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빠지면 섹시하고 너그러워진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11.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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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증가로 연신 싱글벙글…연인에게 한없이 양보

이성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누구나 다 똑같다. 여성은 남성에게 ‘예쁘고 섹시하게’, 남성은 여성에게 ‘힘 있는 남자’로 어필되길 원한다. 그래서일까. 연애를 시작한 사람들을 보면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 같으면 용서하지 못했던 일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고, 더더욱 그게 사랑하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면 한없이 양보한다. 연줄 하나 없는 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푼다. 왜 그럴까.

착한 행동만큼 이성에게 매력적인 건 없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차드 도킨스에 따르면, 유전자가 이기적이기 위해서는 표현형이 이타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전학적으로 자연 선택만큼이나 성(性) 선택은 중요하다. 더 좋은 짝을 만나 2세대에게 더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착한 행동만큼 좋은 게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착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착한 행동을 한다는 건 어려운 과제이고, 그것을 수행하기가 어려울수록 이성은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 임성구
또 유전학적이 아닌 도킨스의 심리적 학설에 따르면, 사랑하면 착해지는 이유는 ‘기분 유지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을 지속하기 위해 일부러 기분 좋은 일만 찾아서 하는 것을 말한다. 공원이나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에게 꽃이나 초콜릿을 파는 것도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사랑에 빠지면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연신 싱글벙글 미소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나도 모르게 괜히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은 호르몬과도 연관 있다. 도파민이 급증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기분을 좋게 하는 흥분성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입꼬리가 올라갈 만큼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도파민은 인간이 즐겁거나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또 성적 욕구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는 섹시한 분위기도 기억한다. 그래서 연인, 특히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끌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꾸 섹시함을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사랑에 빠지면 이상하게 외모도 닮아가고 옷 입는 스타일도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방의 좋은 점을 따라하려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동과학자 보울바이는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방의 좋은 점을 닮으려는 동조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사랑하는 감정이 크면 클수록 닮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나타나, 좋아하는 음식도 같아지고 취향이나 취미까지 같아지게 된다. 이렇게 행동을 따라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는 게 생물학자들의 분석이다.

사람들은 위기에 처할수록 더욱 사랑에 빠지게 된다. 부모의 반대에 직면하면 사랑은 더욱 불타오른다. 이것은 호르몬 페닐에틸아민(PEA)에 의해서다. 스릴을 느낄 때 페닐에틸아민이 더 많이 분비돼 뇌를 자극하므로, 연인들은 행복감에 도취되고 활기가 넘칠 뿐 아니라 밤새 마주보고 앉아서도 지칠 줄 모르며 몇 시간이고 되풀이해서 섹스를 즐길 수 있다. 스릴 넘치는 위기는 일종의 최음제인 셈이다.

사랑을 하트로 표현하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한다. 사랑 표현은 거의 하트를 사용한다. 왜 사랑을 하트로 표현할까. 사랑을 뜻하는 하트는 본래 사랑의 마크가 아니었다. 하트는 기독교에서 포도주를 넣는 성스러운 그릇인 성배를 상징하는 기호였다. 기독교에서 포도주는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따라서 하트는 붉은 피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중세 시대 들어 하트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을 뜻하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인들은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맹세를 할 때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약속을 다짐했고, 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고백할 때는 ‘가슴이 뛴다’고 표현했다. 영어의 하트는 심장을 뜻하는 프랑스어 퀘르에서 유래됐다. 이것을 정리하면 하트는 ‘붉은 피가 끓는 심장’과 ‘피를 담는 그릇인 성배’의 상징적 의미가 합쳐져서 생긴 것이다. 그러다 심장이 사랑의 근원지로 여겨지면서부터 자연스레 사랑을 상징하는 마크가 됐다.

심장은 심근이라 불리는 근육으로 되어 있다. 그 내부는 우심방과 우심실, 좌심방과 좌심실 4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심장을 뜻하는 하트 모양은 이 4개의 방을 합친 모양이다. 또 심장은 자기의 생명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내가 그 사람을 내 목숨만큼 좋아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은 태어날 때 마음이 네모라고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뾰족한 모서리 탓에 친구들에게 상처를 많이 준다. 그 상처는 고스란히 상대를 아프게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모서리는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게 된다. 네모가 점점 깎이면서 원이 되면 사랑도 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둥근 마음이 변하게 된다. 어떤 때는 그리움 때문에 부풀기도 하고 토라져서 삐치기도 하면서 하트 모양으로 변해간다. 하트 모양도 모서리를 하나 가지고 있다. 그 모서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윗부분을 보면 움푹 들어간 곳이 있다. 그 부분은 세상 모든 것을 감싸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현실적이진 않지만 하트를 아름답게 설명한 설이다.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빠서 사랑 못한다고? 핑계 대지 마 


사랑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마디로 사랑을 못하는 경우다. 그 이유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마땅한 상대가 없어서 등이다. 자신들에겐 타당한 이유일 수 있겠지만 심심풀이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없고, 사랑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정신분석가 컨버그는 자기 문제에 사로잡혀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내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시기하고,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자기애적 인격장애인’들이다. 이런 성격 구조를 가진 경우,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면을 가진 상대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강한 시기를 하게 된다. 좀 더 심해지면 그것을 비하하고 망치고 싶어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자아가 탄탄하지 않아서 상당히 충동적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은 항상 자신을 채워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데, 이들의 문제는 가까워지는 것, 즉 친밀감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 친밀해지면 자신이 상대와 완전히 합쳐져서 소멸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위태로운 외줄타기 식 사랑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가까워질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는,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불행한 사랑이다.

자신에게는 완벽한 상대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결점만을 크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완벽한 상대란 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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