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골의 요직 싹쓸이, 두고 볼 수 없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11.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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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찰대 출신들 불만…경찰대 독주 막으려 ‘직장협의회’ 추진

현재 경찰 내의 주요 요직은 사실상 경찰대 출신들이 접수했다. 경찰대는 지난 1980년에 경찰 고급 간부 양성을 위해 설립됐고 현재까지 335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1400여 명이 현직에 남아 있다.

경찰대 출신들은 졸업 후 초급 간부인 경위 계급장을 단다. 파출소 소장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대 출신’은 성골로 불린다. ‘경찰의 꽃’이라고 하는 일선 경찰서 서장인 총경급과 ‘경찰의 별’이라고 하는 ‘경무관급’의 경찰대 출신 비율은 45%를 넘고 있다.

치안감급인 지방청장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경찰 내 핵심 요직인 기획·인사·정보 파트도 경찰대 출신들이 꽉 잡고 있다. 한 경감급 간부는 ‘싹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대 동문들은 결속력도 뛰어나다. 선배가 앞에서 끌어주고, 후배들이 뒤에서 밀어주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대와 비(非)경찰대 출신 간의 갈등이 빈번하다. 경위 이하 하위직 경찰들은 ‘경찰대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일반 출신들은 경찰대 출신들이 간부 자리를 독식하면서 승진 문턱이 좁아진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현재 경감까지 근속 승진이 가능해졌지만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간의 알력이 여전하다.

경찰대 출신 중에는 민생 치안의 최후 보루라는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 근무를 경험해보지 않은 간부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수사과장’이나 ‘형사과장’ 등 일선 수사 지휘 업무를 맡았을 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수사관들과 부딪치는 일이 잦다. 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사는 “경찰이, 그것도 간부가 현장을 모르면 제대로 된 수사 지휘를 하기 힘들다. 결국 피해가 생기면 국민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궁화클럽 회원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무궁화클럽 제공
현장 모르는 경찰 간부 많다

전·현직 경찰 최대 커뮤니티인 무궁화클럽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찰 간부들이 기동대(3년)·지구대(3년)·형사(3년) 의무 근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경무관 이상 출신별 쿼터제를 도입해 조직 내 패권적인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개혁이 나올 때마다 ‘경찰대 폐지론’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존치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역기능도 있으나 순기능도 많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한다거나, 파벌을 형성해 ‘끼리끼리 싸고돈다’는 등의 내부 불만이 터져 나 올 경우 다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하위직 경찰관들은 경찰대 출신의 독주를 막고 경찰 고위직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경찰직장협의회’를 추진 중이다. 경찰 커뮤니티인 무궁화클럽과 폴네띠앙에서도 자체 실무진을 구성했다.

현행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은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 일부 직종은 직장협의회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 등은 소방·경찰 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장석 무궁화클럽 회장은 “직장협의회는 수사권 독립과 더불어 당당한 주권적 경찰상을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현장 경찰의 주권을 회복하고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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