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가계부’ 어디로 갔나
  • 김광수 | 김광수경제연구소소장 ()
  • 승인 2013.10.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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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357조7000억원 규모의 2014년도 정부 총지출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는 2013년도 본예산 342조원과 추경 7조원을 포함한 349조원에 비해 2.5%가량 늘어난 액수다. 2014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자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전제로 편성했다는 점과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행복’ 공약이 대거 후퇴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제해서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으나 여러 차례 하향 조정한 끝에 올봄에는 2.3%까지 낮춘 후 다시 2.7%로 상향 조정했다. 심지어 정부는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추경 편성을 하면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여전히 정부 관료들이 대통령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잡게 되면 당장 올해와 같이 세수 부족으로 정부 채무가 폭증하게 된다.

공약 가계부도 대폭 후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 대한 월 20만원 기초연금 지급과 0~5세 무상보육 전면 실시,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2017년까지 고등학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대학 반값등록금 실시, 행복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서민주거복지 실현, 4대 중증 환자 무상 의료 등 ‘국민 행복’ 공약을 내세웠다. ‘국민 행복’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지난 5월 말 공약 가계부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기초연금 축소를 비롯해 2014년 예산안에 고등학교 무상교육 단계적 실시를 위한 명시적인 예산이 책정돼 있지 않다. 그런가 하면 대학 반값등록금 역시 명시적으로 책정된 예산이 없다. 수가 극히 적은 셋째 아이 등록금 면제와 대학 재단 연계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약간 늘린 데 그쳤다.

심지어 그동안 각종 정책 발표와 공약 가계부 등에서 사용해온 무상보육,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의 표현을 2014년 정부 예산안 발표 자료에서는 전부 빼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미 설득력이 없다. 임기 초에 지키지 못한 공약을 임기 말에 어떻게 지킬지 의문이다.

여론의 비판이 가장 높은 기초연금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정 형편상 공약을 지킬 수 없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공약대로 65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일괄적으로 월 20만원씩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다. 물론 부유층과 고소득자를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통계청의 65세 이상 인구수 추계를 보면 2014년 640만명에서 2040년에는 165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들 노인 전원에게 당초의 공약대로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일괄 지급할 경우 2014년에는 15조원가량, 2040년에는 4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해도 2014년 16조원에서 2040년엔 8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노인 70%에게만 지급할 경우 소요 재원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박 대통령이 말한 ‘2040년 157조원’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정부 관료와 측근들이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볼 일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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