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고위 관료의 대세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1.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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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재를 많이 등용해야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출범 직후부터 인사 문제로 고초를 겪은 박근혜정부는 국정 운영을 위해 과연 어떤 인재들을 등용했을까. <시사저널>은 중앙행정기관의 1급 이상 최고위직 공무원 243명을 전수 조사했다. 이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인재 등용 실태를 살폈다. 또 현 정부의 권력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흔히 1급 공무원은 ‘공직 사회의 꽃’으로 불린다.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면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맨 윗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맡은 역할도 중요하다. 이들은 국정 운영의 야전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출범 9개월째에 접어든 박근혜정부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1급 공무원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전수조사를 통해 살펴봤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청와대·검찰·경찰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1급 공무원 161명의 인적 사항 등을 조사해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60년대생 74명…평균 나이는 55세

우리 나이로 56세인 1958년생이 31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54세인 1960년생 24명, 53세인 1961년생 19명, 55세인 1959년생 18명, 52세인 1962년생 17명 등이다. 이른바 ‘58년 개띠’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데 갈수록 1960년대생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시사저널>이 2009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에 맞춰 1급 공무원을 조사했을 때 1960년대생은 7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74명으로 전체의 46%에 이른다.

평균 나이는 54.9세로 50대의 중앙을 가른다. 하지만 1급 공무원 중에는 초고속 승진한 40대도 있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 김형석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 봉욱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3명이 49세 동갑내기다.

특허청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이 차장은 지식재산 정책 및 심사·심판 분야 전문가다. 영훈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통일부 대변인으로 얼굴을 알렸던 김형석 대표는 8월20일 상근회담 대표를 맡은 데 이어 10월8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순천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왔다. 이 차장이 행정고시(행시) 31회, 김 대표가 32회다.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봉욱 실장은 사법시험(사시) 29회로 부산동부지청장과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역임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1급 공무원은 이병기 주일 대사다. 1947년생으로 67세인 이 대사는 오랫동안 외교부를 떠나 있었다. 외무고시(외시) 8회로 1974년 당시 외무부에 들어가 주케냐 대사관 2등서기관 등을 지낸 후 1981년 정무장관을 맡고 있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서관으로 발탁됐다.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 김영삼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2차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한 이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후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서울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이 1952년생으로 62세,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장호익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 1953년생으로 61세다. 삼선고와 서울교대를 나온 심은석 실장은 교사 가운데 선발하는 교육전문직 출신이다. 서울시 강서교육장,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충북 충주가 고향으로 충주고를 나온 임관빈 실장은 육군사관학교(육사)를 졸업한 예비역 준장이다. 육사 출신 1급 공무원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수인 32기다. 충북 영동이 고향으로 대전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장호익 상임위원은 행시 20회로 행시 출신 1급 공무원 중에서 기수가 가장 높다.

10명 중 8명이 고시 출신…행시 27회 ‘전성시대’

1급 공무원은 외부 영입이 아닌 경우 대부분 고시 출신이다. 전체 161명 가운데 129명으로 80.1%에 이른다. 10명 중 8명이 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한 엘리트들인 셈이다. 특히 행시 출신이 95명으로 59%를 차지하고 있다. 기수별로 살펴보면 27회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28회가 20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09년 2월 조사 때는 23회가 38명으로 주축을 이뤘는데, 현재 23회는 김광우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정환식 병무청 차장 등 7명에 불과하다.

행시 27회는 각 기관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을 모두 27회가 맡고 있다. 특히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대거 몰려 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최원목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김낙회 세제실장,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 등 3명이 27회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이보다 더 많다. 박청원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정만기 산업기반실장, 이관섭 산업정책실장, 우태희 통상교섭실장 등 5명이나 된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국세청과 관세청 차장도 27회다. 이전환·천홍욱 차장이다. 이 차장은 대구, 천 차장은 경북 문경 출신이다.

현재 행시 27회는 말 그대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이미 28회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차관보를 28회가 맡고 있다. 정은보·이준원 차관보다. 정 차관보는 경북 청송, 이 차관보는 충남 아산 출신이다. 국세청의 경우 27회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그룹 로비 의혹에 연루돼 물러난 자리를 28회 임환수 청장이 차지했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한 해 국세 수입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자리다. 청장·차장과 함께 국세청 내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요직이다. 임 청장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기술고시(기시) 출신은 모두 11명이다. 윤영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장과 이재훈 특허청 특허심판원장이 17회로 가장 기수가 높다. 윤 원장은 경북 청송, 이 원장은 경남 밀양 출신이다. 이창한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과 김용하 산림청 차장은 기시 18회다. 가장 낮은 기수는 23회로 성시헌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장과 이재현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있다. 성 원장은 강원 춘천, 이 실장은 전남 영광이 고향이다.

