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 대통령 지지율은 실적이 아니라 이미지로 형성된 것”
  • 감명국 기자·정리 이혜리 인턴기자 ()
  • 승인 2013.10.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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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념 특별 인터뷰│김한길 민주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인터뷰 약속은 몇 차례의 우여곡절 끝에 10월23일 오후 6시께에 이뤄졌다. 김 대표가 포항 재보선 지원 유세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직후였다. 인터뷰 이후에도 밤늦게까지 일정이 촘촘한 듯했다. 당초 인터뷰 약속이 밤 9시 반으로 잡혔다가 일정 조정 때문에 급하게 변경되곤 했다. <시사저널> 창간 24주년을 맞아 진행한 특별 인터뷰 성격이었지만, 최근의 ‘윤석열 검사,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 배제’ 사태 등 여러 가지 어수선한 분위기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던 터라 묻는 기자나 대답하는 김 대표나 예민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께서 이번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민주당이 민생을 챙기는 대안적 비판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계속되는 정쟁으로 민생을 살피는 국정감사(국감)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가 민생을 살피는 것에 대해 덜 준비한 것이 아니다. 내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듯이, 우리 당은 민생과 복지에 대해 가장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비상시국 탓에 그 성과들이 제대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문제,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많은 부정을 결코 좌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손엔 민주, 또 다른 한 손엔 민생을 들고 갈 수밖에 없다. 둘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대단히 안타깝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 회담 때도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고 먹고사는 문제, 민생 문제에 여야가 매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3자 회담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 김 대표께서 박 대통령이 격앙했다고 밝힌 대화 내용을 두고 청와대에서 “소설 쓰는 거냐”고 불쾌해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건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내가 3자 회담 할 때 사전 조율을 얼마나 요구했나. 그런데 박 대통령이 회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던 것 아닌가. 그렇게 안 하면 마치 무슨 뒷거래라도 있을 수 있는 것인 양…. 그래서 내가 “그러면 아예 TV 생중계로 하자”고 했더니 그건 또 거부하더라. 아무튼 투명하게 하자고 한 만큼 거기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한 것인데, 뭐가 소설이라는 것인가.

회담장에 어떤 전략을 가지고 들어갔나.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 메모 보고 얘기하고 이런 거 없었다. 처음에 모두발언이라는 걸 통해서 7가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결국 어느 것도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으니까. 회담 직후 일부에선 ‘얻은 것 하나 없는 완패한 회담’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우리가 7가지 요구 사항을 거부당하긴 했으나,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그 전까지는 침묵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몰랐다. 그런데 그날 나와 한 시간 반 동안 얘기하고 나서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되셨다. 그다음 날 거의 모든 언론이 전부 ‘불통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았나.

혹시 다음 만남을 약속하지는 않았나.

전혀 없다.

국감 이후 청와대에서 회동 제의가 들어온다면 만날 의향은 있나.

내가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근본 변화가 없는 한, 또 만난들 아마도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보통 이런 대화를 하게 되면, 사전에 실무자들이 조율도 좀 하고 그러지 않나.

전혀 없었다. 청와대 측과 우리가 사전에 만난 적도 없고. 그냥 일방적인 통보였다. 몇 월 며칠 몇 시에 만나서 투명하게 모두 공개적으로 (대화하자). 조율이 뭐가 필요 있느냐 (하면서), 의제도 마음대로. 다만 남방 뭐 그런 것 입지 말고 양복에 넥타이 매고 와라(웃음). 이래가지고서야. “아니, 야당 대표하고 만나면서 무슨 옷까지 뭐 입고 와라 그러느냐”고 우리 쪽에서 언짢아했더니 청와대 정무수석이 뒤에 사과했다고…(웃음).

그때 대표께서 양복은 입고 가셨는데 면도는 안 하셨더라. 일부러 그런 건가(웃음).

청와대 지침에 수염(깎아라)은 없었다(웃음).

지금 여당과 박근혜정부에서는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 이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3자 회담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의 (50%대) 지지율도 높은 것이다. 하지만 그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외치나 대북 관계에 대한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내치에 대한 부분은 사실상 전부 낙제점이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 같은 분이 집권 초기 한때 90%까지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나. 그래도 그때는 하나회 척결이나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 같은 구체적 실적을 기반으로 한 근거 있는 지지율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유지하는 지지율은 참 모호하다. 구체적인 실적이 아니고, 이른바 이미지로 형성된 지지율이다. 

