속 고희선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당선했으나 지난 8월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15년간 시장에서 과일을 팔아온 김 아무개씨는 “내가 이 지역 선거를 쭉 겪어서 아는데 여기는 여당 강세 지역이다. 서 후보가 뭐 예전에 차떼기다 뭐다 해서 시끄러웠던 거 다 알지만 어차피 3개월이면 다 잊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서청원’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라는 것이 중요한 거다”고 말했다.

서 후보를 지지하거나 그의 우세를 점친 사람들 대다수는 서청원이라는 이름보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그리고 여당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화성갑 지역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동탄 신도시로 잘 알려진 ‘화성을’ 지역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총 13개 읍·면·동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 농촌 지역이다. 인구는 24만여 명이고 선거권자 연령대는 30대 이하 38.16%, 40대 22.09%, 50대 이상 39.75%다. 전체적으로 볼 때 50대 이상 장·노년층 비중이 높다. 지난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모두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화성을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화성갑은 농촌 지역이다. 농촌은 선거에서 보수적 경향을 보이는데 여기서 ‘보수’란 기존에 해오던 선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을 의미한다”며 여당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몇 가지 변수도 감지된다. 우선 지역 선거가 조직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당 오일용 후보 측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접촉한 화성 시민과 시장 상인들은 오 후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서청원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잘 안다”고만 대답했던 상인들이 “오일용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아 그럼, 잘 알지. 만날 저 짝(조암시장 입구)에서 인사하고 다니던 양반인데. 저번에도 아깝게 떨어졌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적어도 지역에서의 인지도에서는 오 후보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3만2000여 표를 얻어 3만7000여 표를 얻은 고희선 전 의원에게 졌다. 이후에도 오 후보는 화성에서 텃밭 다지기를 해왔고 시민들은 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일용 민주당 후보가 화성 조암시장의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도지사 했던 손학규 나왔으면 됐을 것”

오 후보는 서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있던 날에도 조암시장을 돌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하만용 화성시의회 의장도 동행했다. 오 후보는 선거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구 13개 지역 중 10군데 이상이 농촌이다. 농촌 지역에서 (여당) 몰표가 나와 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고 생각한다. 서청원 후보는 돈 문제로 형사처분을 받았다. 이곳에 연고도 없고 화성에 오기 전에도 다른 곳에 출마한다 안 한다 말이 많았다. 나는 낙선한 이후에도 화성에 남아 시민들과 부대끼며 감자도 캐고 어느 동네에 뭐가 필요한지 다 파악했다. 읍·면·동은 물론 리 단위까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율 교수는 “지난 대선 때 해당 선거구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보다 2% 더 표를 받았다. 그런 지역적 정서가 오 후보에게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그 2%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수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원 여부다. 손 전 대표는 오 후보에게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바로 내려가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진이 접촉한 시장 상인들은 “도지사까지 했던 손학규씨가 나왔으면 아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 역시 “손 전 대표님의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행사에 찾아가서 뵈었더니 ‘(공천을) 축하한다. 그런데 뭐 하러 여기 왔느냐. 빨리 가서 (화성) 시민 한 분이라도 더 만나라.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바로 내려가서 돕겠다’고 충고해주셨다. 손 전 대표님의 결단에 마음속 깊이 존경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일각에서 서 후보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갈고 있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이게 얼마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당내 여러 곳에서 서 후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골리앗’ 서청원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서 후보가 기존 김성회 전 의원이 닦아놓은 지역 조직을 얼마나 흡수할지 여부와 오 후보에 대한 손 전 대표 등의 지원이 얼마나 먹힐지가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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