외무고시 출신은 19명인데 대부분 외교부에서 근무한다.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만 예외다. 외교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를 맡았던 최 차관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교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넘겨받으면서 파견 형태로 자리를 옮겼다.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를 나왔다. 기수별로 살펴보면 15회가 5명으로 가장 많고, 16회가 4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경수 차관보와 조태영 대변인 등이 15회고, 최 차관보와 안총기 경제외교조정관 등이 16회다. 가장 낮은 기수는 22회로 문승현 북미국장이 선두에 있다. 나이도 50세로 가장 적다. 부산 출신으로 동래고를 나왔다.

사시 출신 4명 중에서 3명은 법무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찬우 법무실장과 김주현 검찰국장은 28회로 봉욱 기획조정실장보다 한 기수 높다. 강 실장은 경남 하동, 김 국장은 서울이 고향이다. 유일하게 법무부가 아닌 외교부 소속인 인사는 권영세 주중 대사다. 사시 25회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 대사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육사 출신은 모두 8명으로 5명이 국방부, 1명이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에는 임관빈 국방정책실장을 비롯해 심용식 국방개혁실장(34기·예비역 중장), 이용대 전력자원실장(35기·예비역 소장), 박대섭 인사복지실장(35기·예비역 소장) 등 예비역 장성과 김현집 국방정보본부장(36기·중장)이 일하고 있다. 이재익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예비역 준장)은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로 군내 핵심 기수로 떠오른 37기다.

정통 관료로서 고시 출신이 아닌 1급 공무원은 흔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장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산상고(현 용마고)를 졸업한 후 1975년 행정직 9급에서 출발한 장 차장은 40여 년 동안 공직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1급으로 올라서는 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는 사이에 방송통신대 행정학 학사, 서울보건대 보건학 석사, 일본 사회사업대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제농고(현 김제자영고)를 나온 라승용 농촌진흥청 차장도 1976년 농림부 국립농산물검사소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1급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라 차장 역시 방송통신대에서 학사 학위를 딴 후 고려대에서 원예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명 중 1명은 영남…PK 출신 급증

박근혜정부의 1급 공무원에서도 영남 출신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53명으로 전체의 32.9%에 이른다. 대구·경북(TK)이 30명, 부산·경남(PK)이 23명이다. ‘영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MB 정부 초기 때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2009년 2월 조사에서 영남 출신 1급 공무원은 48명으로 전체의 30.6%였다. 특히 PK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5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부산의 경우 4명에서 11명으로 7명이 늘어났다.

호남 출신은 31명에서 28명으로 줄어 전체의 17.4%를 차지했다. 전북이 10명에서 15명으로 5명 늘어난 반면, 광주·전남은 21명에서 13명으로 급감했다. 수도권의 경우 30명에서 37명으로 7명이 늘어나 전체의 23%로 올라섰다.

광역단체별로 보면 서울이 31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21명, 충남·전북 15명, 전남·경남·강원 12명, 부산 11명, 대구 9명 순이다. 제주 출신은 2명으로 최영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김재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이다.

출신 고교에서도 영남 지역이 강세를 보였다. 경북고 6명, 경남고·동래고·안동고·진주고 3명, 대건고·대구고·동아고·마산고 2명 등이다. 정환식 병무청 차장과 이종호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경북고 출신이다. 황정호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이 경남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이 동래고, 이운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이 안동고, 조경규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진주고를 나왔다.

전체적으로는 대전고가 7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서울의 유명고 출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경향을 보였다. 경기고가 5명, 경복고와 서울고가 3명에 그쳤다. 구자현 조달청 차장과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강은봉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경기고,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경복고,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가 서울고를 나왔다.

호남 지역에서는 전주고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순천고가 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심보균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이 전주고,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순천고 출신이다. 강원 지역에서는 춘천고가 4명, 강릉고가 3명으로 조사됐다. 전만복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춘천고, 최두영 안전행정부 기획조정실장이 강릉고를 나왔다.

대학은 예상대로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두 47명으로 전체의 29.2%를 차지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MB 정부 초기 때와 입장이 바뀌었다. 2009년 2월 조사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가 23명으로 연세대 15명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연세대가 21명으로 늘어난 반면, 고려대는 14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 밖에 성균관대 11명, 한국외대 10명 순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묶어서 일컫는 이른바 ‘SKY’ 출신이 82명(50.9%)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지방대 출신은 24명(14.9%)에 그쳤다. 영남대가 5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와 전북대 출신이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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