박근혜정부 8개월을 평가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최근 며칠 동안 드러나고 있지만, 역시 민주주의의 문제다.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불법 개입했다는 것뿐 아니라, 이제는 국방부·보훈처·경찰, 이렇게 소위 관권 선거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정치 민주주의의 역사는 관권 선거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역사였다. 1987년 이후 이 땅에 이런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청와대는 (관권 선거가) 전 정권의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국감을 통해 드러난 것은 이게 더 이상 전 정권의 일이 아닌, 현 정권의 일이 됐다는 점이다. 그것이 저질러진 건 전 정권의 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시도는 현 정권에서 있었던 일이다. 또 하나 굉장히 중요한 문제는, 박 대통령이 후보 당시 했던 수많은 공약이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거다. 물론 공약의 일부는 현실 정치에서 못 지킬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생애 주기별 복지 정책이라고 해서, 갓난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무상보육, 초등학생 무상급식, 고등학생 무상교육, 대학생 반값등록금, 청년들 군 복무 단축, 신혼부부 행복주택 등등 이렇게 연령대로 공약했던 것을 다 안 지키고 있다. 그뿐인가. 노인들 노령연금, 임플란트, 4대 중증 질환 국고 부담, 아무것도 안 지키고 있다. 국민 전체를 연령별로 다 속인 것이다. 지금 우리 민주당의 입장은 “박 대통령이 한 공약이지만, 그것이 민생과 복지에 대한 공약이라면 공약은 지켜달라. 만약 돈이 없다면, 그 돈을 만들어낼 방법을 우리와 논의하자”고 하는 거다.

그래도 박 대통령을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3자 회담 때 보니까 대통령께서 노트에 깨알같이 뭘 써오셨더라. 청와대 비서들이 프린트로 뽑아주는 그런 (자료 같은) 것 말고. 참고 자료를 보실 줄 알았는데, 대통령이 직접 작은 글씨로 다 쓰시고. 어쨌든 비서들이 써준 것을 그냥 가져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정리한 것을 가지고 본인이 얘기하는 것은, 그 내용과는 별개로 그런 모습은 좋아 보였다.

마침 지금 뉴스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대선 불복이냐”고 물으니 “대선 불복은 아니다”라고 말했더라.

우리가 무슨 말만 하면 ‘대선 불복’ 아니냐고 공격하는 것, 이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금 (새누리당) 이 사람들이 말하는 대선 불복은 사실 ‘헌법 불복’이다. 헌법에 정해진 걸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대선 불복하겠다는 거야?”라고 하는 거 아닌가. 나를 비롯해 우리 당 지도부가 그동안 얼마나 공식적으로 수없이 얘기했나. 지금 판 다 엎고 대선 다시 하자는 것 아니잖은가. 저 사람들의 비장의 카드는 “대선 불복이지?” 오로지 이거 하나다. 그보다는 헌법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해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그리고 7월에 이어지는 재보선이 박근혜정부에 분수령이 될 것이란 말이 많다. 야권에서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관계가 계속 관심거리다.

내가 원칙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안철수 의원 측과는) ‘경쟁적 동지 관계’라는 거다. 그 말에 답이 다 있다. 경쟁이 필요할 땐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공유하는 교집합 부분이 커지면 동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3자 구도가 되면 여권에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얼마 전에 안 의원 측의 송호창 의원이 “박원순 시장은 우리 쪽으로 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안 간다고 분명히 밝히지 않났나(웃음).

10월2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3자 구도가 되면 여권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안철수 의원 쪽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혹시 안 의원 측과 대화를 지속하는 채널이 있나.

원래 잘 안다. 내가 민주당 대표고 하니까…. 서로의 정치적 입장을 자주 얘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천막에 있을 때 (안 의원이) 격려 방문을 온 적이 있다. 그때 둘이서 얘기해보니, 지금 민주주의의 문제, 국정원 개혁 문제 등 이런 데는 생각이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더라.

지난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시사저널>과 인터뷰할 때, 국감 이후 여야 지도부의 정례 모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혹시 그런 제안이 오면 응할 생각인가.

지금 집권 세력을 보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 3자 회담을 하기 전에도 사실 황우여 대표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실무자들이 문건으로 합의문 비슷한 것도 만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안 되더라.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게 ‘이 정국을 풀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여당 대표가 아니구나. 그럼 대통령과 풀 수밖에 없구나.’ 그래서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 말씀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정례 모임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시사저널>이 이번에 창간 24주년을 맞았다. 본지를 포함해 언론 쪽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정치가 발전하려면 언론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정치와 국민을 연결하는 것이 언론 아닌가. 그런 면에서 역사가 있는 <시사저널>이 잘돼야 하고, 또 기대가 크다. 주간지는 주간지로서의 영역이 있다. 일간지가 다 소화하지 못하는 심층 보도 등을 부탁한다. 지금까지 <시사저널>이 그런 역할을 잘해왔고, 앞으로도 제대로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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