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 부인도 고발당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10.30 13: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혜 한세대 총장 횡령 등 혐의 고발인 “100억원 규모 선교 지원금 임의로 사용”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학교 총장이 지난 9월12일 검찰에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자는 순복음교회 장로 김 아무개씨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총장은 2001년 6월 미국 베데스다 대학의 챈슬러(Chancellor·최고재무책임자)에 취임했다. 이후 2005~11년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베데스다 대학에 송금한 100억원 규모의 선교 지원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특가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한세대는 2009년 7월 베데스다 대학이 소유한 단독주택을 69만8000달러(한화 7억원 상당)에 취득했다. 김 총장은 해외 자산을 취득하면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순복음교회 안팎에서는 그동안 김 총장과 관련된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2011년 4월 특가법상 배임 혐의로 김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총장이 서울 대림동 소재 차명 땅에 건물을 지어 운영·임대하는 과정에서 <국민일보>와 한세대에 17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 교회 김 아무개 장로가 “조용기 목사 기념관 건립을 위한 지원금 100억원을 목적과 다르게 유용했다”며 김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민일보> 노조의 고발 사건은 2011년 12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이와 별도로 김 장로가 고발한 지원금 유용 건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장을 상대로 또 다른 고발장이 접수돼 주목된다. 이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9월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현재 수사 중인 다른 사건이 있어서 검찰이 이번 고발 내용을 병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20일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경기도 파주 여의도순복음교회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검찰, 이전 사건과 병합해 수사 예정”

베데스다 대학의 자금은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인식됐다. 기자가 만난 순복음교회 인사들은 “베데스다 대학의 자금 흐름이 교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기 원로목사는 2004년 10월 교육부 허가도 받지 않고 1999년부터 베데스다 대학의 서울 캠퍼스를 운영했다가 검찰에 약식 기소됐다. 이후 서울 캠퍼스는 문을 닫았지만, 미국으로 넘어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업료와 어학연수 비용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검찰이 불법 사립대학을 설립·운영한 혐의만 처벌하고, 등록금 등의 용처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조사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베데스다 대학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한세대와 김성혜 총장 측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10월24일 김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홍보팀과 기획처, 김 총장의 비서팀에도 여러 차례 질의를 했다. 하지만 “고발 사실은 처음 듣는다. 우리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해서 돌아왔다. 일부 부서는 “모르겠다”면서 통화 중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기도 했다. 기자는 같은 날 별도로 질의서를 작성해 학교에서 지정한 두 곳에 팩스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김성혜 총장에 대한 이번 고발장 내용은  구체적이다. 순복음교회와 베데스다 대학은 2005년 1월 자금 지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교회에서 매년 15억원을 지원하고, 대학은 교회에서 위탁한 목사 및 학생들의 교육, 장학금 지급, 연수 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였다. 협약서에는 조용기 원로목사와 존 스테츠(John Stetz) 당시 베데스다 대학 총장이 서명했다. 이후 교회는 2005년 3월부터 2011년 4월까지 7년여 동안 105억원을 한국은행 국제심사부를 거쳐 한미은행·나라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계좌로 송금했다. 관련 장부를 보면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10억~20억원이 넘어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미국 베데스다 대학에 연간 15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협약서가 공개됐다. 사진은 미국 베데스다 대학 건물과 협약서.
비슷한 시기 베데스다 대학은 집중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매입했다. 2006년 12월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학교용 토지를 9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듬해 3월에는 기숙사용 콘도 주택 10여 채를 590만 달러에 매입했다. 부동산 매입에 따른 행정 비용이나 중개 커미션을 포함할 경우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베데스다 대학은 다시 거액을 들여 이들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임대했다. 2012년에는 이 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할 계획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부지를 매입한 지 6년이 지나도록 캠퍼스 이전은 실행되지 않고 있다. 교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관련 부지는 아직까지 개발이 안 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고발인 김씨는 부지 매입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선교 지원금은 표면상 명분이고 사실상 부동산 구입과 리모델링 자금으로 교회 지원금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당국의 허가 없이도 학교 명의로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다”며 “김 총장은 2001년 6월 베데스다 대학의 챈슬러에 취임해 모든 행정이나 재정 사무를 총괄했던 만큼 자금의 임의 사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노사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 2011년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베데스다 대학이 1999년부터 5년간 불법적으로 서울 캠퍼스를 운영한 것은 본교의 자금난 때문이었다. 1999년 당시 자금난이 가중되자 조 원로목사는 베데스다 대학의 폐교를 지시했으나 김 총장이 이를 반대했고, 적자 보전을 위해 서울 캠퍼스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다. 서울 캠퍼스의 등록금과 해외 어학연수 비용은 학기당 350만원 정도다. 당시 수업을 받던 학생 수가 130여 명임을 감안할 때 수업료로만 연간 10억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자금 중 일부가 미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증발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2004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베데스다 대학 서울 캠퍼스는 1999년 3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18차례에 걸쳐 113만2400달러를 미국에 송금했다. 하지만 미국 장부에는 상당액이 누락돼 있다. 2002년 입금한 15만2000달러와 2003년 입금한 53만5000달러가 장부에서 통째로 빠져 있다. 장부상으로만 68만7000달러가 사라진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 현지 직원의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했다. 2년간 지급된 급여 12만9000달러 등을 제외해도 40만 달러 이상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당시 “사라진 돈의 상당액이 제3자에게 갔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의 측근도 기자에게 “사실이 아니다. 향후 법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김 총장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 측은 김성혜 총장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총장이 측근을 통해 1만 달러 미만의 자금을 해외에 가져가는 수법으로 해외에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자금에 관여한 재단 관계자의 증언과 김 총장이 직접 작성한 다이어리 메모를 공개했다. 메모지에는 현금을 가지고 나간 측근들의 이름과 액수가 날짜별로 세세하게 적혀 있다. 일부는 학교에 입금하고, 일부는 보관하게 하라는 메모도 발견됐다. 그동안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베데스다 대학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이번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내부 보고서도 수상한 자금 언급

