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제거 프로젝트 청와대·국정원 ‘기획’ 드러나나
  • 조해수·이승욱 기자 (cho900@sisapress.com)
  • 승인 2013.12.03 10: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군 모자 개인정보 유출 경로 밝혀져…원세훈·곽상도 전 민정수석 측근 가담

조선일보 9월6일자 보도를 통해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불거지자, 세간의 관심은 온통 정보의 출처에 집중됐다. 관련 보도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적인 정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박근혜정부와 미묘한 갈등을 빚던 채 전 총장을 ‘찍어 내기’ 위해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연스럽게 세간의 이목은 채 전 총장 사퇴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로 모아졌다. 최근 채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보의 출처로 의심받는 이들의 배경에 청와대와 국정원 고위 인사가 얽혀 있다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이어 ‘채동욱 제거 프로젝트’에 실제 국가기관이 연루된 사실이 밝혀진다면, 여야 대치 정국에서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채 전 총장의 여인으로 지목된 임 아무개 여인과 아들 채 아무개군 모자에 대한 정보 유출을 둘러싸고 최근 검찰에서 나오고 있는 3대 의혹을 추적했다.

의혹 1, 조 국장은 누구의 지시를 받았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족부)를 무단 조회·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11월27일 기자들에게 “올해 6월 중순 ‘지인’의 부탁을 받고 김 아무개 팀장(OK민원센터 책임자)에게 지시해 김 팀장이 가족부를 열람했고, 그 결과를 지인에게 알려준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실을 시인했다. 조 국장은 최근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자진해 불법 유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의혹은 조 국장에게 부탁한 문제의 ‘지인’이 누구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번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 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기 때문이다. 조 국장은 지난 2008년 원 전 원장이 행정안전부장관으로 임명되자 행정비서관으로 발탁돼 함께 근무했다. 2009년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이 되자 그를 따라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겨 6개월간 함께 일했다. 2010년 1월 서초구청으로 발령 난 뒤, 2011년 7월부터 현재까지 서초구 행정지원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 국장이 채군의 가족부를 열람한 시점도 흥미롭다. 조 국장은 6월14일에 가족부를 불법 열람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발표하며 원 전 원장을 불구속 기소한 날이다. 국정원이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채 전 총장을 찍어 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채 전 총장이 조기에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다름 아닌 6월이다. 하지만 11월29일 현재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이나 국정원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지인의 실체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정원이나 청와대 인사 또는 제3의 인물 개입 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혼외 아들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채동욱 전 검창총장. ⓒ 시사저널 포토
의혹 2, 임 과장 수사는 청와대 겨냥?

이번 검찰 수사를 보면 조 국장 외에 또 한 명의 중요 인물이 등장한다. 임 아무개 서초구청 과장(감사담당관)이 그 주인공이다. 임 과장은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9월7일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확인 요청을 받고 채군 모자 가족부를 조회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확인 요청을 위한 절차라고는 하지만 청와대가 굳이 서울의 25개 구청 가운데 서초구청에서 가족부를 조회한 것은 충분히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혼외 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채군과 어머니 임 여인의 주소지는 강남구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인 요청을 해야 할 시점이 주말이라서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이 평소 알고 있는 임 과장이 근무하는 서초구청으로 확인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강남구청이나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청이 아닌 임 과장과 조 국장이 함께 근무하는 서초구청으로 확인 요청을 한 것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임 과장은 곽 전 민정수석과 함께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임 과장은 지난 2003년 곽 전 수석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있을 때 같은 부서 소속 검사이던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방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파견이 끝난 후에도 곽 전 수석과 임 과장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친분을 쌓아왔다고 한다.

임 과장, 곽상도 전 수석, 이중희 비서관 등 세 사람의 친분 관계가 주목받으면서 ‘채 전 총장 찍어 내기’에 청와대가 직접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조선일보 보도 이전에 임 과장이 곽 전 수석이나 이 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조 국장에게 가족부 열람을 요청한 게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임 과장의 신체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임 과장이 가족부 불법 열람 과정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 과장의 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혹 3, 곽상도 전 수석이 진두지휘?

조선일보의 첫 보도가 나온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민정 라인 고위 인사가 직접 나서 조선일보에 정보를 흘렸다는 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곽 전 수석은 모처로부터 입수한 채군 모자의 정보를 조선일보에 제공한 장본인으로 지목받아왔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수석이 지난 8월 중순 (채군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을 만났다. 곽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했고,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갔다. 곽 전 수석과 강 국장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곽 전 수석은 편집국장과의 회동 등 일체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동안 야권은 곽상도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채 전 총장 제거 프로젝트의 배후로 청와대를 정조준해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수석이 5월부터 서천호 국정원 2차장과 함께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을 벌여왔다. 곽 전 수석은 8월 초 해임되자 이 정보를 이중희 비서관에게 넘겼고, 이 비서관은 이를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상의했다”고 주장했다. 신경민 의원은 “8월 하순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게 전화해 ‘총장 곧 날아간다. 곧 보도가 나올 것이다. 줄 똑바로 서라’고 얘기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청와대는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결국 향후 검찰 수사는 곽 전 수석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의 핵심 인사들이 ‘채동욱 제거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