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빵집 세금 잘 내는지 보자”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3.12.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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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뚜레쥬르 이어 파리바게뜨 세무조사 치킨·커피점 등으로 확대 전망

국세청의 칼날이 재벌가 빵집을 겨냥했다. 국세청은 올 하반기 들어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 이어 최근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둔 빵집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치킨·커피·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종에까지 세무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증세 없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세청이 바짝 긴장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후 기자와 접촉한 국세청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두 가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 찾기와 지하경제 양성화다. 특히 지하경제에 숨은 돈을 찾는 데 세정 역량을 집중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일선 세무서 인원 500명을 차출해 조사국으로 400명, 숨긴 재산 무한 추적팀으로 100명을 재배치했다.

하지만 실적은 부진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개인사업자 세무조사 착수(통보) 건수는 2345건. 올해 상반기에는 2456건으로 111건 증가했다. 세무조사 통보만으로도 개인사업자는 큰 심리적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세무조사 압박에 시달린 사업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셈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올해 상반기 세수 결손액 무려 10조

세무조사 통보는 늘어났으나 실제 조사를 실시한 건수는 2012년 상반기 1881건에서 올해 1644건으로 237건이나 줄어들었다. 2012년에는 세무조사를 통보하고 실제로 조사를 벌인 경우가 80.2%에 달했으나 올해는 66.9%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엄포만 놓고 실제 조사를 벌이지 않았던 경우가 지난해보다 더 많았다는 얘기다. 이는 탈루 의혹이 있는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에게도 마구잡이로 세무조사를 통보했다는 의미다. 실제 부과된 세액을 봐도 2012년 상반기엔 3864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507억원으로 357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국세청이 자영업자·중소기업인들을 옥죄고 있지만 세수는 늘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의 쥐어짜기 식 세무조사 확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게 부담만 될 뿐 세수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세원 발굴과 합리적인 과세에 역행하는 호들갑 세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수 실적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세수 결손액이 10조원에 달했다. 목표로 했던 세입보다 10조원이나 부족했다는 얘기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지하경제 조사 인원이 대폭 증원됐지만 올해 세무조사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1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 입장에선 목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올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보다 대기업과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국세청이 정작 칼을 들이댄 곳은 개인사업자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것이 빌미가 됐다. 첫 타깃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브랜드 ‘뚜레쥬르’였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 7월 CJ푸드빌 본사 세무조사에서 확보한 포스(POS; 점포 판매 시스템) 자료를 근거로 수도권 1000여 개 뚜레쥬르 가맹점에 ‘부가가치세 수정 신고’ 공문을 발송했다. ‘부가세를 적게 낸 것으로 의심되니 부가세를 수정해 관할 세무서에 다시 신고하라’는 것이었다.

포스는 가맹점이 물품을 판매하면 그 정보를 실시간 본사에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포스만 보면 매출액뿐 아니라 물품 종류별 판매 실적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국세청은 CJ푸드빌 본사에서 확보한 가맹점 포스 자료와 가맹점이 관할 세무서에 제출한 매출 신고 내역을 비교해 그 차액을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가맹점이 세무서에 신고한 매출액이 포스 자료보다 적을 경우 탈세 혐의가 짙다고 보는 것이다. 해당 가맹점에 적용되는 과세 시효는 5년. 따라서 2008년분까지 소급해서 부가세를 더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일부 뚜레쥬르 가맹점에 수천만 원 상당의 추가 세금 고지서를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뚜레쥬르 매장(왼쪽)과 파리바게뜨 매장. ⓒ 시사저널 구윤성
“부가세 더 내라” vs “왜 우리만…”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왜 우리만 부가세를 더 내야 하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어떤 가맹점의 경우 부가세를 1억원이나 추가 납부할 처지다. 반발이 워낙 강하자 국세청도 한 발짝 물러섰다.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실제 조사 결과 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빵집의 포스 매출이 월 3500만~5000만원이라도 영업이익은 100만원에 불과한 곳도 있다. 그런데 5년 전 부가세에 가산세까지 내라는 건 국세청이 영세 소상공인들을 폐업으로 몰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종호 중부국세청장은 “영세한 가맹점의 현 실태를 잘 알고 있고 실적 간 차이가 있어도 소명을 하면 원가를 인정해주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한 뚜레쥬르 가맹점주는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된 빵을 폐기하지 않고 양로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 또 평소 1000원짜리 빵 한 개를 할인해서 두 개 주는데 그것도 포스에 찍게 돼 있다. 기부한 빵까지 (국세청에서) 매출로 잡으면 어떡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도권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한 개인사업자는 “몇 년마다 한 번씩 시행되는 본사 차원의 매장 리모델링 등 감가상각률과 손해, 반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포스에 기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뚜레쥬르의 반발이 커지자 형평성 차원에서 커피, 치킨, 화장품,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 세탁소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추징 지역도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들어 국세청의 칼날이 다시 번뜩이고 있다. 뚜레쥬르에 이어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SPC그룹 본사 관계자는 “11월 들어서면서 파리바게뜨 가맹점들에 대한 부가세 탈루 검증 작업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가맹점 추징 세수 미미할 것”

일부 가맹점들이 부가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나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국가 정책상 탈세에 대해 추징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부 가맹점의 고충은 알겠지만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본사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대기업,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 대부분 영세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25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된 최 아무개씨는 “아직 세무조사를 받진 않았다”면서도 “(국세청이) 의사·변호사 등 돈 많이 버는 사람들에 대해선 지금까지 말로만 ‘추징하겠다’고 했지, 어디 한번 제대로 조사한 적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추징할 수 있는 세수 실적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맹점 가운데 월 매출이 500만원도 되지 않는 곳이 많아 세수 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국세청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마다 거둬들이는 전체 세수에서 조사 세수는 불과 3~4%밖에 안 된다. 따라서 가맹점을 조사해 추징하는 세수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 세수’는 국세청과 지방청, 일선 세무서에서 세무조사를 벌여 추징하는 세금을 가리킨다. ‘조사 세수’ 실적이 미미함에도 국세청이 조사국을 두는 까닭에 대해 이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징수하는 세금이 많지 않아도 조사국 존재 자체만으로 기업 등의 탈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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