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의 혹독한 ‘겨울나기’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1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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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매출 늘었지만 순익 하락세…건설 어려움 가중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SK·한화·CJ 등 다른 재벌 기업 총수들은 지난 2월 박근혜정부 출범을 전후로 구속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여기에 재계에 대한 사정 한파까지 몰아쳤다. 허창수 회장의 경우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2세 문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재계의 신사’로 불리는 허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계열사들의 실적이다. 재계 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3분기 기준으로 GS 계열 상장사 8곳의 매출은 지난해 13조원에서 올해 12조1300억원으로 6.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5400억원 흑자에서 올해 26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GS그룹은 2005년 범(汎)LG가에서 분가한 이래 성장세를 이어왔다. 상장사 8곳을 포함한 전체 79개 계열사의 총매출은 2005년 27조8140억원에서 지난해 70조435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5890억원에서 1조9350억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GS그룹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2조8450억원, 2011년 2조3360억원, 2012년 1조9350억원으로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GS그룹의 매출은 43조8980억원으로 전년(49조7720억원) 대비 6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이 6840억원에서 1조97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목표 매출인 8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11월14일 전경련 11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상장사 8곳 영업이익 2600억원 적자 전환

그나마 허 회장의 넷째 동생인 허태수 사장이 CEO(최고경영자)로 있는 GS홈쇼핑은 선방하고 있다. GS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조247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49.3%나 늘어났다. 시가총액은 5년 사이에 400% 이상 커졌다. 허 회장의 둘째 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GS칼텍스 역시 매출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강형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S칼텍스의 발목을 잡고 있던 국제 유가가 2008년 30달러에서 최근 10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며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주회사인 ㈜GS도 시가총액이 117%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허 회장이 최대 주주(11.80%)인 GS건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해외 저가 수주 영향으로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5354억원의 영업손실과 38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치는 영업적자 7988억원, 세전손실 9056억원으로 예상된다. 그 여파로 2011년 한때 13만원대에 이르던 주가는 11월28일 현재 2만9750원까지 추락했다. 시가총액은 6조원대에서 1조5000억원대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임병용 ㈜GS 사장을 GS건설 경영지원총괄(CFO)로 보냈다. 그동안 부사장급이 맡아오던 CFO를 사장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외아들인 허윤홍 상무보 역시 사장 직할 경영혁신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측근과 아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다. 서울역에 위치한 GS역전타워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롯데마트 부지를 매각하면서 24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해 186.91%였던 부채 비율은 올 3분기 266.07%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에는 허명수 GS건설 사장이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허 전 사장은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GS건설 지분 3.62%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오너 일가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GS건설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GS건설 투자자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4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1분기 해외 플랜트 공사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주가가 하락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11월 초에는 대주주인 템플턴자산운용이 GS건설 주식을 1% 이상 팔아치우면서 주가는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도설까지 터졌다. 11월20일 ‘GS건설의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나올 것이며 내년에 부도날 것’라는 소문이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주가는 하루 만에 8.06%나 빠졌다.

GS건설 부도설로 인한 주가 폭락 후유증

GS건설 측은 “부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사업장의 손실은 회사의 예상 범위 안에 있다”며 “2014년에는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추가적인 손실을 반영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9월 말 기준으로 1조8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미 2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 완료했고, 내년에 5200억원을 상환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GS그룹 측도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그룹의 이익률이 낮아졌다”고 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GS칼텍스가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최근 정유 관련 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상장사의 실적 하락은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배제됐고, 코스모그룹 등 방계 회사가 많은 만큼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GS건설의 주가는 11월20일 주가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2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풍수지리사가 전경련 회장실 바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50층 규모의 여의도 신사옥을 완공하고도 입주를 미루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전경련은 사옥이 완공되는 11월부터 신사옥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장실 위치를 조정하면서 입주 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풍수지리사 자문 과정에서 기존 회장실 위치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사무실을 바꿨다. 허창수 회장에게도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회장실 위치까지 바꿔가며 신경을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재계의 한 인사는 “역대 전경련 회장들이 퇴임 후 수난을 당했기 때문에 (풍수지리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98년 6월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여파로 대우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여 만에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로 나갔고, 5년 8개월 동안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임기 중 구속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 손 전 회장은 2003년 2월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지만 9개월 만에 검찰에 구속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재임 시절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다가 물러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퇴임 이후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회장실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 전경련 측은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한다”며 “회장실을 옮겨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12월 중순부터 입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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