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 100] 리더는 ‘능력’보다 ‘품성’이 좋아야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3.10.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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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꼽은 지도자의 최대 덕목은 ‘도덕성’ ‘정직’

지난해 한국에서는 ‘리더의 덕목’을 두고 많은 말이 오고 갔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로 다양한 리더가 탄생하는 특별한 해였기 때문이다. 수많은 후보는 준비된 리더라고 알려야 했지만, 대중은 그들이 과연 지도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끊임없는 의문을 가져야 했다.

2013년도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을 되묻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은 혼외 자식 논란에 휩싸여 사퇴하고 복지부장관 사퇴 등 인사 문제로 국민은 대통령을 향해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는 중이다.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고, 해당 기업들은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이른바 ‘CEO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채 힘겨운 걸음을 걷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리더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관한 조사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시사저널>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각 분야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수많은 단어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가장 높은 지목률을 보인 것은 13.9%를 기록한 ‘도덕성’이었다. 두 번째는 ‘정직’(8.6%)이다. 도덕성과 정직이 서로 궤를 같이한다고 볼 때 차세대 리더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국 올곧은 품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리더들이 이 부문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강조하는 덕목으로 해석된다.

“비정상이 정상을 몰아내고 있다”

지난해 대선의 화두는 ‘복지’였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우리 국민은 도덕적 가치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그런 갈증을 느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상과 비상식이 오히려 정상과 상식을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는 “윤리적·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단계”라고 강조한다.

2위를 차지한 ‘정직’은 최근의 정부 기초연금 최종안을 둘러싼 논란을 연상시킨다. “일평생 나의 삶을 견인해온 것은 바로 정직과 신뢰”라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뒤집어진 공약이 오버랩되면서 현재 정치권은 진지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정치인’과 ‘정직’은 우리 사회에서 공존할 수 없는 단어로 남아 있다. <리더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책을 쓴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는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옳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지만, 국가 간에 오가는 거짓말은 의외로 적고 지도자가 자기 나라 국민에게 하는 거짓말이 더 많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기술했다.

‘리더십의 부재’는 흔히 듣는 말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초기 내각 인선부터 인사 문제 전체에 있어 난맥상을 보이며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계파 정치만 할 뿐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질타받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운데 지금처럼 경제팀의 리더십 부재가 지속될 경우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소통’을 1위로 꼽아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리더의 덕목 세 번째 자리에 리더십(7.9%)이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도덕성, 정직, 리더십의 뒤를 이어 ‘소통’(6.9%), ‘인성’(5.5%), ‘신뢰성’(4.9%), ‘비전’(4.4%), ‘창의성’(4.2%), ‘관용’(2.9%), ‘능력’(2.1%)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11위부터 2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청렴도’(1.8%), ‘진실성’(1.6%), ‘배려’ ‘추진력’(이상 1.5%), ‘진정성’ ‘성실성’(이상 1.4%), ‘화합’ ‘통찰력’ ‘겸손’(이상 1.3%), ‘전문성’(1.2%) 등이다.

이상의 덕목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차세대 리더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능력’보다는 ‘품성’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위권 내에 오른 덕목들을 분류해보면, 1~2위를 차지한 ‘도덕성’ ‘정직’을 비롯해 소통·인성·신뢰성·관용·청렴도·진실성·배려·진정성·성실성·화합·겸손 등이 모두 품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20위권에 인접한 덕목들을 봐도 그렇다. ‘열정’ ‘공정성’ ‘통합 능력’ ‘덕’ ‘윤리’ 등이 21~2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품성이 훌륭한 지도자를 구분하는 잣대에 가깝다.

15개 분야 전문가 그룹에서 꼽은 차세대 리더 덕목은 분야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대다수 분야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도덕성과 정직을 첫 순위로 꼽았다. 기업·NGO·종교·스포츠·의학 분야 전문가들은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반면 법조·문학·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들은 ‘정직’을, 영화·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신뢰성’을 우선시했다. 예술 영역인 음악과 미술 분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성’을 맨 위에 올린 것이 이채롭다. 과학 전문가들은 분야의 특성을 잘 나타내듯 ‘창의성’을 최우선 덕목으로 꼽았다.

눈길을 끄는 분야는 ‘정치’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은 다른 영역과 분명한 차이를 보였는데, 유일하게 ‘소통’을 1순위 키워드로 꼽았다. 최근 박 대통령을 향한 불통 정치 논란이 계속됐고,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소통 부재’란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이번 조사에서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리더가 될 인물에게 필요한 덕목들을 꼽아보라면 수많은 단어가 제시된다. 이번 전문가 1500명이 제시한 리더의 조건을 추려보면 157가지다. 리더가 요구받는 자질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음 세대 리더의 모습을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이 현시대 리더로부터 느끼는 결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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