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 100] 안희정, ‘친노’의 벽을 넘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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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기수론’ 퇴조…이준석·장하나·김상민 등 20·30대 두각

<시사저널>이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뉴 파워 리더를 선별한다는 의미 외에도, 인물들의 영향력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특히 정치는 다른 분야와 달리 급변하는 현실의 흐름을 잘 드러냈다. 2011년 조사에서는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라성 같은 기성 정치인들을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차세대 리더의 성격상 만 50세 미만으로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50세를 넘어 올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안철수 의원은 이제 2년 만에 차세대 리더가 아닌 기성 정치인이 됐다.

올해 정치 분야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2~3년 전 ‘40대 기수론’을 부르짖었던 기존 40대 정치인의 후퇴와 30대 신예 정치인들의 약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원만한 충남지사직 수행으로 안정감 줘”

<시사저널>의 정치 분야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가 실시된 첫해였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원희룡 전 의원을 제치고 차세대 파워 리더 1위로 등극했다. 여권과 야권으로 나눠 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의 경우,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여권)과 이인영 민주당 의원(야권)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원 전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 이후 주춤하고, 만 50세를 넘긴 안 의원이 조사 대상에서 빠진 상황에서 여야의 대안 인물들이 부각된 것이다.

올해 다시 여권과 야권을 합쳐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들 현역 의원을 제치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고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안 지사는 25%의 지목률로, 2위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12%)보다 2배 이상 많은 지목을 받는 등 2위 이하 그룹과 큰 격차를 보였다. 2008년 첫 조사에서 공동 8위를 차지했던 안 지사가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다. 2010년 본지 조사에서 안 지사는 3위로 약진했고, 2011년과 2012년 조사에서는 각각 공동 4위, 3위(야권)를 기록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로서 위상을 높인 데는 도지사로서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후 지사직을 원만히 수행하며 안정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키워왔다”며 “여야를 초월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위상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고 분석했다.

‘젊은 피’ 각인된 이준석, 정치 신예 최선두

안 지사에 이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지만, 이후 당 내분 사태와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보 정당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를 차세대 리더로 꼽았다. 3위는 지난해 여권의 차세대 파워 리더 1위로 꼽혔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10%)이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정치 신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특히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1985년생)은 정치 신예들 중 선두에 섰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젊은 피로 수혈돼 정치권에 입성했다. 이 전 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8%의 지목률로 4위를 차지했다. 이 전 위원이 지금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비대위원 시절 보여줬던 신선한 이미지가 여전히 정치권에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밖에도 제주 강정마을 투쟁에 힘을 쏟으면서 정치 신인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1977년생)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년특별위원장을 지낸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1973년생) 등도 각각 7위와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차세대 파워 리더로 떠올랐다. 김태일 교수는 “기존 40대 정치인들이 지난 대선 이후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정치 전문가들의 대안 부재 의식이 젊은 정치 신예들에게 기대감을 거는 현상으로 귀결됐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한나라당 의원(5위),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6위), 이인영 민주당 의원·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상 공동 8위) 등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 1, 2위는 지난해에 이어 진보·개혁 성향의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차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목률 29%로 1위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25%)이 2위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각각 25%, 21%의 지목률로 1, 2위였다.

3위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18%)이 차지했다. 안 의원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조사에서는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권 지지도 조사에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순위다.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 16%의 지목률을 보이며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동 15위(2%)에 그쳤다. 지금이 집권 초반기인 데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공동 5위(9%)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8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공동 9위) 등 해외 정치 지도자들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구 선생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과 함께 공동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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