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 떠난 자리 ‘고서영<고시·서울대·영남>’이 꿰찼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1.20 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박근혜정부 장차관급 전수조사…3명 중 1명은 영남, 고시 출신 65% 압도

‘고소영이 가니까 고서영이 왔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고서영(고시·서울대·영남)’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를 빗댄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을 운영하기 위해 인재를 등용하면서 고시 출신 관료와 서울대 출신 엘리트 그리고 정치적 기반인 영남 지역 인사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시사저널>은 정부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장차관급 인사들을 전수조사해 그 실태를 파악했다. 부총리급을 포함해 총 85명 가운데 11월15일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검찰총장·보건복지부장관 등 3명을 제외한 82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영남 28명 대 호남 16명

전·현 두 정부에서 보여준 인사 풀의 교집합은 ‘영남’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도 ‘영남 편중’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조사에서도 82명의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영남 출신이 28명으로 3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나란히 14명씩이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장차관급 인사 3명 중 1명이 영남 출신인 셈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11월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관급에서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TK 출신이다. 최 장관은 경북 영덕, 윤 장관은 경북 경산, 이 장관은 경북 의성이 고향이다. 특히 이 장관은 대구에 있는 대건고와 영남대를 나왔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PK 인사로 분류된다. 부산에서 태어난 이 위원장은 네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반면 윤 장관은 부산여고와 부산여대(현 신라대)를 졸업했다.

차관급에서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백승주 국방부 차관, 김영민 특허청장,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그리고 최근 숭례문 부실 복구 문제로 전격 경질된 변영섭 문화재청장 등이 TK 출신이다. 추 차관은 계성고, 백 차관은 심인고, 김 청장은 함창고, 이 청장은 영남고, 변 청장은 안동여고를 나왔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정연만 환경부 차관, 백운찬 관세청장, 제정부 법제처장 등은 PK 인사다. 이 차관은 동아고, 정 차관과 백 청장은 진주고, 제 처장은 마산고를 졸업했다.

호남 인사는 16명으로 19.5%에 머물렀다. 장관급으로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호남 출신이다. 현 위원장은 전남 영암, 방 장관은 전남 완도, 김 장관은 전북 임실이 고향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모두 서울에서 다녔다. 차관급에서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민형종 조달청장, 박형수 통계청장 등이 호남 인사로 분류된다. 윤 차관은 광주고, 한 차관은 전남고, 이 차관은 전주해성고, 민 청장은 광주일고, 박 청장은 광주동신고를 나왔다.

장관급 20명 중 13명이 고시 출신

고시 출신이 부각되는 현 정부의 인사 경향은 장차관급에서도 잘 나타난다. 82명 중 53명이 고시 출신으로 전체의 64.6%를 차지하고 있다. 행정고시(행시) 36명, 기술고시(기시)·사법고시(사시) 각각 7명, 외무고시 3명이다. 장관급만 떼놓고 봐도 20명 중 13명이 고시 출신이다. 행시 8명, 사시 3명, 기시·외시 각각 1명씩이다. 차관급도 마찬가지다. 62명 가운데 40명이 고시 출신이다. 행시 28명, 기시 6명, 사시 4명, 외시 2명이다.

출신 고교의 경우 서울의 유명 고교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경기고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고 7명, 중앙고 4명, 경복고·대신고·용문고·휘문고가 각각 2명씩이다.

출신 고교에서도 영남과 호남의 격차가 컸다. 영남 지역 고교 출신이 22명인 데 반해 호남 지역 고교 출신은 7명밖에 되지 않았다. 영남에서는 진주고 4명, 경북고 2명으로 나왔고, 호남에서는 광주일고·광주동신고가 각각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30명으로 전체의 36.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7명, 고려대·한양대 각 6명, 연세대 4명, 한국외대 3명 순이다. 장관급에서는 서울대 출신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20명 가운데 11명(55%)이 서울대를 나왔다. 이들 중에서 3선 의원 출신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인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고시 출신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행시 14회)을 비롯해 서남수 교육부장관(행시 22회),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행시 22회),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행시 23회), 신제윤 금융위원장(행시 24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정부 기관의 수장 중 상당수가 ‘고서영’에서 두 가지가 겹친 인사들인 셈이다. 최문기·윤상직 장관 등 영남 출신에 서울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한 인사도 여러 명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