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들, 뉴스가 되거나 명예가 보이는 곳에만 몰려”
  • 안성모 기자·조은혜 인턴기자 ()
  • 승인 2013.10.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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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희 한국YWCA연합회 사무총장

유성희 한국YWCA연합회 사무총장은 자신이 차세대 리더 NGO 부문 1위에 오른 데 대해 “전혀 예상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활동도 전혀 하지 않는 자신을 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유 총장은 “YWCA가 주목받아서 그런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 총장은 앞에서 조직을 이끌기보다 뒤에서 힘을 보태는 데 더 익숙하다.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기획이나 조정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런 자신이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것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뒤에서 조직을 운영해온 부분을 높이 평가해준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터뷰는 10월18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한국YWCA연합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시사저널 최준필
평소 시민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운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돈이나 물질적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옳은 거니까 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상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진정성과 뜨거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민운동은 현장을 지켜야 한다. 현장 속에 시민운동가가 많아야 하는데 요즘에는 뉴스가 될 만한 곳이나 명예가 보이는 곳에서 자주 눈에 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은 정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있어야 한다. 또 어떤 정치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어느 쪽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잘못이 있으면 소신껏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치와 관련된 운동을 하는 쪽도 있어야 하지만, 시민운동이 전부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YWCA는 어떤 사업을 해왔나.

YWCA는 여성 복지 분야에서 ‘돌봄 노동’ 영역을 46년 동안 주도해왔다. 우리의 목표는 흔히 여성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간병·가사 등 노동을 공적 가치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돌봄 회원들이 시민으로서 의미 있게  활동할 수 있는 ‘돌봄 자치’를 시행 중이다. 청소년에게도 관심이 많다. 학교 폭력 예방 차원에서 ‘친친 와이파이 존’을 만들어 학교가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래 상담, 인성 교육, 학부모 상담 활동 등을 통해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도와준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사실 협동조합이 단기간에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 법적인 문제도 얽혀 있어서 지금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빠르지 않아도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현재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최근 조선족을 만나기 위해 옌볜에 다녀왔다. 조선족분들과 말은 통하지만 서로 오해하거나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다. 이를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YWCA에서 ‘옌볜 조선족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가 조선족 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통일이 된 이후 북한 여성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조선족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사랑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영화를 제작 중인데 지난해에는 돌봄 노동을 다뤘고 올해는 조선족에 대해 다룬다. 동정이나 편견을 배제한 채 조선족이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조선족 여성들이 보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탈핵 운동 캠페인도 벌인다. 주기적으로 명동에서 진행 중이다. 요즘 방사능 오염 식품을 많이 우려하고 있다. 후손들의 건강에 관련된 일이라서 열심히 캠페인을 하고 있다. 탈핵 운동 캠페인은 단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내년에도 YWCA의 중점 사업이 될 것이다.

사무총장으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YWCA에는 300개 정도의 센터가 있다. 여성 관련 센터, 어린이집, 청소년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다양하다. 사회복지사, 상담사, 직업 알선사, 노인 요양 보호사 등 같이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도 정말 많다. ‘이분들의 헌신이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분들과 함께 정책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게 목표다. 시민운동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기반이다. 생활 속에 필요한 복지 영역의 일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충실하게 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직업적 차등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기업에게 육아휴직을 권고하고 기업과 연계해서 ‘육아데이’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참여하는 기업이 아직 많지는 않다. 유한킴벌리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경제가 우선시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하다. 어린이집과 보육 정책에 더 많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일하는 여성 중에서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 보육의 사각지대인 방과 후 빈곤층 아이들과 차상위층 아이들을 위한 활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공공 영역에서 지역 주민센터 등이 하면 좋을 것 같다.

YWCA 이외에 다른 활동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지만,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 영역 같은 부분은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양형위원회 활동은 성폭력과 아동폭력의 양형 기준에 관심이 많아서 시작했다. 그 외에 최근 논문을 작성해 학위를 받았다. 보편적으로 YWCA운동론이라고 하면 1980년대 이후부터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YWCA는 9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조명해보고 싶었다. 내가 다뤘던 것은 ‘실천적 기독교 여성주의’인데, 이는 페미니즘 이론이 아니라 현장 속에서 이론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통합적인 운동이다. 물론 YWCA운동의 한계도 있다. 이를 부인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 사무총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책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데, 노래가 살아 있는 노래 문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존경했던 시민운동가 황주석 전 YMCA전국연맹 대외협력국장께서 지역 운동을 하면서 <마을이 보인다, 사람이 보인다>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을 읽고 제목을 따서 노래를 만들었다. 이런 활동들을 기반으로 지역 운동을 하셨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쓰고 싶고,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노래로 만들고 싶은 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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