베데스다 대학에는 현재 직업간호학과 과정이 없다. 설사 간호학과 과정이 있다 해도 선교 사업과 무관해 교회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김 총장은 2009년 11월 직업간호사 과정(LVN) 프로그램을 인수하면서 교회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번에 김 총장을 고발한 김씨는 이 자금 또한 부동산 매입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세대는 2009년 7월 미국 베데스다 대학 소유의 단독주택을 7억원에 넘겨받았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18조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가 외국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고발인 김씨는 “한세대는 신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동산 매입 자금 또한 불투명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김씨가) 관련 인사들의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고발장을 작성했다고 들었다”며 “김씨가 검찰 조사에서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10월21일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서울지방법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검찰에 추가 고발되면서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원로목사는 지난 6월7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교회에 150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35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다. 이로 인해 조 원로목사와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등 삼부자가 동시에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0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25호 법정에서 3차 공판이 열렸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법정이 술렁였다. 조 원로목사와 그를 둘러싼 장로들이 법정에 들어섰다. 조 원로목사는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곧이어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조 원로목사의 옆에 앉았다. 2차 공판 때와는 달리 두 부자는 짤막하게 몇 마디를 나누었다.

본격적으로 공판이 시작되자 검사 측과 조 원로목사 측 변호인 간에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4년 12월 조희준 전 회장이 이사장인 영산기독문화원에 217억4600만원을 주고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매수했다. 교회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문화원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식으로 허위 서류를 꾸몄고, 이를 2004년 6월 국세청에도 제출했다. 그 책임 소재를 놓고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오전 증인은 교회 총무부장을 지냈던 조 아무개씨였다. 조씨는 증인 심문에서 “당시 변조된 주식 매매계약서와 매입제안서가 이미 조 원로목사에게 감정받은 서류라고 들었다”며 “윗선의 지시대로 처리했을 뿐 나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후 공판 증인으로 나온 박 아무개씨의 증언은 달랐다. 박씨는 “조 원로목사가 문화원 청산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조 전 회장으로부터 ‘아버지(조 목사)와 이미 얘기가 끝났다. (청산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조 전 회장 측 변호인과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다. 4차 공판은 오는 11월11일에 열린다.              김민신 인턴기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