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우리도 인물을 키워야제”
  • 조진범│<영남일보> 정치부장 ()
  • 승인 2013.10.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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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형’ 시·도지사에 만족했던 TK 정서에 변화 기류

대구·경북(TK)이 기로에 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동안 변화에 둔감했던 곳이 TK 지역이다. 서울이나 경기, 부산, 강원이 들썩여도 TK는 항상 조용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와 경북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은 치열했지만 외부에서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완벽한 ‘그들만의 리그’였다. 시장과 도지사를 관리형 대표로만 여겼다. 어려운 숙제를 만났을 때 지역 주민들은 시장이나 도지사를 찾기보다 중앙의 유력 정치인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TK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시장과 도지사 자리를 ‘정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단순한 행정가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제도와 규범 내에서 안정적 행정을 추구하는 리더십만으로 TK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순갑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경우 지금까지 예외 없이 행정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뽑혔다. 관리형 대표로 볼 수 있는데, 이는 TK의 침체와 관련 있다. 관리형 대표는 창조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현 시대 상황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TK의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는 ‘포스트 박근혜’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TK도 그런 관점에서 지방선거를 바라봐야 한다. 지역민들 스스로 정치 지도자를 키운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변화 분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면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존재감에 대해 실망하는 시·도민이 많다. 한 대구시의원은 “이제 대구시장도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 중앙 무대에서도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국구적인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김부겸·조원진 적극적…유승민은 일단 불출마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3선에 도전하는 김범일 현 대구시장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후보도 없다. 하마평만 무성할 뿐이다. 정치권에선 대구 지역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동을)을 비롯해 서상기 의원(북을)과 조원진 의원(달서병) 등이 거론된다.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등도 회자된다. 대구가 새누리당의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 공천을 누가 받느냐에 역시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일 시장의 3선 도전은 간단치 않다. <영남일보>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시장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반응이 시원찮다.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24.5%를 얻었다. 현역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2위는 유일한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전 의원(13.5%)이었다. 조원진 의원이 10.5%로 뒤를 이었고, 주성영 전 의원은 6.7%로 4위였다. 김 시장을 제외하면 정치권 인물이 모조리 상위권에 포진함 셈이다. 대구 시민들의 ‘정치적 갈증’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정치권 인사의 대구시장 도전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서상기 의원의 출마설이 나돌았다. 서 의원이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김범일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김 시장 측에선 이번에도 비슷한 형태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김 시장의 측근들은 “현역 국회의원들이 금배지를 떼면서까지 죽기 살기로 덤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남일보> 조사에서 유승민 의원과 서상기 의원이 빠졌다. 유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영남일보>에 요청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여전히 유력한 대구시장 후보다. ‘포스트 박근혜’의 대표 주자라는 평도 가장 많이 듣는다. 유 의원이 실제 출마하든, 안 하든 대구시장 선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대구의 초선 의원이 7명인데, 유 의원이 방향을 정하면 최소한 5명은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장 선거 출마에는 조원진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대구시당의 한 당직자는 “조 의원이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무조건 나갈 것으로 본다. 다만 너무 일찍 나서는 것은 욕심으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에 조 의원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현재 언론 등으로부터 다양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성영 전 의원도 대구시장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소기업 연구지원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주 전 의원은 11월11일 저서 <창조기업의 길>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참모들도 김 전 의원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김 전 의원의 ‘차출설’이 불거진 상태다. 김 전 의원의 한 측근은 “김 전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나간다면 이기기 위해서다. 대구에서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는 점을 잘 알지만 ‘대구 얘기’로 승부를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북

김관용 지사 선두…권오을·이철우 추격

경북은 대구와 분위기가 좀 다르다. 김관용 현 경북도지사의 인기가 높다. 경북 도민 1만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45.3%의 지지를 받아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안동 출신의 권오을 전 의원이 6.3%로 2위, 이철우 의원(김천)이 6.1%로 3위에 올랐다. 강석호 의원(영양·영덕·울진·봉화)은 박승호 포항시장과 나란히 4.8%를 기록했다.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은 3.1%였다. 물론 모두 새누리당 인사들이다. 김 지사는 높은 지지율에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정치권 출신 도지사 후보로는 유일하게 권오을 전 의원이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을 통해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안동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지지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게 고민이다. 이철우·강석호·김재원 의원은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강원·충남의 탈환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코드를 맞출 지방정부 구성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과 강원, 충남 선거에 초점을 맞춰 공천의 밑그림을 작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지역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북도지사 후보 공천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김 지사로선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재선의 이철우 의원은 공식적으로 김 지사가 있는 한 경북도지사 선거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 밑에서 정무부지사를 지냈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배신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강석호·김재원 의원도 김 지사에 맞서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 의원을 비롯해 강 의원과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김 지사 이후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후보가 없는 가운데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 정도가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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