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 실체 11월 중에 뜬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11.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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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 측, 주요 인사 접촉…거물 영입 여부가 관건

11월 초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에 낯익은 얼굴 두 명이 연이어 들어섰다. 김덕룡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었다. 이들과 반갑게 조우한 이는 전남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역 정치권 인사 ㄱ씨였다. 그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 진영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전남 지역 실행위원이다. 지역 실행위원은 사실상 곧 출범하게 될 ‘안철수 신당’의 뿌리 역할을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과 정 전 수석은 한국 정치 전반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안철수 신당 출범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1월6일 <동아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2.6%로, 13.2%인 민주당을 크게 앞섰다. 심지어 민주당 텃밭인 호남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 패배 이후의 실망감이 민주당 외면으로 이어지면서 이탈한 지지층이 안철수 측으로 흡수되고 있다. 창당 준비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악재’가 ‘안철수의 호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외연 확장은 그런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 ‘내용’과 ‘인물’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 안철수 제공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 ‘거물급’은 없어

‘때’가 임박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들어 안철수 진영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지고 있다. 안 의원의 최측근 인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을 포함한 전국 단위 실행위원 구성을 끝내고 발표만을 앞두고 있다. 교두보로 삼았던 광주·전남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 등 기타 지역 실행위원 인선은 다소 더디게 이뤄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그만큼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안 의원 측 인사는 “내부적으로 천천히 가자는 쪽과 빨리 신당 창당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대립하고 있었는데, 최근 후자가 힘을 받으면서 실행위원을 모집하게 됐다. 그런데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부작용이 좀 있어 신중하게 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행위원 인선은 몇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호흡을 길게 잡아 세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 지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광주·전남은 안 의원이 창당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일찍이 실행위원 명단을 발표했던 곳이다. 최근 이곳의 민주당 소속 시의원 몇 명이 사람을 모아 안철수 진영으로 움직이려다 적발돼 당으로부터 징계를 당한 소동이 있었다. 호남 지역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뜻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모르지만 다른 당원들을 꼬드기고 부추긴 것은 문제다. 복당할 수 없도록 당에서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DJ·YS·노무현 가신그룹 인사들 주목

그동안 안철수 의원 측의 인재 영입 과정은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정책네트워크 내일’(내일)을 중심으로 실행위원 등 기초적인 인재 영입을 하고, 안철수 의원과 송호창 의원이 직접 거물급 인사들을 접촉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이보다 폭넓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전히 ‘내일’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두 동력 엔진이 더 붙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측근으로 한때 인재 영입을 주도하기도 했던 ㅈ씨에 따르면, 최근 발족한 정치 모임 ‘국민동행’과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주도하는 ‘복지국가정치출범위원회’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복지국가정치출범위원회는 “여야 정치권은 낡은 정치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구축하며 정치적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다. 복지국가라는 대의 아래 모여야 한다”며 참여자들을 모으고 있다. 출범 예정일은 11월12일이다.

특히 정치 모임 ‘국민동행’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주목된다. 국민동행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과 YS(김영삼 전 대통령) 가신그룹인 ‘상도동계’의 김덕룡 전 의원을 비롯해 영담 스님, 새누리당 윤리위원장 출신인 인명진 목사 등이 참여하는 정치 모임이다. 현재 조직화 작업 중인 국민동행 또한 복지국가정치출범위원회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색채로 새 정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진영과 교감을 가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송호창 의원 역시 11월7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동행은) 기성 정치권의 한계를 절감하고 시민정치운동을 통해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과 큰 맥락에서 닿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안 의원 측과 국민동행 사이에 주목할 만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정찬용 전 수석 역시 국민동행에 참여하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안철수 진영의 조직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가 가능한 제3지대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참여한 인사의 면면을 볼 때 향후 신당으로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진영이 인재 영입 통로를 다양하게 열어놓은 것은 연구소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ㅈ씨는 “연구소를 정점으로 한 실행위원 체계가 너무 좁게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안철수 의원은 영민한 사람이라 정치를 배우고 확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3개 트랙으로 진행하다가 때가 되면 합쳐지면서 창당준비위원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도적 역할은 충성도 높은 인물이 많은 연구소가 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 영입 루트가 다양해지고 전국 단위 실행위원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온 것을 보면 그동안 미적지근했던 신당 창당을 위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창당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안철수 진영에 힘을 실어줄 만한 ‘거물급 인사’ 영입이다. 한때 안철수 의원의 측근이었지만 ‘뜻’이 맞지 않아 잠시 떠나게 됐다는 한 인사는 현재 안철수 세력이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이렇게 압축했다. “신당이 국민들의 기대치에 맞게 창당되려면 ‘빅뱅’이 이뤄져야 한다. ‘빅뱅’이 이뤄지려면 ‘큰 인물’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가능성 있는 큰 인물들은 움직일 명분이 없다. 그나마 거론되는 사람이 손학규 고문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인데 손 고문은 이미 한 번 당을 옮긴 전력이 있고 천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7월18일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안철수와 함께하는 도민 토론회-한국 사회 구조 개혁과 호남권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 연합뉴스
민주당 핵심 인사 ‘신당 참여’ 발표 임박설

민주당 내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포착된다. 한 민주당 인사는 “당내 중책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이 조만간 신당 쪽으로 간다는 발표를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구에 기반이 탄탄한 ‘중진 의원’이다. <시사저널>은 그에게 수차례 확인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복수의 민주당 인사와 안철수 진영 관계자는 원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가장 큰 진영으로 ‘손학규계’ 의원들을 꼽았다. 실제로 곧 출범을 앞둔 ‘국민동행’에도 손학규계가 여럿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랫선’의 이동과 달리 ‘윗선’의 움직임은 좀 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나를 포함해 당 중진 중에 신당으로 가려고 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자꾸 손학규 고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시점에 손 고문이 거기(신당) 갈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 또한 “자꾸 안철수 진영이 사람을 모을 수 있네 없네 하는데, 정치하려는 사람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의미 있는 인물이 가느냐의 문제인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인물들이 과연 움직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안철수 신당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는 인물 중 주목할 이는 정찬용 전 청와대 수석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정 전 수석은 다음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전력 때문에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고, 다음 총선을 노릴 것을 내부적으로 주문받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어떤 인물이 안철수 신당에 둥지를 틀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인물들이 합류했을 때 어떻게 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느냐다. 이미 안 의원은 최장집 고려대 교수, 김종인 전 경제수석,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등 멘토로 불리던 이들을 떠나보낸 전력이 있다. 윤 전 장관과 최 교수는 기자가 안철수 신당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이미 다 옛날 일이고, 연락이나 왕래를 딱 끊었다”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의 안’ 자도 꺼내지 말라는 투였다. 향후 추진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된다면 내부적 사기 저하는 물론 유력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효석 전 의원 역시 비슷한 경우다. 김 전 의원은 한때 안철수 신당의 유력한 전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본인도 출마 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부침을 겪다가 결국 지금은 서로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호남 지역 인사는 김 전 의원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김효석 전 의원은 전남도지사 이야기를 꺼낸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후 내부 주요 인사들과 갈등을 겪고 지금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다시 삼고초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중에서도 전남 지역은 그야말로 조직력이 필요한 ‘시골 선거’인데 당도 이끌어본 경험이 있고 또 이미지도 좋은 김 전 의원이 나서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를 200여 일 앞둔 현재 안철수 신당은 걸음마도 못한 상태다. 연말 정국 등을 고려할 때 12월 중순경 창당추진위가 구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패는 기존 체제를 허물만 한 동반자를 끌어들이고 융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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