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몸값 자꾸 오르네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3.10.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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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계약에 7억 엔 가볍게 확보…더 나은 조건 놓고 저울질

‘부산 대통령’에 이어 ‘오사카의 거인’으로 우뚝 선 이대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2년 계약을 끝낸 이대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과 일본 잔류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성적이 워낙 좋아 이대호를 잡겠다고 나서는 일본 구단이 많은 상황이다.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도 이대호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며 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일본 야구계 인사는 “과연 이대호가 자신이 원하는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좀 더 세련되게 오릭스와 결별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이대호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 출루율 3할8푼4리, 장타율 4할9푼3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타율 9위, 홈런 6위, 타점 5위, 출루율 8위, 장타율 7위의 뛰어난 성적이다. 특히 2년 연속 붙박이 4번 타자로 출전하며 거둔 성적이라 더 의미가 깊다. 그만큼 이대호가 극심한 부담감 속에서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이대호의 활약은 크게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 프로야구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이대호는 타율 2할8푼6리,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팀의 4번 타자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이대호를 오릭스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이대호와 접촉해 “우리 팀에서 계속 뛰어달라”는 바람을 전달했다. 이대호도 오릭스의 배려에 고마움을 나타내며 잔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끝나고 협상 테이블에 앉자 양측의 온도 차가 느껴졌다. 오릭스는 이대호에게 2년간 7억 엔(약 76억3000만원)을 제시한 데 반해 이대호는 2년에 8억 엔(약 87억2000만원)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론 1억 엔 차이였다.

 

소프트뱅크, 4년 계약에 18억 엔 주겠다?

이때만 해도 1억 엔은 충분히 절충 가능한 액수였다. 실제로 오릭스는 10월14일 이대호 측에 “8억 엔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즈음 변수가 발생했다. 퍼시픽리그 최고 인기 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이대호 영입을 위해 4년간 18억 엔(195억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란 기사가 나온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4년 18억 엔’ 제시가 사실이라면 이는 파격 이상이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일본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4년 장기 계약을 제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대개 1년 계약이 기본이다. 실력이 검증된 특급 외국인 선수라도 3년을 넘지 않는다.

한국도 그렇지만 외국인 선수는 팀 성적 향상에 필요한 용병일 뿐이다. 실력이 좋으면 문제될 게 없으나 부진이 이어지면 바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 계약은 자칫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기에 대다수 구단은 2년 정도로 계약 기간을 정한다.

두 번째는 몸값이다. 소프트뱅크가 제시한 4년 18억 엔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1년 몸값만 4억5000만 엔이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 연봉 순위를 살폈을 때 아베 신노스케의 5억7000만 엔, 스기우라 도시야의 5억 엔(이상 요미우리)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소프트뱅크가 한국 선수 영입에 한 번 실패했던 팀이라는 점이다. 2010년 소프트뱅크는 한화 내야수 이범호를 영입했다. 2년간 총 3억 엔을 안기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범호는 수비와 타격 정확성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고작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6리, 4홈런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소프트뱅크는 이범호의 실력에 크게 실망하며 “앞으로 한국 선수 영입은 없다”고 공표하기까지 했다. 그런 소프트뱅크가 한국 프로야구 출신 이대호 영입에 나섰다는 건 역설적이다.

이대호(오릭스 버펄로스)가 10월15일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가족과 함께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릭스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오해받아

일본 야구계 한편에선 “소프트뱅크가 이대호 영입에 공을 들이는 건 사실이지만, 4년에 18억 엔 제안은 다소 과장된 이야기”라고 말한다. 일본 프로야구의 한 구단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최대 약점은 마무리와 4번 타자”라며 “검증된 4번 타자 영입을 원하는 건 사실이나 소프트뱅크는 최대 3년에 9억~10억 엔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덧붙여 “한신 타이거스 역시 이대호 영입을 원한다”며 “그러나 한신도 최대 3년에 9억 엔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호가 연 4억 엔 이상을 받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는 이대호가 장타자인 건 맞지만, 리그를 압도하는 강타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올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나 41홈런의 토니 블랑코(요코하마)처럼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치는 강타자라면 연봉 4억 엔 이상이 가능하다. 과거에도 30홈런 이상 치는 강타자는 그 정도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한 시즌 25홈런 이상을 넘은 적이 없다. 가뜩이나 소프트뱅크 홈구장인 야후돔은 홈런이 터지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대호의 홈런이 더 적어질 게 분명하다. 그런 이대호에게 소프트뱅크가 연봉 4억5000만 엔을 준다? 일본 스포츠 언론의 흔한 과대 포장이 아닐까 싶다.”

지난 2년간 이대호는 오릭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뛰어난 성적과 성실한 플레이에 깨끗한 매너까지 갖춘 덕분이다. 일본 기자들도 호평 일색이었다. 언론에 냉담한 일본 선수와 달리 이대호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고, 때론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오릭스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이대호의 이미지는 본의 아니게 실추됐다. 발단은 오릭스와의 재계약이 결렬됐을 때 이대호가 던진 한마디 때문이었다. 오릭스로부터 ‘2년 7억 엔’을 제안받은 이대호는 “대리인이 협상은 하지만, 결단을 내리는 건 나다. (2년 7억 엔 재계약은) 말이 안 된다. 여러 구단과 비교하긴 싫지만 나를 가장 높게 평가해주는 곳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이대호의 발언은 여느 일본 선수나 외국인 선수와 비교했을 때 매우 강경한 것이었다. 대개 일본에선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도 ‘구단이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다’는 단서를 달고서 ‘나와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다’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나타낸다. 이대호처럼 ‘말도 안 된다’는 식의 솔직한 표현법은 잘 쓰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오릭스 팬 사이트엔 이대호를 ‘돈대호’로 비난하는 게시물이 폭주하고 있다. 오릭스 역시 “최대한 성의를 담아 제시한 협상을 그렇게 평가하는 건 유감”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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