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울렸다 다 일어나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12.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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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바람 전국 강타…보수단체끼리 선명성 경쟁도

“새마을운동 말고는 되는 일이 없다.” 오랫동안 관변 단체에서 일해온 한 인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새마을운동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지역의 다른 보수단체들은 일감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익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회장 심윤종)의 입장은 다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죽 해오던 일인데 이를 현 정권과 연관 짓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너도나도 새마을운동을 한다고 해서 힘들다”고 했다. 그동안 새마을운동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곳에서도 ‘새마을’ 이름을 내건 사업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20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외국인 새마을 지도자 등 유공자에게 포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로의 주장이 맞서지만 새마을운동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보수 진영에서 새마을운동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꼽힌다. 농촌 근대화 사업으로 시작해 생활 개조 사업으로까지 확장된 새마을운동은 박 대통령에게 아버지가 남긴 ‘정치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이 긍정적인 평가만 받아온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중 동원의 일환으로 새마을운동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새마을운동은 40년을 훌쩍 건너뛰어 부활했다. 부활 정도가 아니라 지금은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10월20일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를 성황리에 치렀다. 매년 가져온 행사인데, 지난해에는 전국 행사 없이 지역 행사만 열렸다. 이번 행사가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 대회인 셈이다. 특히 행사가 열린 지역이 전라남도 순천시라는 점이 눈에 띈다. 시사저널이 지난 10년간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를 살펴보니 2005년 12월1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전국 대회가 열린 이후 호남에서 행사가 치러지기는 처음이다. 당시는 호남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노무현 정권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 전국 대회 직접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한 점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농촌에서 시작해서 도시로 퍼져나간 새마을정신은 국민 모두의 생활 개혁·의식 개혁 운동으로 자라났고, 우리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력이 됐다”고 평가한 후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물론 대통령이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08년과 임기가 후반기에 접어들던 2011년 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올해만큼 그 열기가 뜨겁지는 않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이달곤·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행사장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첫해인 2003년 대전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했지만,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축하 메시지만 보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허성관·오영교 행정자치부장관이 참석했고, 2006년에는 장인태 행정자치부 차관이 참석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축하 메시지도 생략됐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새마을운동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주제로 삼았던 슬로건에서부터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 대회의 주제는 ‘새마을·새정신·새나라 만들기’였다. 2005년 ‘새마을·새나라 만들기’로 바뀌었다가 이후 ‘새마을’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2006년과 2007년 대회의 주제는 ‘새정신·새나라 만들기’였다. 중앙회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때도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왔지만 ‘새마을’이라는 이름 자체가 금기시되다 보니 그 나라 언어로 이름을 대체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첫해인 2008년 대회에서 ‘선진화 새마을운동’을 선포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SMU 뉴새마을운동’을 들고 나왔다. SMU는 새마을운동(SaeMaulUndong)의 약자다.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선진화에 이어 세계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2011년에도 ‘뉴새마을운동’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올해 대회의 주제는 ‘함께해요 국민행복, 제2의 새마을운동으로’다. ‘국민행복’은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정 목표다. 박근혜식 새마을운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심윤종 중앙회 회장은 “국민행복 시대의 제2 새마을운동으로 적극 추진해나가겠다”며 4대 중점 운동으로 문화공동체운동, 이웃공동체운동, 경제공동체운동, 지구촌공동체운동을 제시했다.

보수 정권 들어서 포상 대폭 확대

올해는 전국 대회뿐 아니라 지역 대회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역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 새마을운동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야당 출신 단체장들도 행사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을 치켜세웠다.

지역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정부의 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회가 포상자 후보 명단을 안전행정부에 올리면 안전행정부에서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포상 대상이 결정된다. 포상의 종류는 새마을훈장, 새마을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이다. 정부가 이러한 포상을 남발해 지역 인사들을 줄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중앙회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포상 규모가 줄었다며 이러한 주장에 반박했다.

실제 올해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주요 포상자 수는 지난해 237명보다 적은 18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보수단체를 통해 이뤄지는 정부 포상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흘러나오면서 포상 기준이 좀 더 엄격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포상 기준으로 거론되는 공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심사 기준에 따라 포상자 수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사저널이 지난 10년간 새마을운동 유공 관련 서훈 내역을 조사한 결과 올해 포상 실적이 결코 저조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무현 정권 때 포상자 수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4년 196명에서 2005년 175명, 2006년 160명, 2007년 14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권 들어 230명대로 크게 불어났다. 가장 큰 포상인 새마을훈장의 경우 2006년과 2007년 20명까지 내려갔다가 2008년 이후 33명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한 명이 줄어 32명이었는데 올해는 28명이다. 박근혜 정권 들어 포상자 수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새마을훈장에서는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제2의 새마을운동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훈장의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태어난 지 40년도 더 지난 불혹의 새마을운동이 물 만난 고기마냥 전국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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