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애초부터 이어도 양보 생각 없어”
  •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 승인 2013.12.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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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과 맞서면서 한국 자극하는 중국 속내

초대 주한 중국 대사를 지낸 장팅옌(張庭延)중국 국제문제연구기금 연구원은 12월3일 중국 블로그 강국망(强國網)에 ‘쑤옌자오(蘇岩礁) 문제는 (미국이나 일본 등 특정 세력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지켜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쑤옌자오는 중국 동해상에 있는 암초로 한국 사람들은 ‘이어도’라고 부른다. 이 암초는 상하이 충밍다오(崇明島)에서 동쪽으로 150해리(약 277.5km) 떨어진 곳에 있다. 저우산(舟山) 군도 동쪽 끝의 퉁다오(童島)로부터는 132해리 떨어져 있고, 중국의 대륙붕에 위치해 있는 암초이며 우리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속해 있다. 최근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내에 위치해 있는 이 암초를 놓고 지난 6월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 언론들이 크게 떠들어댔다. 이제 일본은 그 시기(이어도 문제로 한국과 중국을 갈라놓을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장팅옌 전 대사가 쓴 글의 논지는 이렇다. 이어도는 섬이 아니라 해수면 아래의 암초이므로 영토가 아니다. 그러니 한국과 중국이 소유권을 따지지 말고 공동 개발하고, 그 주변 바다 자원을 공동 이용하는 방향으로 협상해 해결할 문제다. 그런데 일본과 미국이 끼어들어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분규를 만들려고 하므로 “(중국은) 한국과 소통하고, 냉정하게 타협해서 처리해야 할 문제이지, 결코 외세(미국·일본)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EPA 연합
“이어도는 암초…영토 분쟁 대상 안 돼”

이어도. 일명 ‘파랑도’라고 부르는 이 바위섬이 지난 11월23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때 구역 내에 포함됨으로써 한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과 시안(西安)을 방문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미소를 나누고, 중국어 연설을 하는 등으로 쌓아놓은 한중 두 나라 우호가 밑동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중국 외교부와 군(軍) 당국은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양국 국민 간의 우호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이어도를 자기네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킴으로써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과연 이어도에 관한 중국의 계산, 즉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중국 네티즌들은 네티즌들대로 “전통적으로 중국의 관할이며, 국제법으로도 관할권이 정당한 쑤옌자오를 한국에서 자기네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려는 과욕을 부리고 있다”고 인터넷에 한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중국명으로 쑤옌자오라고 부르는 이어도에 관한 중국 측 주장은 단호하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선포 논란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결정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어도의 관할권을 선뜻 한국에 내주지는 않을 태세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그동안 중국 인민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쑤옌자오는 청조가 1880년에서 1890년 사이에 북양(北洋) 수군사령부를 조직해서 해로 조사를 벌여 중국 동해에 그 존재를 명확하게 표시한 암초다. 1930년에는 영국 상선 워터위치(Waterwitch)가 수면 아래 5.4m 위치에 있음을 측량했다. 1938년 일본이 이 쑤옌자오를 침범해서 강철과 시멘트 구조를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2차 세계대전 발발로 계획이 무산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됐으나, 이 암초는 타이완으로 도망간 국민당 관할권이 미치는 ‘미해방 지역’이었다. 1950년대에 중국 해군 동해함대가 이 암초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1952년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이 이른바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면서 독도와 쑤옌자오를 한국 해역에 포함시켰다.”

중국 정부는 자기네 외교부 대변인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어도가 중국의 대륙붕에 솟아올라 있는 암초로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있는 것임을 밝혀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6년 9월14일에는 친강(秦剛) 대변인이 “쑤옌자오는 중국 동해 북부의 해역 수면 아래에 있는 암초로 중·한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되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이 때문에 한국이 이 암초에 대해 일방적인 활동을 벌이는 데에 중국은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예시했다. 지난해 3월에도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쑤옌자오는 중·한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치는 해역에 위치해 있으므로 그 귀속의 문제는 쌍방이 담판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고도 예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두 나라 가운데 어느 일방이 이 해역에 대해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 암초는 영토가 아니므로 중국과 한국 사이에 영토 분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해왔다고 주장했다.

12월3일에 있었던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회담. ⓒ AP 연합
“한중 관계와 이어도는 별개 문제”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Socotra) 호가 발견함으로써 ‘소코트라 암초’로 명명된 이어도는 1910년 영국 조사선 워터위치 호가 조사를 벌임으로써 그 존재가 확인됐고, 그 이름을 따서 중국은 ‘쑤 암초’로 명명했다.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이른바 이승만 라인을 그어 독도와 함께 이어도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을 확보했다. 반면 중국은 1963년 위에진(躍進) 호라는 선박이 나고야로 항해하려다 이어도에 걸려 침몰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어뢰 공격을 당한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때 이어도의 존재를 분명히 알게 됐다고 중국 네티즌들은 전하고 있다. 그 정도로 중국에는 이어도의 존재감이 없었다는 반증인 셈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그 전부터 이어도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다는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 시진핑 주석의 속셈은 분명해 보인다. 설령 자신들이 양보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이어도는 한중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되는 해역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영토 문제로 다투지 말고, 공동 개발하고, 주변의 해양 자원도 공동 이용하자는 입장이다. 결국 중국이 현재 처한 국면이 미국·일본과 맞서기 위해 한국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는 하더라도,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아무런 교섭 없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속마음을 표출한 것이다. 이런 속내는 이번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계기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 내에 포함시키지 않고, 일본과 중국이 관할권 다툼을 하게 내버려둔다면 또다시 민족의 역사에 죄를 짓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동안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할 때마다 명확하게 대처해오지 못한 우리 정부의 무능이 국민의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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